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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영화 이야기

"은희야 고마워, 이 상은 당신 거야" — 배우 유승목, 36년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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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야 고마워, 이 상은 당신 거야" — 배우 유승목, 36년의 기다림

 

데뷔 36년, 생애 처음 오른 무대

 

2026년 5월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62회 백상예술대상. 방송 부문 남우조연상 수상자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한 중년 배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우 유승목이 데뷔 36년 만에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생애 첫 연기상을 품에 안은 것이다.

모든 시상식을 통틀어 후보로 오른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36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지 않았다. 수상작은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로, 그는 극 중 백상무 역을 맡아 묵직하고 입체적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인상을 남겼다.

수상 소감 — 짧고 진했던 세 마디

시상대에 오른 유승목은 "백상무를 연기할 때 단순한 빌런이 아니라, 김부장과 25년 동고동락하며 쌓아온 우정, 끈끈한 관계, 아끼지만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내쳐야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상을 받았다고 건방 안 떨 테니까 계속 불러달라"고 말했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연기할 수 있게 지켜봐준 은희야, 고마워. 이 상은 당신 거야"라고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 짧은 소감은 전국을 울렸다. "건방 안 떨 테니 계속 불러달라"는 말에는 수십 년간 조연으로, 단역으로 버텨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간절함과 자존심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은희야"라고 아내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상을 돌린 순간, 방송을 지켜보던 수많은 시청자들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

수상 발표 순간의 긴장과 감격

수상 당시의 긴장된 순간을 유승목은 이렇게 전했다. "후보를 보고 안 되겠다 싶어 포기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한 번 받아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름 호명은 들리지도 않았고, 작품이 '서울 자가'로 시작하니까 '서울' 하는 순간 '진짜? 내가 받은 거야?'라고 했다고 전했다.

가족방의 눈물 — "이런 미친"과 엄마의 오열

후보 소식을 전한 날 가족들의 반응도 화제가 됐다. 유승목은 "가족방이 있는데 후보에 올랐다고 했더니 애들이 '이런 미친'이라고 하더라. 이어 '엄마는 지금 울어'라고 했다"며 딸과 아내가 극과 극의 방식으로 기쁨을 표현했던 순간을 털어놓았다. 가족들은 "상은 생각도 하지 말라, 후보에 오른 거면 상 받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넸다고 한다.

수상 직후에도 아내 은희 씨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연결된 지 15분이 지났는데도 아내가 계속 울고 있었다고 유승목은 전했다. 감동적인 상황에도 아내가 "다리 좀 오므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는 대목에서는 현장의 웃음도 터졌다고 한다.

36년을 함께 버틴 아내

유승목은 연극 시절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경제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내가 힘들다는 얘기나 경제적인 얘기를 한 번도 안 했다. 바보같이 무디게 연기만 했던 것 같다"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36년의 무명과 조연 시절 내내, 아내 은희 씨는 단 한 번도 그에게 포기를 권하지 않았다. 그 침묵의 헌신이 유승목을 버티게 한 힘이었을 것이다.

이날 '유퀴즈 온 더 블럭' 녹화 현장에서는 아내가 유승목에게 직접 쓴 손편지가 깜짝 공개되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반응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진짜 상이란 저런 분한테 주는 거다, 인기가 아닌", "36년간 한 번도 못 받았다고 해서 더 놀랐다", "유승목 배우 연기는 찐한 잔향이 남더라. 무빙도 김부장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수상이 백 번 천 번 납득되는 배우", "오래오래 연기해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

36년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배우, 그리고 그 곁에서 단 한마디 불평 없이 함께한 아내. 유승목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외친 "은희야 고마워, 이 상은 당신 거야"라는 말은 단순한 수상 소감이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터진, 두 사람의 36년짜리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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