'2017 - 매화 향기, 묵향墨香으로 스미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제 19대 대선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전임 대통령의 갑작스런 불명예 퇴진으로
예정에도 없었던 '장미 대선'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백화만발 만화방창'의 봄날의 기운 때문인지
유례없는 15명의 후보가 난립하여 어지럽게 제각기
'자색'을 다투고 있다
조선시대의 문인인 강희안 선생은
원예서적인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 우리나라의 나무와 꽃을
9등급으로 우열을 가려 나누어 '화목구품(花木九品)'을 만들었는데
'5월의 꽃' 장미는 중간 정도인 5등에 속하고
1등으로는 매화. 소나무. 대나무. 연꽃. 국화가 해당된다
문득, 조금 외람된 이야기이지만, 철저한 사견임을 전제로
현 시국의 대세인 5개 정당을 대표하는 5명의 대통령 후보들과
전임 대통령을 '화목구품(花木九品)'과 비교하여 평가해 보는
재미난 생각을 해 보았다
첫째 대통령 후보는 너무 점잖아서 탈이지만
은인자중하는 동백(4품)의 덕성을 갖추었고
둘째 대통령 후보는 9품 속에도 끼지 못하는 잡목 수준이고
셋째 대통령 후보는 정계입문 전에는 연꽃(1품)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진흙 수렁에 빠진 듯 싶다
넷째 대통령 후보는 개혁의 소신은 가졌지만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무궁화꽃(9품)의 한계를 지녔고
다섯째 대통령 후보는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의감과
뛰어난 순발력과 석류(3품)와 같은 반짝이는 재치를 지녔다
탄핵으로 물러난 전임 대통령은
부모의 후광으로 목련(7품) 정도는 되었으나
이제는 9품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최고의 대통령은 있었다
진정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하고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까지 희생한 바보대통령, 그 분께
높고 뛰어난 절의의 표상, 매화(1품)의 영광을 드려도
결코 부족함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강희안 선생의 '화목구품(花木九品)'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1품인 매화는
겨울의 마지막에 피는 꽃이면서 동시에 봄의 맨 처음에 피는 꽃이다
매화가 북풍의 칼바람 속에서도
고드름처럼 얼어 붙은 가지목을 지키며
불빛 하나 없는 눈 덮힌 산과 들에서
온기 없는 별빛을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는 것은
얼어 붙은 대지를 녹이고 혹독한 추위를 걷어내어서
봄의 세상을 열어야 하는 '선구자적 역할' 때문이다
그런 뒤에 초연히 꽃잎을 떨구어야
비로소 봄이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는
자신의 사리사욕과 입신영달을 멀리하고
매화의 정신과 철학 - 인고와 희생 그리고 선구자적 정신 - 을
마음 속에 새기고 그 덕목을 스스로 실천한다면 또 다시 실패하지 않고
존중받는 성공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정유년, 올해의 매화기행은
탄핵정국과 대선정국이 어지럽게 맞물려 돌아가는
어수선한 분위속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난세 일수록 '매화의 그 덕목과 가치'는
우리 사회에 더욱 더 요구될 것이고
그 잔잔하고 깊은 향기는 촛불집회처럼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과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눈 덮힌 산과 들에서 독야청청 피어나는
매화향을 찾아서 올해도 찬바람 속으로 나선다
001. 창원 예다원 운룡매 (2017. 01. 07.)
2017년 정유년 소한(小寒, 1월 5일)에
창원 예다원 매화가 활짝 피었다
< 예다원 운룡매 >는
원래 꽃을 상당히 빨리 피우는 매화로서
엄동설한인 연말에도 개화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올해는 소한 무렵에 활짝 피었다
토요일 아침에 반가운 마음으로 매화 앞에 섰다
새해 첫주에 근처에서 매화를 볼 수 있음은 커다란 복인데
개인적으로, 그 환희의 심정은
'새해 일출'의 감동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결코 뒤떨어지지가 않는다!
002. 부산 UN공원 홍매화 (2017. 01. 14.)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가
태평양 바다를 건너 온 1월의 차갑고 시린 해풍 속에서도
2017년 새해의 소한(小寒) 무렵부터 붉은 꽃을 피웠다
6.25 한국전쟁 당시 목숨 바쳐 산화한
유엔군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UN기념공원의 한 켠에서
자유와 평화의 붉은 얼로 해마다 1월이면 피어난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먼 이국에 와서 흩어진 영혼들처럼
UN기념공원의 홍매화는 자유와 '한반도의 봄'의 봄을 열기 위해서
모두가 숨을 죽인 이 엄동설한도
언제나 장한 꽃을 피운다
003. 부산 동명대 백매 (2017. 01. 14.)
부산 용당동의 동명대학교 백매화가
인근에 있는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와 함께
새해부터 하얀 꽃을 피웠다
지난 해 까지는 그 존재 자체를 몰랐었는데
겨울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 무렵에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UN기념공원 홍매화와 함께 한반도에서 가장 일찍 피는 매화로
지난 주에 매스콤의 스타가 되었었다
동명대 대학본부 아래
양지 바른 화단에 활짝 핀 백매화는
수령 약 30년 정도의 겹꽃의 젊은 <백매>로
겨울방학으로 텅 빈 캠프스의 주인들을 기다리며
혹한 속에서도 홀로 피었다
004. 거제 <춘당매> (2017. 01. 21.)
설날을 코 앞에 두고 서해안 지방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날
오랫만에 구조라초등학교의 <춘당매(春堂梅)>를 찾았다
거제는 3년만에 다시 왔는데 그동안 적지 않은 변화들이 있었다
먼저,열악했던 <춘당매> 주변 환경이 깔끔하게 정비가 되었다
학교가 폐교된 이후로 방치되다시피했던 <춘당매>에게
보호와 관리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피는 매화로서
'봄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메신저로서의 <춘당매>의 역할과 의미'를
마침내 주변으로부터 인증받게 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춘당매>의 이름과 수령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지방신문에 “일제시대에 ‘춘당’이라 불린 일본 신사가 삼정마을에 있었고,
신사가 없어진 뒤에도 그 자리를 ‘춘당’이라 불렀고
이를 빌려와 <춘당매>라 이름 짓고 나무 앞에 팻말도 세웠다”라는
오보가 있었으나 마을 주민들의 노력에 의하여
“일본 신사에 대해 조사해보니 신사는 일반적으로 이름에
‘당(堂)’이 아닌 ‘궁(宮)’이나 ‘사(社)’를 붙이기에
‘춘당’이 일본신사의 이름이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고
구조라 마을 어귀에 ‘춘당’이라 불리는 가파른 지형이 있는데,
‘봄을 맞이하는 자리, 봄이 머무는 자리라는 의미’로서
이른 봄 꽃을 틔우는 매화와 잘 어울려 ‘춘당매(春堂梅)’라
이름지었다”라고 다시 정정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아울러 <춘당매>는 어릴 때,
지난 1970년 무렵에 공곶이수목원 강명식 대표가 설중매 5그루를
구조라초등학교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수령은 약 70년 내외로 보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새로이 밝혀졌다
005. 양산 통도사 <자장매>-1 (2017. 01. 27.)
‘통도사의 자장매가 꽃을 피워야
한반도에 봄이 온 것을 인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장매의 개화는 봄의 전령사로서의 의미가 아주 큰데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더니,
벌써 1월 3일에 첫 꽃을 피웠다고 한다
지난 해보다 3주 이상 개화시기가 빨라졌다
놀란 가슴으로 설날 연휴 첫날에 달려가 보았더니
아직 개화율은 생각보다 미미하고
그나마 1월 중순에 기습적으로 밀어닥친 극강한파로
동해를 입은 꽃잎들이 많았다
006. 양산 통도사 <자장매>- 2 (2017. 01. 30.)
설 연휴 마지막날에 통도사를 다시 찾았다
명절 교통정체를 염려했었지만
새벽 일찍부터 움직였더니별 문제가 없었다
통도사는 연휴 시작인 나흘 전에도 갔었지만
마침 오늘이 전국적으로 대설주의보가 내려서
'혹시나 설중매雪中梅를 볼 수 있으려나?'하는
은근한 기대를 품고 사흘만에 또 통도사를 찾았는데,
눈은 통 볼 수 없었고 비만 조금 뿌렸다
산문 입구의 <영취매>와 <통도매>는
이제 막 서너장 꽃잎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007. 김해공고 <와룡매> ( 2017. 02. 04.)
요즘 날씨가 예년보다는 상당히 포근했지만
100년 수령의 고매들이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 조금 일렀다
학교 정문에서 본관까지
도로 양쪽에 늘어 선 80여 그루의 매화중
농구장 근처에 있는 서너그루의 와룡매와
근래에 새로 심은 어린 매화들은 대부분 개화를 시작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관록과 연륜이 있는 와룡매들은
아직 꽃망울을 열지 못하고 있다
008. 양산 통도사 홍매 - 3 (2017. 02. 05.)
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딸이 내려왔다
딸애와 나는 이전부터 몇차레 매화여행을 같이 갔었던 인연이 있다
창덕궁의 만첩홍매, 서울 남산의 와룡매
그리고 승주 금둔사의 납월매도 2년전 겨울에 보러 갔었는데
너무 일러서 꽃을 보지는 못했었고 애석하게도 항상 때가 맞질 않아서
제대로 된 절정의 매화를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마침 오랫만에 만난 딸에게
지금 만개 직전의 <자장매>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줄 좋은 기회가 왔다
그러나 딸은 매화보다도 잠이 더 필요하다고 거절해서
아쉽지만 새벽에 혼자 나섰다
통도사 무풍한송로 소나뭇길이
어젯밤부터 내린 비로 자욱한 안개에 싸여있다
만개한 <자장매>도 미명의 새벽 안개 속에서 꿈에 잠겨 있다
절 입구의 <영취매>와 <통도매>도
시시각각 자수정같은 꽃망울을 여기저기 떠뜨리면서
비안개 속 영축산 아래 통도사를
'분홍색 화엄의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돌아오면서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딸에게 <자장매>의 분홍의 색을 어떻게 설명해 줄까?
딸에게 <통도사 홍매삼총사>의 세가지 분홍색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 줄까?
딸에게 남자친구보다 <통도사 홍매>가 더 좋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 줄까?
009. 제주 노리매공원 매화 (2017. 02. 11.)
지리적인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곳은 제주도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제주도 매화기행'을 한두번 세웠었지만
미처 실천하지는 못했었다
마침, 동문회 모임에서 겨울 한라산 등반 계획이 추진되어서
겸사겸사 진눈깨비 내리는 노리매공원을 다녀왔다
눈 오는 겨울에 노란 귤과 야자수와 매화를
함께 볼 수있는 이국적인 풍경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지만
일정상 시간적 제약으로 후다닥 다녀왔다
돌아오고나서 새롭게 안 사실인데
제주한림공원에 좋은 매화나무 몇 그루가 있다 한다
아마 다음 겨울에 제주도를 또 가야 할 것 같다!
010. 양산 통도사 매화 - 4 (2017. 02. 18.)
요사이 추위가 실종된 겨울날씨에
통도사 일주문 입구의 능수매가 활짝 피었다
수년째 통도사 홍매화를 보러왔었지만
능수매가 이렇게 활짝 핀 모습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야흐로 통도사의 봄날은 벌써 가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자장매>는 이젠 많이 시들었고
<영취매>와 <통도매>는 부드럽거나 혹은 짙은 유혹의 분홍 빛으로
화사하게 만개하였다
모처럼 포근한 아침 햇살에
보살님들이 향로, 촛대등 공양구를 법당 앞 기단에 펼쳐 놓고 공들여 닦고 있다
매화가 만발한 법당 앞에서 마음을 닦듯이 수련 하듯이
정성과 신심으로 닦고 있다
통도사 입구 성보박물관 2층에서는
10년을 한결같이 <자장매>를 그려 온 김창한 화백의 개인전
'매화, 성보를 물 들이다' 전시가 오늘 오픈 하였다
011. 밀양 금시당 <금시매> - 1 (2017. 02. 18.)
밀양 하남읍 양동리 서당골에
전원주택 설계(나비채) 협의차 갔다가
건축주 내외분이 끓여 준 떡국을 맛있게 먹고 돌아오는 길에
밀양강 언덕위의 금시당을 찾았다
요즘 날씨가 아무리 포근해도
금시매가 피기에는 아직 상당히 이른 시기이지만
근처에 들렀으니 눈인사라도 해둘겸 들렀다
예상대로 좀 일렀지만,
꽃폭죽이 터지기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이
금시당과 백곡재 뜨락에 맴돈다
012. 순천 금둔사 매화 (2017. 02. 25.)
햇살이 따사롭던 오전에
함안군 군북에 있는 가족 산소에 가서
수양백매 1그루, 운룡매 1그루와 유실수 6그루를 심고
<납월매(臘月梅)>를 보러 순천으로 출발했다
금둔사의 <납월매>는
음력 11월인 2016년 12월 말에 첫 꽃을 피워서
낮 기온이 봄날씨처럼 포근했던 1월 말 부터는
활짝 피기 시작했다 한다
이후로 날이 추워지면 오므리고
볕이 나면 다시 피기를 반복하면서 예년 같으면 한창일 시기인데
<납월매>가 대부분 많이 시들었다
<납월매>가 지기 시작할 무렵에야
비로소 피기 시작하는 범종각 앞 청매화도 이미 만개하였는데
소박했던 청매화 앞의 범종각을 헐어내고
불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에서 일으킨 한줄기 흙먼지 바람이
어지럽게 스쳐 지나간다
013. 순천 낙안읍성 매화 (2017. 02. 25.)
금둔사의 매화는 철이 지났지만
낙안읍성의 매화는 지금이 적기이다
지금은 고사하여 사라졌지만
금둔사 <납월매(臘月梅)>의 어미목인 400년된 고매가
낙안읍성내에 있었고 후계목으로 보이는
금둔사 <납월매> 또래의 홍매 2그루도 자라고 있다
자료전시관 앞뜰에는
수령 20년 내외의 늠름한 수양매 2그루도
자라고 있다
014. 마산 청연암 <무학매> (2017. 02. 26.)
마산 무학산의 학봉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청연암의 <무학매舞鶴梅>는 지난해에 처음으로 알게 된 매화로서
그 모양도 특이하지만
감히 직접 작명까지 하게된 인연이 있다
푸른 합포만이 내려다 보이는 청연암
<무학매舞鶴梅>는 2월 하순이지만 벌써 만개하였고
주변의 홍매들은 이미 시들기 시작하였다
015. 밀양향교 홍매 (2017. 03. 01.)
밀양강 건너 벽곡재에 <금시매>를 보러갔었는데
<금시매>는 아직도 겨울꿈에서 완전히 털고 깨어나지 못했다
실망하고 돌아나오는 길에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지만
혹시나 하고 교동(校洞)마을의 밀양향교(密陽鄕校)에 들렀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밀양향교에
고매 1그루쯤은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찾았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명륜당 담장너머 관리사 뒷뜰에 만개한 매화나무가
1그루 있었다
하얀색과 비슷한 아주 옅은 분홍색 홑꽃의 매화로
수령이 관리인은 100년 정도를 이야기 했지만
6~70년 정도로 봄이 옳을 것 같다
관리상태는 좀 부실한 것 같지만
아주 건강해 보인다
016. 산청 <원정매> (2017. 03. 04.)
수령 670여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인
산청 남사마을의 <원정매>는
원줄기는 오래전에 동사하였지만
작은 곁가지 하나에서만 간신히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그 곁가지의 수세가 해마다 풍성해져서
이제는 마음을 놓아도 될 정도에 이른 것 같다
몇일전에 <남명매>의 개화소식을 접하고
<원정매>를 찾았지만 조금 일렀다
아직 개화초기이지만
먼저 꽃잎을 연 꽃봉우리들은 얼어서 시든 모습도
많이 보인다
017. 산청 <남명매 > (2017. 03. 04.)
<남명매>는 개화초기의
앙증맞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이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으로 먼저 꽃잎을 펼친 꽃봉우리들은
<원정매>처럼 얼어서 시든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1년 사이에 <남명매>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산청3매'로서 450년 동안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온
<남명매>가 대대적인 외과수술을 받은 것이다
나무의 외과수술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부패부제거 살균처리→ 살충처리→ 방부처리→ 방수 처리→
동공 충전→매트 처리→ 인공나무 껍질, 지주목 설치등의 순서로
작업이 진행된다
그리고 <남명매>의 동공이 크고 가지나 줄기의 상처에 부패가 심하여
부러지거나 갈라질 위험이 많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쇠조임 와이어작업도 같이 설치되어 있었다
백양사의 <고불매>에게도 설치되어 있는
쇠조임 와이어를 볼 때마다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었는데
그렇게라도 치료하여 우리 곁에서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고
큰 수술을 받은 '산청3매'의 마지막 자존심,<남명매>의
건강한 회복을 빌어 본다
018. 산청 <정당매> ( 2017. 03. 04.)
640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왔던 <정당매>가
3년 전에 안타깝게도 고사하고 난 이후
산청군청에서 어린 후계목 3그루를 정당매 주위에 심어 놓았는데
그 어린 후계목에 꽃망울이 맺혀 꽃잎을 열기 시작하였다
<정당매>마저 사라진 단속사 폐사지에
천년고찰 단속사의 영광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허망한데
탑 2기만 덩그러니 남은 지리산 단속사 옛터에
분홍 들매화만 만발하였다
019. 산청 <운리 야매(野梅)> ( 2017. 03. 04.)
단속사 폐사지 아래
지리산 웅석봉이 바라다보이는 운리 들판의 비바람 속에서
삼백 오십년의 인고의 세월을 살아 온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들매화가 <운리 야매>이다.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서
폐사된 단속사의 영광 재현과 고사한 정당매의 부활을 꿈꾸듯
지리산을 향해 날개를 펼친 독수리처럼 당당하던
<운리 야매>의 큰 가지 하나가 부러졌다
누구의 보살핌도 없이 거친 들판에서
세찬 비바람을 겪으며 홀로 버텨 온 세월이 삼백년이 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고
그것이 들매화의 숙명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그건 우리가 너무 무책임한 것은 아닐까?
020. 고성 장산리 <허씨매> ( 2017. 03. 04.)
고성군 마암면 <장산숲> 앞
김해 허씨 집성촌의 장산리 허씨 고가에
거제의 춘당매와 함께 서부경남을 대표하는 매화가 있었다
그러나 수령 200년을 자랑하던 그 <허씨매>는 오래전에 고사하였고
지금 대문 앞에 원목 형체만 남아 있다
하지만 다행히 잘 가꾸어진 허씨고가 안채 후원에
아들 격의 상부가 잘려나간 고매 1그루와
손자 격의 어린 매화 1그루가 담장 옆에서 잘 자라고 있어서
2세, 3세 후계목들이 <허씨매>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고
상당히 이른 봄에 하얀 꽃을 피운다
021. 고성 노산정 매화 ( 2017. 03. 04.)
마암면 장산리의 <허씨고가> 밑에
마을의 강학기관인 노산정에 백매가 한 그루 있다
비스듬히 담장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수령이 족히 150년 내외로 보이는 홑꽃의 백매로
고매의 풍모를 갖추고 있다
022. 산청 성철스님 생가 매화 ( 2017. 03. 04.)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로 유명한
성철스님의 사후에 산청군 단성면 생가 복원 복원시에 식재된
홍매로 추정된다
수령은 40년 내외의 어린 매화나무로 보이지만
세 갈래로 갈라진 밑둥이 숱한 풍상을 겪은 고목처럼 많이 상했다
꽃잎은 붉은 겹꽃으로 색깔이 하도 선명하고 짙어서
지리산 화엄사의 흑매를 연상시킨다
023. 밀양 <금시매>- 2 (2017. 03, 11.)
밀양 금시당.백곡재의 <금시매今是梅>는
올해만 해도 세번째 방문이다
2월 19일에 처음으로 방문하였고, 두번 째는 3월 1일,
그리고 오늘이 세번째 방문이다
지금 <금시매>는 만개하기 직전의
개화율 6~70%로서 가장 보기 좋은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꽃은 만개했을 때가 가장 화사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만개와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이미
낙화가 시작되고 있다
특히 피었다 얼었다 다시 피었다를 계속 반복하는
매화의 경우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그래서 만개 직전이 가장 싱그럽고 청아한 모습을 띤다
올해는 세 번을 방문해서 그 적기를 맞춘 셈이다
<금시매> 앞에서 약 2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방문객들이 의외로 많았다
매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장의 장소로 여겼는데
어린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쉴 새 없이 들어왔다
항상 적막했던 금시당.백곡재 뜨락에
<금시매>의 꽃폭죽 터지는 간지러운 아우성과 함께
모처럼 애기들의 귀여운 웃음소리가 꺄르르 번진다
024. 광양매화축제 ( 2017. 03. 18.)
섬진강변 좆비산 자락의 '광양매화축제'가
올해는 AI 여파로 축제는 취소되었지만 주말을 맞아
새벽부터 '홍쌍리 청매실농원'에 많은 상춘객들이 몰렸다
아침 해가 채 올라오기 전인데도 농원내 주차장엔 빈자리가 없고
전국의 사진가들이 오늘은 모두 이곳에 몰렸는지
능선 곳곳에 삼각대를 펼친 고수들로 넘친다
'광양매화축제'는 매화가 필 때 펼쳐지는 봄맞이 축제로서
해남 보해매실농원의 '땅끝매화축제
'와 양산 '원동매화축제'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매화축제' 중의 하나에 속한다
그러나 탐매객들이 매화를 찾아서
매화축제 중인 매실농장으로 찾아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매실농장의 매화나무는
꽃보다 열매인 매실을 생산하는 곳이기에
크고 많은 매실을 따기 위하여 오래전부터 품종개량을 거듭하였고
그래서 대부분의 농장들이 일제시대 때 들여온 '왜매'를 많이 심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전통 토종매화와는 구분이 된다
우리의 '토종매'는 꽃잎이 작고 매실도 작지만
꽃의 모양이나 향기는 '왜매'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진하며 백년도 않된 '왜매'에 비하여
수백년이 넘는 이름 난 고매들이 전국에 수두룩하다
나는 지나가는 길에
일행의 부탁으로 매화축제장에 잠깐 들렀다
025. 광양 <소학정매> ( 2017. 03. 18.)
광양매화마을에서 구례방면으로 2km 정도 윗 쪽
다압면 도사리 소학정(消鶴亭)마을에 있는 매화나무이다
마을의 소학정 정자 앞 쪽에 1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는데,
그중에 가장 수령이 오래된 약 120년생의 매화가
소학정매(消鶴亭梅)이고 전라남도에서 가장 빨리 꽃을 피우는
매화로서 보통 2월말이면 만개한다
‘학이 노니는 정자’ 소학정의 매화가 피면 비로소
남해 바다에서 황어가 몸을 풀며 섬진강을 거슬러 오를 준비를 하고,
주변의 매화나무들도 슬슬 기지개를 켜다가
한 달 뒤쯤이면 가지마다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광양매화마을에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 하면
소학정매는 이미 지기 시작한다
026. 구례 운조루 <위매魏梅> ( 2017. 03. 18.)
'남한의 3대 명당중 하나'라고 알려진 구례 구만들 평야에
인근의 낙안군수를 지냈던 유이주 선생이 약 250년전에 지은
명품 한옥이 운조루이다
그 창건주 유이주 선생은 조선시대의 무장으로서
여진족을 토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위魏나라에 들러서
두 번 꽃을 피운다는 유성류 나무와 매화 1그루(위매魏梅)를 가져와서
사랑채마당에 심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운조루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 차례 들렀는데도
그 위매를 보지를 못 했는데 마침내 이번에 찾았다
원목은 고사하여 그루터기만 남아 있지만
곁가지 하나가 살아남아 이젠 터를 잡고 호기롭게 만개하였다
비교적 꽃을 일찍 피우는 백색의 겹꽃 매화로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문가의 쇠락한 뜨락에서
'운조루의 영광과 정신'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027. 구례 곡전재 매화 ( 2017. 03. 18.)
구례의 명당 터로 알려진 곡전재에는
수령 약 120년생의 옅고 분홍색의 고운 빛을 띠는
매력적인 홍매화가 있었다
그런데, 4년만에 다시 방문했더니 그 사이에 고사하고 말았다
한두번 옮겨 심었다고 하는데
그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된 듯 싶다
실망하고 돌아나오다가 집 앞 텃밭에서
만개한 홍매 한그루를 발견했다
3~40년 정도의 어린 홍매로
꽃잎의 색깔이나 모양이 고사한 곡전재 매화를 많이 닮았다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주인의 관심이 아쉽다
< 2013. 03. 23. 곡전재
매화 사진 >
028. 의령 안희제생가 <백산매白山梅> ( 2017. 03. 19.)
경남 의령군 설뫼마을 백산 안희제선생의 생가에
수령 200년의 백매 <백산매白山梅>가 있었다
백산선생은 독립운동가로서 학교를 설립하여
신학문 보급에 힘쓰고 민족언론의 선구자였던 분으로
해방 직전에 옥고의 휴유증으로 돌아가셨다
그 백산선생 생가의 사랑채 옆 화단에 있는 <백산매>의 원둥치는
오래전에 고사하였지만 그 곁가지 하나가 살아남아
꽃잎은 작지만 유독 향이 짙은 눈처럼 하얀 꽃을 지금도 피운다
백산생가 내부에는 <백산매>외에도 10여 그루의 백매가
담장을 따라 생가를 지키고 있어서 이른 봄날 생가를 방문하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려했던 백산선생의 체취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다
(사진출처 : 블로그 '세네미 못')
029. 순천 선암사 매화 ( 2017. 03. 25.)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1년을 기다려왔으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찾아 갈 수 밖에 없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8회 선암사 홍매화축제>행사 관계로
절 경내에 자동차가 막 돌아다니고 손님 맞이로 분주하다
우리나라 '매화의 보고寶庫'
무우전 돌담길의 20여 그루의 고매를 비롯하여
선암사 경내 곳곳의 3~400년 된 고매들이 일제히 만개하였고
비에 젖은 그 그윽한 암향은 더 짙고 매혹적이다
영롱한 빗방울을 머금은 작은 꽃잎들이
선암사의 봄을 부르고
봄기운을 가득 품은 비안개가 건너 뒷산에
무럭무럭 피어 오른다
030. 화엄사 <흑매黑梅> ( 2017. 03. 25.)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선암사를 거쳐서 화엄사에 도착할 무렵에는
점점 더 빗줄기가 강해졌다
화엄사의 인기스타, 각황전 옆의 홍매화(흑매) 앞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우산 쓴 관광객들로 붐비고
지난 달, 통도사 성보박물관에서
개인전 '매화, 성보를 물 들이다' 전시회를 가졌던
김창한 화백은우중에도 작품구상 삼매경에 빠져있다
화엄사 앞산 노고단에는 비안개만 가득하고
<흑매>의 그 짙은 매혹적인 선홍색 빛깔은
빗 속에서 더욱 선명하고 애잔하다
031. 전남대 <대명매大明梅> ( 2017. 03. 25.)
광주 전남대학교 <대명매>는
2년만에 다시 찾았는데 그 사이에 매화나무 주위로
조그만 변화들이 있었다
뒷편 본관 건물이 산뜻하게 리모델링을 했고
화단 앞의 주차장은 잔듸광장으로 바뀌었고
화단도 새롭게 정비되었다
400살이 넘는 천연기념물급의 고매 <대명매>는
학교 당국의 보살핌 속에서 만개하였고
화사하고 귀여운 자태로 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032. 담양 <장산리 홍매> ( 2017. 03. 25.)
담양군 대덕면 장산리 미암종가
윗쪽 마을에 있는 수령 300년 정도의 매화이다.
우리나라의 홍매 중 가장 화려한 수세를 자랑한다는
<장산리 홍매>가 화사하게 만개하였다
항상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안주인께서
오늘 내린 비 때문에 꽃잎이 벌써 떨어지기 시작한다고
안타까워 하신다
일년을 기다려 왔는데
꽃이 피자마자 일주일 정도만에 져 버리는 그 허망함은
탐매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찬란한 슬픔(?)'이다
033. 담양 <장전매(長田梅)> ( 2017. 03. 25.)
담양군 대덕면 <장산리 홍매>에서 멀지 않은
창평면 장화리 장전마을 이종문씨 댁에 있는 매화이다.
장전마을은 전주 이씨의 집성촌으로
문화재인 '창평 장전이씨 고택'이 있어서 두세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매오당梅五堂'으로 불렸던 이 집에 매화나무 5그루가 있었다 하나
지금은 흔적도 없이 모두 사라져버렸고
같은 마을에 있다는 <장전매>는 도무지 찾지를 못 했었는데
'창평 장전이씨 고택' 바로 옆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오늘에야 만나게 되었다
<장전매>의 수령은 200년 정도라고 하는데
고색창연한 수피의 형태가 족히 수백년은 되어 보일 정도이고
꽃잎은 옅은 분홍색의 겹꽃으로
오늘 다녀온 전남대 <대명매>를 많이 닮았다
수세가 빈약하고 수년 전에 왼 쪽 큰 가지가 부러져서
수형이 볼품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담양 '하심당'의 고매를 연상시키는 연륜과
고졸한 고매의 품격을 지녔다
034. 거창 <동계매(桐溪梅)> ( 2017. 04. 01.)
거창 동계고택의 정온 선생은
선조, 광해, 인조 세 임금 대에 걸쳐서 사상과 학문을 펼친
큰 학자이자 진정한 충신인데
조선시대 500년을 대표하는 충절과 기개의 선비로서
영원히 추앙을 받고 있는 분이다.
그런 동계고택에 고매 한그루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꾸준히 자료를 조사했더니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작은사랑채 앞에 고매 한 그루가 있다는 정보는 입수하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오늘에야 찾게 되었다
동계고택은 전통한옥 답사차 2005년과 2012년도에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작은사랑채 앞의 빈터였던 곳에
근래에 곳간채가 새로 복원되어 있었다
그 곳간채의 복원으로 인하여 원래 작은사랑채 앞에 있었던 매화가
큰사랑채 앞으로 옮겨져 이식되어 있었다
동계매(桐溪梅)는 후손 정중원 선생이 심었다는
수고 4m, 수폭 4m, 수령 200년 정도의 홑꽃의 백매이다
비록 연륜이 깊지 않지만 수형은 곧고 강직한 품새로
추상같은 지조로 이름 높은 동계고택의 매화로 손색이 없어 보였고
이식의 영향인지 수세가 좀 빈약하고 꽃도 많이 졌지만
그 남은 향기만으로도 동계고택의 품격을 말해줌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035. 장성 백양사 <고불매> (2017. 04. 01.)
오후 1시쯤, 해가 중천에 뜨서야 백양사에 도착했다
전날 고향친구를 만나서 늦게까지 통음을 한 관계로 몸이 편치 않아서
포기할까 갈등을 하다가, 일년을 기다린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3시간을 달려서 백양사에 도착했다
고불총림 백양사를 대표하는 <고불매>는
약 70% 정도의 개화율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해서 꽃도 줄었고,
1년 사이에 좀 수척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고불매> 밑으로 철재 받침목이 3개나 새로 생겼고
특히 '파계한 흑룡이 몸을 비틀어 절집의 담을 넘는듯 하다'라고
몇 년 전에 동행했던 학교선배가 감탄했던 그 왼쪽 큰 가지에는
꽃이 별로 달리지도 않았다
한편, 오늘 백양사에 도착해서 새롭게 안 사실인데
오늘과 내일 이틀동안(4/1~4/2) 백양사 일원에서
‘달빛탐매(月光探梅)’ 행사를 개최한다고 한다
‘달빛탐매’는 천연기념물 제486호 백양사 고불매 만개시기에 진행되는
문화행사로서 백양사와 함께 국립공원 역사·문화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고품격 탐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고
대금과 판소리 문화공연과 타종체험, 소원빌기 행사를 진행하고
그리고 다음날에는 ‘매화에 취하여 봄날을 마시다’를 주제로
백양사 고불매 앞에서 기원법회를 가지고
법회는 축원, 헌다, 고불매 막걸리 공양 등으로
마무리 되어진다고 한다
구미가 확 당겼지만
내일 '군불회 봄야유회-신라의 꿈' 행사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내년을 기약하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036. 논산 윤증고택 <명재매明齋梅> ( 2017. 04. 05.)
논산 노성면 명재고택의 윤증 선생은
조선 숙종 때 대학자로서 임금의 얼굴도 한번 보지 않고
우의정까지 올랐다고 해서
백의정승白衣政丞이라 불렸던 분이다
그 명재고택 뒷뜰에 고매가 한 그루 있다는 이야기는
옛날부터 듣고 있었지만 워낙 거리가 멀어서 찾아보질 못했는데
마침 경기도 양평 독락당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봄비답지 않는 폭우가 쏟아졌지만
마지막 숙제로 남아있던 논산 명재고택으로 방향을 잡았다
명품한옥 윤증고택의 <명재매明齋梅>는
이미 꽃은 모두 졌지만 사당 옆 마당에 당당히 버티고 서 있다
세 갈래로 갈라진 큰 줄기가 모두 수직으로 곧게 뻗어
강건하고 올곧은 선비의 기개를 지녔고
'착한 선비'로 추앙받는 윤증 선생의 풍모를 닮았다
하루종일 내린 봄비로 소나무 뒷산은 비안개에 싸여있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고택은 꿈 속에 잠겨 있다
오늘로써 2달 반 동안의
행복했던 매화여행이 마무리 되는 것 같다
1월 중순, 부산 <UN공원 홍매>로부터 시작된 여정이
제주도 노리매공원의 눈 속에서 핀 매화와 귤까지 돌아보고
논산 윤증고택의 <명재매>에서 올해 탐매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또다시 매화의 계절은 저물고 봄이 깊어 간다!
이제 날은 저물고
소나기 같은 봄비가 내리는 논산 명재고택 앞에서
나는 갈 곳 몰라하노라!
037. 해군사관학교 홍매 (2017. 04. 08.)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정 내에
이름있는 홍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관학교를 개방하는
'진해 군항제' 기간에 사관학교를 찾았다
현장 안내병들에게 홍매의 위치를 물어보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서
어렵게 본관 앞 좌.우측에 대칭으로 심겨진
홍매 2그루를 발견했다
벚꽃이 한창이니 매화는 벌써 한참 전에 모두 졌다
설중매 계통의 수령 1973년생의 분홍색 겹꽃으로
상당히 일찍 2월 중순경에 꽃을 피운다고 한다
살을 에이는 2월의 해풍 속에서
생도들의 뜨거운 함성과 열정 속에서 붉은 꽃송이들을 해마다 피워냈을
해군사관학교 홍매를 상상하며
요란스럽고 번잡스럽기만 한 벚꽃터널을
빠져나왔다
038. 매화 향기, 묵향墨香으로 스미다
한해의 매화기행이 모두 마무리 되고 나면
항상 한동안 서운한 마음이 든다
화려한 연극이 끝난 뒤 텅빈 객석의 적막함과 공허함,
명절이 끝나고 가족들이 뿔뿔히 헤어진 뒤의 아쉬움과 그리움과 같은
회자정리(會者定離)는 피해 갈 수 없는 인생의 이치이지만
항상 안타까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매화분재를 하나 살까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매화와 관련이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기획전 美意延年(미의연년)
- 아름다움을 인식한다는 것은 영원으로 연결 된다,
따라서 깊이 미의를 간직하면 저절로 영원을 이룬다는 뜻이다
미술관의 소장품 병풍 중에서 매산 황영두 선생의 <세한삼우>와
<매화>가 전시품으로 나왔다
황영두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떨쳐
고종황제의 총애를 받았고 사군자 중에서도 매화를 특히 잘 그려
그의 호를 매산梅汕이라 하였다 한다
화가 중에서 매화사랑과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있는 사람이
단원 김홍도이다
단원 김홍도는 조선 최고의 화가였지만 항상 가난과 싸워야 하는
곤궁한 형편이었는데 어느날 매우 마음에 드는 매화를 발견했지만
돈이 없어서 살 수가 없었다
이때 마침 어떤 사람이 그림을 주문하고 그 사례로 3천 냥을 놓고 가자
단원은 2천 냥으로 매화를 사고, 8백 냥으로 좋은 술을 사다가 친구들을 불러서
매화를 감상하며 술을 마셨는데 훗날 그 술자리를 매화음(梅花飮)이라 했다고 한다
그런 후에 남은 2백 냥으로 쌀과 나무를 샀으나 그것은 하루 지낼 것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단원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잘 나타난 일화이다
시대나 사람에 따라서 그의 처신은 평가를 달리 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요즘 사람들은 흉내 내기 조차도 어려운
단원의 청빈하고도 고아한 인품을 말해주는 하나의 사례이고
단원은 진정한 멋과 풍류를 아는 '종합 예술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국에서 언제부터 매화를 그림으로 표현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고려 왕건릉으로 알려진 무덤의 벽화에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매화가 등장한다
고려시대 초부터 세한삼우를 그렸다고 추측할 수 있다
고려후기에 매화가 많이 그려진 이유는 성리학의 발달과 연관된다
성리학을 받아들인 고려의 학자들은 자신의 삶과 의식을 상징하기에 적절한 소재인
매화를 상찬하는 시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성리학이 발달하던 조선시대에는 매화를 더 많이 그렸다
이때 매화도는 새 나라의 창건과 태평성대를 누리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뜻을 펴는 군자의 모습이거나 현실에서 좌절한 자신의 심회를 매화에 붙여
그려내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뜻이 담긴 조선시대 의 대표적 묵매도는 어몽룡의 <월매도>이다
어몽룡은 매화도에 관한 한 당대 최고로 평가된다
그의 <월매도>는 오랜 풍상을 이겨낸 듯한 밑둥이 굵은 고목을
달과 함께 그린 것이다
비백飛白으로 처리한 굵은 줄기의 중간은 뚝 부러져 있고,
부러진 줄기에서 새로 난 가지는 하늘에 닿을 듯 힘차게 솟아올라 둥근 달과 벗하고 있다
이처럼 부러진 가지에서 새로운 가지가 난 매화의 모습은 역경을 이겨 내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직한 선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특히 여백을 충분히 살려 달에 닿을 듯 뻗은 새 가지의 공간 구성은
시적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모습의 매화도는 조속과 조지운으로 이어져
조선 중기 매화도의 전형을 이루었다
이는 같은 시기 중국의 매화도가 큰 화면에 가지가 휘어져 내려오면서
많은 꽃을 달고 있는 모습과 대조를 이루는
한국 매화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조희룡(趙熙龍)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매화도를 잘 그렸을 뿐만 아니라
매화를 심어 감상하고, 매화시를 읊고, 자신의 거처를 매화백영루라 할 만큼
매화를 유난히 좋아하였던 조희룡은 임포의 삶을 동경하고
그처럼 은거하고자 하는 마음을 <매화서옥도>에 담아 냈다.
그의 <매화서옥도>는 난만히 피어 마치 눈이 내린 것 같은 매화나무에 둘러싸인
조그만 서옥에서 글을 읽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선비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달리 산과 나무를 이루는 필치는 분방하다.
이러한 필치는 당시 유행하던 추사체와 흡사하며 기존의 화보나 그 화보를 본뜬
다른 화가들과 구별되는 개성 있는 모습이다.
거친 듯 분방한 조희룡의 개성은 그의 <홍매도>에서도 볼 수 있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 같은 굵은 줄기에 붉은 매화가 가득 피어 있는
<홍매도(紅梅圖)>는 꽃송이 하나하나를 천녀가 내려앉은 것처럼,
또는 부처의 화신처럼 생각하고 그렸다는 그의 말대로 송이마다 둥근 꽃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조희룡의 매화도는 문인들의 고결한 이상을 표현한 상징물에서 나아가
혼신을 다한 한 폭의 예술품으로 승화되었다.
한국의 매화도는 독립된 화재로 그려지기도 했고, 대나무나 소나무,
달과 함께 그려지기도 했다.
또한 새와 함께 그려지기도 했으며, 매화에 얽힌 고사가 그림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이러한 형식은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하던 중국의 예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매화도는 부러진 줄기에 새 가지가 곧게 뻗어 있는
조선 중기 어몽룡의 매화도,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인 조희룡의 매화도 등 시대의 미의식을 반영하면서
매화의 성정과 기상을 담는 주요 소재로서 그 역할을 다하였다.
(글출처 : <매화> 종이나라, 이선옥)
경남도립미술관의 기획전 '美意延年(미의연년)'을 관람한 후
우리의 전통 회화에 나타난 매화에 대해 관심이 생겨 자료를 찾아보았다
매산 황영두의 <세한삼우>와 <매화>를 비롯하여 어몽룡의 <월매도>,
그리고 조희룡의 <매화서옥도>와 <홍매도>를 난생처음으로 어렴풋하게나마 살펴보았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사랑하면 보인다!'라는 진리를 믿고
이미 끝난 매화의 계절을묵향墨香으로나마 다시 느껴보려는 심정에서였다
그리고 글을 정리하면서 새로이 안 사실인데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5만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그림이 바로
어몽룡의 <월매도>이라는 것이다
굳이 미술관까지 가지 않더라도 5만원권 지폐 한장으로
간단하게 매화 곁으로 다가 설 수 있고 마음과 뜻만 있으면
우리 주위에 길은 어디에나 있는 셈이다
봄은 짧고
그 '봄의 세상'을 열었던 매화와 마주했던 시간은 더욱 짧다
'美意延年(미의연년) - 깊이 미의美意를 간직하면 저절로 영원을 이룬다'
그 짧은 순간이 너무 아쉬워, 매화분재라도 하나 키워볼까 했는데
잘 키울 자신도 없고 느낀 바가 있어 마음을 접기로 했다
대신,마음 속에 그림 몇 점 걸어두고
생각 날 때마다 찾아 보기로 했다
2017. 04. 30.
창원 만취당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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