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곡 매원마을 진주댁 (漆谷 梅院마을 晉州宅)
1. 진주댁의 역사와 배경
칠곡 매원마을의 진주댁(晉州宅)은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매원리에 위치한 대표적인 고택 중 하나로, 매원마을의 전통적 건축 양식과 지역적 특색, 그리고 시대적 변화를 모두 간직한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진주댁은 매원마을의 여러 고택 중에서도 그 입지와 구조, 보존 상태, 건축적 가치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제646호)로 지정되어 있다
진주댁이 자리한 매원마을은 17세기 광주이씨 석담 이윤우선생이 입향한 이후 400여 년간 동족마을로 성장한 곳으로, 마을 전체가 전국 최초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집단적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진주댁은 이러한 매원마을의 전통과 맥락 속에서, 부유한 양반가 후예의 주택으로서 건립되었으며, 지금까지 그 원형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다.
2. 입지와 배산임수의 조건
진주댁의 입지는 전면에 넓은 농경지와 동정천, 그리고 못안들 안산(마을의 주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는 전통 한옥에서 중시하는 풍수지리적 명당의 대표적 사례로, 집 뒤로는 산이 있고 앞에는 물과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배치다. 이런 입지 덕분에 진주댁에서는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 풍광과 함께, 마을의 역사적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3. 건물의 구성과 평면 배치
진주댁은 안채, 사랑채, 곳간채, 대문채 등 네 개의 주요 건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양반가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3.1 안채
- 구조와 특징
안채는 가족의 생활 중심 공간으로, 대청을 중심에 두고 양옆에 온돌방과 부엌 등이 배치되어 있다.
안채 좌우 측면에는 눈썹지붕(처마를 덧댄 작은 지붕)을 달아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확장했다. 이는 매원마을 전통 한옥의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을 보여주는 특징이다. - 대청 전면
대청(거실) 전면에는 문을 달아 외기를 막도록 설계되어, 겨울철 보온 효과를 높이고 실내 생활의 쾌적함을 도모했다.
3.2 사랑채
- 구조와 용도
사랑채는 남성 공간이자 손님 접대, 공부, 휴식 등을 위한 공간으로, 안채와 분리되어 배치되어 있다.
사랑채 역시 맞배지붕을 얹었으며, 전통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근대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3.3 곳간채 및 대문채
- 곳간채
곡물과 생활용품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하며, 안마당 좌우에 배치되어 있다. - 대문채
마을길에 면해 있으며, 진입 동선의 시작점이 된다. 대문채를 들어서면 사랑마당이 펼쳐지고, 그 너머에 사랑채와 안채가 배치되는 구조다.
3.4 전체 배치
- 진주댁의 전체 평면은 ‘ㅁ’자형 혹은 튼 ‘ㅁ’자형 구조로, 마당을 중심으로 각 채가 배치되어 있다.
- 이러한 배치는 가족과 손님, 남녀의 공간을 분리하고, 생활의 효율성과 사생활 보호를 도모하는 전통 한옥의 공간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4. 건축 양식과 시대적 변화
진주댁의 현존하는 안채와 사랑채는 일제강점기(식민지배기)의 새로운 양식이 부분적으로 수용되었으나, 전반적으로 매원마을의 전통적 건축양식이 계승·유지되고 있다.
- 전통과 근대의 조화
일제강점기 이후 일부 구조와 재료, 공간 활용 방식에서 근대적 요소가 가미되었으나, 전체적인 외관과 평면, 공간구성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영남 양반가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 지붕
모든 건물의 지붕은 맞배지붕(양쪽으로 경사진 지붕)으로, 측면에서 보면 사람(人)자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남부지방 한옥의 대표적 특징이다. - 마감과 세부
안채의 눈썹지붕, 대청 전면의 문, 사랑채의 구조 등은 실용성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다.
마루, 기둥, 창호 등은 전통 한옥의 수법을 따르면서도, 일부 공간에서는 근대적 재료와 기법이 혼용되어 있다.
5. 생활문화와 민속적 가치
진주댁은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매원마을의 전통적 생활문화와 민속적 가치를 담고 있다.
- 문전옥답
집 앞에 위치한 기름진 논(문전옥답)은 문중의 재산과 사회적 위상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진주댁 역시 전면의 농경지를 통해 그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 배산임수와 풍수
풍수지리적 명당에 자리한 진주댁은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전통적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 공동체와 계승
진주댁을 비롯한 매원마을의 고택들은 후손들이 대를 이어 거주하며, 마을의 공동체 의식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을 해왔다.
6. 진주댁의 문화재적 가치
진주댁은 매원마을의 전통적 건축양식과 근대적 변화, 그리고 풍수적 입지와 생활문화 등 복합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었다.
마을 전체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진주댁 역시 한옥 보수와 관리, 문화재로서의 활용이 강화되고 있다.
진주댁은 안채와 사랑채가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으며, 일제강점기 이후의 변화와 근대적 요소가 혼재하는 시대적 흐름과 지역적 특성을 함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일제 식민 지배기(1910~1945) 동안 칠곡 매원마을의 건축 양식은 전통 한옥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새로운 양식이 부분적으로 수용되는 변화를 겪었다. 특히 매원마을의 대표 고택들(예: 진주댁, 지경당 등)은 안채와 사랑채 등 주요 건물에서 이러한 변화가 관찰된다.
가장 큰 변화는 다음과 같다:
- 부분적 근대 양식 수용
현존하는 안채와 사랑채 등은 일제 식민 지배기의 새로운 건축 양식이 부분적으로 도입되었다. 예를 들어, 공간 활용 방식이나 재료, 창호(문과 창) 등에서 근대적 요소가 부분적으로 적용되었다. 이는 전통 한옥의 원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생활의 편의성과 실용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였다. - 전통 한옥의 계승과 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원마을의 고택들은 전체적으로 조선 후기~근대 영남 양반가의 전통적 건축 양식을 계승하고 있다. ‘ㅁ’자형, ‘ㄷ’자형 평면, 맞배지붕, 남향 배치, 마당 중심의 공간 구성 등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즉, 일제강점기에도 마을의 전통적인 건축문화가 뚜렷하게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 변화의 제한성
서울 등 도시지역에서 볼 수 있는 서양식 석조건물, 철근콘크리트, 절충주의 등 대규모 근대 건축 양식의 도입과는 달리, 매원마을과 같은 농촌 한옥마을에서는 변화가 제한적이었다. 일부 생활시설(예: 화장실, 부엌 등)에서 근대적 요소가 가미되었으나, 외관과 평면, 지붕 등은 전통 한옥의 틀을 유지했다.
요약하면, 매원마을의 건축 양식은 일제 식민 지배기에도 전통 한옥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일부 실용적·근대적 요소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인 점이 특징이다. 이는 도시의 식민지 관공서·공공건축과는 차별화되는, 농촌 동족마을의 보수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7. 결론: 진주댁의 의의와 미래
칠곡 매원마을 진주댁은 400여 년의 동족마을 역사와 함께, 영남 양반가의 전통과 근대의 변화, 그리고 풍수와 생활문화가 어우러진 대표적 고택이다.
안채, 사랑채, 곳간채, 대문채 등으로 이루어진 평면 배치와 맞배지붕, 배산임수의 입지, 문전옥답의 전통 등은 진주댁만의 고유한 건축적·문화적 가치를 보여준다.
진주댁은 앞으로도 매원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보존·활용될 것이며, 한국 전통 한옥과 지역문화의 소중한 표본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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