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1933 라오창팡 - 잔혹한 역사를 품은 예술의 미로
1. 건축적 기원과 역사적 배경
1933 라오창팡은 1933년 영국 건축가 **벨푸어(Balfours)**가 설계한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축장으로, 당시 외국인들의 위생적 육류 소비를 위해 지어졌다. 건축비로 330만 위안(현재 가치 약 60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 벽 두께 50cm의 중공층을 활용해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적 혁신을 보였다. 하루 300마리 이상의 소가 도축되던 이곳은 1950년대까지 운영된 후 제약기계 공장으로 전용되다가 1990년대 방치되었다
2. 공간 구조의 이중성
1) 잔인한 효율성
● 우도(牛道): 소들이 뒤로 물러서지 못하도록 설계된 경사진 통로. 바닥의 홈은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계산되었다
● 환기 시스템: 벽체 중공층과 천장의 나팔형 기둥이 자연 환기를 유도해 고기의 신선도를 유지
● 감시 체계: 중앙 감시탑과 연결된 복도는 판옵티콘(panopticon) 구조를 모방해 작업자의 움직음을 통제
2) 미학적 변주
● 브라질리카 양식: 고대 로마의 성당 건축 양식을 차용한 아치형 창문과 계단
● 풍수학적 설계: 외부 사각형 구조는 땅을, 내부 원형 구조는 하늘을 상징하는 중국 전통 사상 반영
3. 재탄생 과정과 현대적 활용
1998년 상하이 시정부는 이 건물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며 다음과 같은 변화를 주도했다
1) 공간별 기능
● 1층: 웨딩홀·카페·갤러리
● 2~3층: 패션 브랜드 매장·영화관
● 4~5층: 예술가 스튜디오·공연장
2) 문화적 상징
● 예술과 상업의 공존: 헝거 게임 모티브 서바이벌 체험존과 포르쉐 신차 론칭 행사가 동시에 개최되는 역설적 공간
● 역사적 아이러니: 도축장의 우도를 걷는 신혼부부들이 남기는 결혼 사진
4. 건축 디자인의 원칙
라오창팡의 건축 디자인 원칙은 기능적 효율성, 위생 관리, 동물 통제를 중심으로 설계되었으며, 다음과 같은 세부 원칙이 적용되었다.
1) 공간 효율성
● 동선 분리: 도축 공정별 전용 통로(우도)와 작업자 동선을 엄격히 구분해 혼잡 방지
● 다층 구조: 5층 콘크리트 건물에 도축·가공·저장 공간을 수직 배치해 공정 간 이동 시간 최소화
2) 위생 관리
● 환기 시스템: 벽체 내부 중공층과 천장의 나팔형 기둥을 활용한 자연 환기 유도로 부패 방지
● 온도 조절: 두께 50cm의 벽체가 외부 열기 차단, 실내 온도 일정 유지
3) 동물 통제
● 우도(牛道) 설계: 경사진 바닥과 미끄럼 방지 홈으로 소의 역주행 차단
● 감시 체계: 중앙 감시탑에서 모든 작업 구역 관찰 가능한 판옵티콘 구조 적용
4) 미학적 요소
● 브라질리카 양식: 아치형 창문과 계단에서 고대 로마 성당 건축 양식 차용
● 풍수학적 배치: 외부 사각형(地)과 내부 원형(天) 구조로 천지조화 상징
5) 구조적 혁신
● 무보강 콘크리트: 1930년대 당시 기술로는 드문 대규모 무철근 콘크리트 사용
● 지진 대비: 두꺼운 벽체와 기둥 배치로 내진성 강화
라오창팡은 산업시설의 기능성과 건축미학을 결합한 모범 사례로, 후기 리모델링 시 역사적 흔적 보존 원칙이 추가되어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5. 철학적 논쟁과 사회적 의미
● 기억의 재해석: 도축장의 잔인함을 예술로 포장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란
● 도시 재생 모델: 산업 유산을 문화자본으로 전환한 중국식 창의산업의 성공 사례
6. 결론
1933 라오창팡은 폭력적 효율성과 예술적 감성이 공존하는 초현실적 공간이다. 콘크리트 벽면에 스며든 소들의 비명을 상상하게 하는 동시에, 현대인들이 창조해내는 새로운 기억들이 층층이 쌓이는 장소다. 역사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는 용기와 이를 재해석하는 창의력이 만들어낸 21세기형 산업 유산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공간을 방문할 때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기계적 효율주의와 인문적 상상력의 충돌이 빚어내는 역동성을 음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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