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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현대건축 이야기

건축기행-4 광주 의재 미술관 - 1 (2012. 04.)

 

 

 

 신록이 넘실대는 전남 광주 무등산 자락.

동구 운림동에서 증심사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15분쯤 걸어 올라가면

자연과의 어울림이 빼어난 의재미술관이 오롯이 앉아 있다.

2001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아름다운 미술관이다.

 

 광주의 명산인 무등산.

등산로가 여럿 있지만, 많이 사랑받는 코스 중 하나가

산기슭의 증심사를 경유하는 것이다. 절 자체가 좋기도 하지만,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의재미술관이 그 경로에 있기 때문이다.

 

의재미술관은 증심사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증심사 지구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 두고 1㎞가량 되는 길을 터덜터덜 걸어 올라가면 미술관에 닿는다.

도로는 포장이 되어 있다. 의재미술관에 간다고 하면 단속원이 통행을 허가하기는 한다.

하지만 걸어가는 편이 훨씬 낫다. 다리품이야 조금 팔지만 길이 아주 좋다.

오른쪽으로 무등산 계곡이 길을 따라 흐른다.

예년 같으면 봄가뭄에 계곡물의 수런거림을 듣지 못했겠지만,

올해는 눈도 많았고 비 또한 자주 내려서 물이 차고 넘친다.

 

 땀이 조금 나려는가 싶은데 벌써 의재미술관이 코앞이다.

이 미술관은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1891~1977)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건립한 것이다.

의재는 광복 직후부터 타계 때까지 이 미술관 자리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대표작으로는 '계산청하', '추경산수' 등이 있다.

의재는 1946년 근처의 차밭을 사들여 삼애다원을 설립하기도 했는데,

그 차밭이 요즘 아주 좋다.

차순이 슬슬 오르는 것이 무척 싱그럽다.

 

 미술관은 건축가 조성룡과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종규 교수의 작품으로

건축학적으로도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건립한 그해 2001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것이다.

미술관에 걸려 있는 수많은 의재의 한국화만큼이나

이 미술관은 그 자체가 뛰어난 작품임에 틀림없다.

 

 약 6000㎡에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로 이루어진 이 미술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수장고, 세미나실, 다도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시장에는 의재의 대표작품과 미공개작 60여 점, 화실인 춘설헌 현판,

그가 남긴 사진과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관은 얼핏 볼 때, 그다지 뛰어난 건물로 보이지 않는다.

노출콘크리트와 목재, 유리를 적절히 조화시켜 지은 건물이 도드라져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개성 강한 건물들이 시중에 오죽 많은가.

하지만 이 미술관은 개성을 뽐내기보다 오히려 그러한 개성을 살포시 억제함으로써

자연의 일부이기를 택했다.

 

 미술관은 단지 전시 건물이 전부가 아니다.

계곡 건너에 문향정, 춘설헌 등이 있으니 이 모든 건물들이

하나의 미술관을 이룬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춘설헌은 의재가 화실로 썼던 작은 건물로 광주광역시 기념물 제5호로 지정돼 있다.

문향정은 차를 사랑했던 의재의 정신을 이어받아 차문화를 보급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한편, 의재미술관 뒤편으로는 차밭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차밭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일찍이 의재가 사들여 가꿨다는 그 차밭이다. 

 (출처 :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 yo.co.kr  일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