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란亂 12.3〉
2024년 12월 3일 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평범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밤 10시 30분, TV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흘러나왔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계엄령이라니.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황당함과 혼란을,
시간이 지나면서는 점점 커지는 공포와 분노를 느꼈다.
그 혼란의 밤으로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2026년 4월 22일,
드디어 그날의 기록을 담은 영화 한 편이 극장에 걸렸다.
이명세 감독의 시네마틱 다큐멘터리 〈란 12.3〉이다.
제목의 '란(亂)'은 '내란(內亂)'의 란이자 '어지러움', '혼란'을 뜻하는 한자로,
그날 밤의 본질을 단 한 글자로 압축한 작명이다.
이명세 감독은 2024년 12월의 그 밤,
무장한 계엄군이 언론사와 국회를 막아서는
비현실적인 광경을 직접 목도하며 깊은 충격을 받았고,
예술가로서의 부채의식을 씻어내기 위해 이 기록을 완성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영화가 과거의 비극 '서울의 봄'에 대비되는
'희망편'으로 기억되기를 바랬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제작 방식 그 자체에 있다.
이명세 감독은 일반 시민과 국회 보좌관 등 283명의 사람들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한 명의 감독이 만든 작품이 아니라
수백 명의 시민이 함께 모은 기록을 한 명의 감독이 예술로 엮어낸 공동 창작물인 셈이다.
〈란 12.3〉의 가장 큰 미학적 특징은
기존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과감히 해체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내레이션 없음, 재연 배우 없음, 인터뷰 없음이라는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파괴하는
시네마틱 다큐멘터리 방식을 채택했다.
실사영화와 같은 긴장감을 선사하기 위해 내레이션과 인터뷰를 쓰지 않았고
재연 배우도 없다.
이명세 감독의 장기인 스타일리시한 장면과
혼합 장르의 삽입, 음악 등의 결합으로, 이 영화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극영화 같은,
아니 극영화도 아니고 전통의 다큐라고도 할 수 없는,
이상하고도 아주 특별한 이명세 감독만의 다큐 영화로 탄생했다.
감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굳이 내가 만들 이유가 없었다"며
"관객들이 그날 밤의 긴장감과 공기의 질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넓게 보면 다큐멘터리지만 하나의 장르로 표현할 수 없는데,
그 안에 스릴러도, 호러도, 코미디도, 심지어 액션 활극까지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마디로 블랙 코미디에 가장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분명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완성된 서사 영화'가 아니다.
내레이션도 없고,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도 없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면 다큐멘터리로서의 '균형성'이나
'객관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이명세 감독은 과감히 서사를 포기하고 영화의 스타일,
특히 영상미학에 골몰했다.
서사의 해체라고 할 수 있는 이 접근법은
일부 평론가들에게는 최고의 스타일리시한 감독으로 칭송받지만,
그것이 늘 대중적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이력도 있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바로 소재가 서사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그날의 실화가 곧 서사였고,
시민들이 보내온 영상 속 표정과 숨소리가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명세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편집과 음악이 그 위에 얹히자,
일반 관객들은 전통적인 서사 없이도 충분히 강렬하게 몰입하고
감동할 수 있었다.
각자에게 12.3의 기억은 다들 다르게 남아 있을 텐데,
TV로 보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인터넷으로 알게 된 분도 있을 것이고,
지인들의 문자로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 모두 다른 경험들을 다큐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긴박하고 압도적인 전개로 탄탄히 묶어놓으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입체적으로 목격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만들었다

물론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에 호의적이지 않은 관객들이 가장 자주 지목하는 단점으로
첫 째는, 연출이 지나치게 산만하다는 점이다.
사운드도 시끄럽고, 애니메이션이나 AI나 다양한 기술들을 영화에 많이 담았는데
그것들이 좀 난잡하고 산만하고 정신없게 다가온다.
또한 빠른 편집으로 인해 자막을 미처 읽지 못하는 아쉬움이
실제 관람객들 사이에서 꾸준히 지적된다.
압도적인 몰입감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정보 전달 측면에서는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약점이다
조금 천천히 흘러갔으면 어땠을까,
그냥 담백하게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두 번 째로, 가장 일반적인 비판은
이 영화가 한쪽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명백히 계엄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과
의원들의 편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관객에게는 강력한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반대 입장의 시각에서는 객관성이 결여된 정치 선전물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건 당사자들의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담기보다,
특정 정치적 결론을 향해 몰아치므로써, 다큐멘터리로서의 중립성과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다
세 번 째로, 영화가 이미 뉴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접했던 영상들을
재편집하는 수준에 머문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연출이 아무리 화려해도, 새로운 사실이나 미공개 증언, 심층 취재가 없다면
다큐멘터리로서의 본질적 가치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내레이션과 인터뷰를 의도적으로 제거한 연출 방식은 분명 실험적이지만,
역으로 사건의 맥락과 배경,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차단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란 12.3〉은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전통적 의미의 다큐도, 극영화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시네마틱 역사 기록물'이다.
그날 밤 직접 국회로 달려간 사람도, TV 앞에 붙박여 뉴스를 보며 밤을 지새운 사람도,
자다가 뒤늦게 소식을 접한 사람도,
극장 안에서 다시 한번 그 밤의 공기를 체감하게 만든다.
거친 질감의 스마트폰 영상과 탐미적인 연출의 결합은
1020 세대에게는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당시를 직접 경험한 세대에게는 깊은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있다.
이 영화의 진짜 가치는 흥행 수치나 평점에 있지 않다.
수백 명의 시민이 폰으로 찍은 떨리는 영상들, 국회 담장을 넘던 사람들의 표정,
계엄 해제를 외치던 목소리들이 이제 필름 위에 영원히 새겨졌다는 데 있다.
역사는 기억하는 자들의 것이고,
〈란 12.3〉은 그 기억을 예술로 붙잡아 두려는 시도다.
이 영화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민주주의를 지킨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2024년 12월 3일 밤은
시민들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며 대응하는 모습을 담아내며,
디지털 시대 민주주의의 새로운 양상을 제시했다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이며, 누가 지켜내고 누가 이어가고 있는지,
즉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고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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