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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전통건축 이야기

주거건축-031. 칠곡 매원마을(1) - 400년 역사의 영남 대표 전통마을, 그 삶과 변화의 이야기(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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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매원마을 (漆谷 梅院마을)

 

1. 영남지역의 숨은 진주, 매원마을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매원리에 자리한 매원마을은 조선 중기부터 400여 년간 이어져 온 전통 한옥마을이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영남 3대 반촌(班村)’으로 꼽히며, 2023년 6월에는 전국 최초로 ‘마을 단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매원마을은 광주이씨(光州李氏) 집성촌으로, 조선시대 양반문화의 정수를 간직한 곳이자, 근현대사의 격랑을 온몸으로 겪어낸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이 글에서는 매원마을의 유래와 역사, 마을의 구조와 민속적 요소, 자연환경, 주민 생활, 문화재적 가치, 그리고 미래의 전망까지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2. 매원마을의 역사와 형성

2.1. 초기 정착과 광주이씨 집성촌의 탄생

매원마을의 역사는 16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마을의 중심을 이루는 광주이씨는 본래 경상남도 함안군 칠서면에서 세거하다가, 1595년(조선 선조 28년)경 석담 이윤우(1569~1634)선생이 아들 이도장(1603~1644) 과 함께 이곳에 초당을 짓고 정착하면서 마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시 이윤우선생은 벽진 이씨, 야로 송씨 등과 함께 마을의 기틀을 다졌으며, 1622년 겨울에는 웃갓에서 매원으로 본격적으로 이주해 집성촌의 기반을 다졌다.

이윤우 선생의 후손 이원록(1629~1688) 선생이 마을에 뿌리를 내리면서, 이후 400여 년간 광주이씨가 대를 이어 살아온 동족마을로 성장했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전통과 생활양식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이들 가문은 마을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중심축을 이루었다.

 

2.2. 번성기와 전란의 상흔

매원마을은 1905년경 400여 가구, 1천여 명이 거주할 정도로 번성했다. 마을 앞에는 기름진 논과 연못, 동쪽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1950년 6.25전쟁 당시, 인민군 지휘본부가 마을에 들어서면서 미군의 집중 폭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마을의 3분의 2 이상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의 전쟁 피해는 지금도 마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일부 고택과 문화재만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진출처 : 국가유산청)

 

 

 

 

 

 

 

 

 

3. 마을의 구조와 공간 구분

3.1. 자연과 조화를 이룬 마을 배치

매원마을은 동서로 길게 뻗은 지형에 따라 세 구역으로 나뉜다. 동쪽의 상매(上梅), 중앙의 중매(中梅), 서쪽의 하매(下梅) 또는 서매(西梅)로 구분된다. 이러한 공간 구분은 동족 구성원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분파되어 나아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마을의 주요 가옥들은 남향으로 배치되어 햇볕과 바람을 잘 들이도록 설계되었으며, 집집마다 회화나무와 소나무가 심어져 있어 전통적인 풍수지리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마을 앞에는 넓은 연밭과 논이 펼쳐져 있고, 동쪽에는 동솔밭(소나무 숲)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3.2. 고택과 재실, 서당의 배치

매원마을에는 100년 이상 된 고택과 종택, 재실, 서당 등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고택으로는 석담종택, 이경택 고택, 이인식 고택, 이원록 고택, 이도장 고택, 이한걸 고택, 이기영 고택, 이대영 고택, 이재영 고택, 이한걸 고택 등이 있다. 이들 고택은 대체로 ㄷ자, ㅁ자, 一자형으로 지어졌으며, 대청마루, 안채, 사랑채, 별당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중심에는 서당과 재실이 위치하여, 조상 제례와 자손 교육, 마을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했다. 서당에서는 유학 교육이 이루어졌으며, 재실에서는 문중의 제사와 회의가 열린다.

 

 

 

 

 

[ 중방댁( 경북 문화재자료 683호) ]

 

 

 

 

[ 해은고택(경북 민속문화재 178호) ]

 

 

 

 

 

 

 

 

 

 

 

 

 

4. 민속적 요소와 전통문화

4.1. 문전옥답과 비보수

매원마을의 고유한 민속적 요소 중 하나는 ‘문전옥답(門前沃畓)’이다. 이는 집 앞에 위치한 기름진 논으로, 문중의 재산과 사회적 위상을 상징한다. 매원마을의 경우, 마을 앞 연못과 논이 바로 문전옥답의 전형적인 예다.

또한, 마을 서쪽 경계에는 소나무 숲(동솔밭)이 조성되어 있다. 이는 풍수지리적으로 기가 부족한 곳을 보완하기 위한 ‘비보수(裨補樹)’로,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민속적 숲이다. 이 소나무 숲은 마을의 경관을 아름답게 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생태적 가치도 높다.

 

4.2. 동제와 공동체 의식

매원마을에서는 정월대보름에 ‘동제(洞祭)’가 열린다. 이는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공동 제사로, 상매와 서매에서 각각 동제를 지낸다. 동제는 마을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을 기리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행사다.

이외에도 매년 음력 10월에는 문중 제사와 각종 세시풍속이 전승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전통행사는 마을의 정체성을 지키고,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3. 전통놀이와 생활문화

매원마을에서는 윷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등 전통놀이가 전승되어 왔으며, 명절과 잔칫날에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를 즐겼다. 또한, 한옥의 마당과 사랑채에서는 다도, 서예, 독서 등 선비문화가 생활 속에 녹아 있었다.


 

 

 

 

[ 지경당(경북 문화재자료 620호) ]

 

 

 

 

 

 

 

 

 

 

 

 

 

 

 

 

 

 

 

 

 

 

 

5. 자연환경과 경관

5.1. 연밭과 벚꽃길

마을 앞에는 1,500평에 달하는 넓은 연밭이 펼쳐져 있다. 여름이면 연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며, 많은 사진작가와 관광객들이 찾는다. 연밭은 단순한 경관 요소를 넘어, 마을의 생태계와 수질 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봄이면 동정천에서 파미힐스 CC골프장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 벚꽃길은 하늘을 덮을 만큼 울창해 ‘벚꽃 터널’로 불리며, 매년 많은 방문객들이 산책과 나들이를 즐긴다.

 

5.2. 생태적 가치와 멸종위기종

매원마을은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마을 주변에는 회화나무, 소나무, 대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인 꼬리명주나비가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 주민들은 나비 서식지 보전과 생태 환경 보호에 힘쓰고 있으며, 연밭과 논, 숲이 어우러진 자연경관은 마을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6. 현재의 매원마을과 주민 생활

6.1. 인구와 생활 변화

현재 매원마을에는 약 234세대, 477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의 절반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며, 참외와 포도 등 시설재배가 주요 소득원이었으나, 최근에는 고령화로 인해 수도작(벼농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마을에는 15채의 한옥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관리·보수되고 있으며, 일부 고택은 게스트하우스나 문화체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6.2. 교육과 문화

마을에는 매원초등학교가 위치해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전통문화 교육, 생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주민들은 전통문화 보존과 마을의 역사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마을회관에서는 각종 교육과 문화행사가 열린다.

 

6.3. 공동체와 상생

매원마을은 오랜 세월 동안 동족마을의 전통을 지켜오며, 주민들 간의 유대와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하다. 명절과 제사, 동제 등 전통행사에는 모든 주민이 참여해 화합을 다지며, 마을의 크고 작은 일도 함께 상의하고 결정한다.


 

 

 

 

[ 진주댁 (경북 문화재자료 646호) ]

 

 

 

 

 

 

 

 

 

 

 

 

 

7. 문화재적 가치와 보존 노력

7.1. 국가등록문화재 지정

칠곡 매원마을은 2023년 전국 최초로 마을 단위 전체가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그 지정 배경에는 마을이 17세기 광주이씨 석담 이윤우 선생이 이주해 집성촌을 이루고, 400여 년간 후손들이 살아온 영남 대표 동족마을이라는 역사성이 있다. 마을에는 고택, 재실, 서당, 마을 옛길, 문중 소유의 문전옥답, 옛 터 등 다양한 민속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러한 복합적 요소들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매원마을은 근·현대기를 거치며 마을 영역이 확장되고, 생활방식이 변화하는 등 시대적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다른 영남 동족마을과 구별되는 특징을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이 마을이 민속마을로서의 보존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마을 내 개별 고택 중 해은고택(경북도 민속문화재 178호), 감호당(문화재자료 619호), 지경당(620호), 진주댁(646호), 중방댁(683호) 등은 별도로 경북도 문화재자료나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감호당은 1623년 석담 이윤우가 후학을 가르치던 강학소로, 매원마을의 역사적 의미가 큰 정사(精舍)다

 

7.2. 보존과 활용

매원마을은 전통 한옥의 보존과 복원, 문화재 관리에 힘쓰고 있다.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 마을 주민이 협력해 고택 보수, 전통행사 재현, 생태 환경 보호, 관광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부 고택은 숙박체험,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활용되어, 방문객들에게 선비문화와 전통 생활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8. 매원마을의 의의와 미래

매원마을은 단순히 오래된 마을이 아니라, 조선시대 양반문화와 동족마을의 전통, 그리고 근현대사의 격동을 고스란히 간직한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영남 3대 반촌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400여 년의 세월과 전통,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한국 전통마을의 표본이다.

 

전국 최초로 마을 단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앞으로도 그 역사성과 민속적 가치를 보존하고, 지역사회와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통마을로 발전해 나갈 전망이다. 매원마을의 이야기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공동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산이다.

아울러, 조선시대 양반문화의 정수와 동족마을의 공동체 정신, 근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의 역사가 이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앞으로도 매원마을이 그 소중한 가치를 지키며, 더 많은 이들에게 전통과 자연,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리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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