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닝보(寧波)
저장성 동부 항주만에 위치한 닝보는 7,000년 역사를 지닌 중국 해양문명의 요람이자, 동아시아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했다. 하모도 문화 유적부터 현대적 항구도시까지, 닝보는 중국의 대외교류사에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한다.
B.C. 5000~3300년경 형성된 하모도 문화는 닝보 일대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문명으로, 중국 최초의 인공 재배 벼(메벼)와 목조 건축 기술이 확인되었다
닝보는 하모도 문화의 농경 혁명에서 21세기 글로벌 물류허브까지, 중국 문명사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특히 한중 교류사에서 닝보항은 임진왜란 시기 조선 사신단의 상륙지이자, 근대기 화교(華僑) 네트워크의 출발점으로 기능했다. 닝보박물관의 전시물은 단순한 유물을 넘어 동아시아 문명 교류의 생생한 증거물로 평가받는다.
닝보는 저장성 동부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당·명·청 시대 해상무역의 중심지였으며 현대에는 왕슈(王澍)의 건축 작품을 통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도시의 건축물은 고대 무역항의 흔적부터 폐자재 재활용의 선구적 실험까지 중국 건축사의 다층적 층위를 보여준다.
닝보의 건축물은 7세기 당나라 무역항의 유적에서 21세기 친환경 교량까지, 중국 건축 기술사의 생동한 타임라인을 제공한다. 특히 왕슈의 닝보 역사박물관은 도시화로 인한 기억 상실증을 건축적 언어로 치유한 사례로, 전통 자재의 재창조를 통해 현대 도시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도시는 해상 실크로드의 역사적 위상과 첨단 건축 실험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동아시아 문화수도 2025 지정에 걸맞은 다층적 문화경관을 구축하고 있다.
닝보역사박물관(宁波历史博物馆)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위치한 닝보역사박물관(宁波历史博物馆)은 중국 현대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걸작으로, 건축가 왕슈(王澍)의 대표작이자 2012년 프리츠커상 수상의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이 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전통, 자연과 현대성, 건축과 예술이 유기적으로 융합된 상징적 장소로 평가받는다.
1. 건축적 배경과 설계 철학
1) 왕슈와 아마추어 건축스튜디오
닝보역사박물관은 왕슈가 이끄는 아마추어 건축스튜디오(Amateur Architecture Studio)가 설계했다. 왕슈는 중국의 급격한 도시화와 재개발 과정에서 사라져가는 전통 건축과 마을의 기억을 건축에 담아내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집은 하나의 우주다”라는 신념 아래, 건축을 통해 작은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다. 그의 건축은 완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경영되고 완성되어야 한다는 중국 원림(園林)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2) 전통과 현대의 융합
왕슈는 닝보역사박물관을 설계하면서 “과거와 현재, 지역성과 보편성,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그는 도시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된 40여 종, 600만 개에 달하는 오래된 벽돌과 기와, 석재를 수집해 외벽 마감재로 사용했다. 이 재료들은 명·청대부터 이어진 닝보의 전통 건축에서 가져온 것으로, 도시의 흔적과 시간의 층위를 건축에 담아내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이렇게 재사용된 벽돌과 타일은 거칠지만 견고하게 쌓여, 마치 자연의 암반을 떼어온 듯한 인상을 준다.
2. 건축적 특징과 공간 구성
1) 외관과 형태
박물관의 외관은 불규칙적이면서도 리듬감 있는 벽돌 파사드가 특징이다. 이는 도시의 역사적 흔적이자, 자연의 암반과도 같은 질감을 준다. 박물관의 평면은 직사각형이지만, 상층부는 4개의 블록으로 분절되어 있다. 기울어진 벽과 분절된 매스는 항구에 정박한 선박이나, 추상적 산과 계곡을 연상시키며, 중국 송대 산수화 ‘만학송풍도(萬壑松風圖)’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그림에서 나타나는 돌산의 단단함과 웅장함, 그리고 부벽준(斧劈皴) 기법의 거친 필획이 건물의 볼륨감과 견고한 디자인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외벽 중간에는 개미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데, 이는 중국 전통의 토굴(둔황 막고굴)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다. 이러한 벽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연 환기와 채광, 그리고 내부와 외부의 소통을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2) 내부 공간과 동선
박물관은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외부는 요새처럼 폐쇄적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천장이 뚫려 개방감이 느껴진다. 이는 북경의 사합원, 남방의 토루 등 중국 전통가옥에서 볼 수 있는 구조로, 외부의 견고함과 내부의 개방성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내부는 넓은 중정(中庭) 공간을 중심으로 전시실, 특별전시실, 교육실, 카페 등 다양한 기능 공간이 배치되어 있다.
입구로 들어가는 길에는 얕은 물길이 흐르고, 박물관을 둘러싼 돌과 조경은 자연과의 조화를 의도한다. 남쪽은 조약돌 해변처럼, 북쪽은 갈대 연못과 전통 정원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이러한 자연적 요소들은 박물관의 거친 벽돌 파사드와 어우러져, 마치 자연의 유적지에 들어서는 듯한 인상을 준다.
3. 전시 내용과 역사적 의미
1) 닝보의 7000년 역사
박물관의 상설 전시는 닝보 지역의 7000년 역사를 시대별로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전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하모도(河姆渡) 문화: 신석기시대 하모도 유적은 약 7000년 전 벼농사와 정착 생활의 흔적을 보여준다. 중국 벼농사의 기원으로 평가받는다.
● 해상 실크로드: 닝보는 당송 시대부터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으로 번성했다. 명주성(현 닝보)은 동아시아 해상 교역의 중심지였다.
● 근현대사: 명청 시대의 방어 거점, 근대의 외국 상공업 유입, 아편전쟁과 문화대혁명 등 중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도 조명된다.
2) 지역 문화와 예술:
청동기, 도자기, 고대 해군의 연구 결과, 대나무 드로잉 등 닝보의 다양한 문화유산이 전시된다.
3) 지역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
닝보역사박물관은 단순한 유물 전시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적 연속성을 현대 건축 언어로 풀어낸 공간이다. 왕슈는 “건축은 완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경영되고 완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물관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대형 지하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주말이면 수백 미터에 달하는 긴 대기 줄이 늘어서는 등,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4. 주변 환경과 도시 맥락
1) 신행정구역의 랜드마크
닝보역사박물관은 닝보시 양저구의 신행정구역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넓은 도시 광장과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박물관은 시민광장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다. 맞은편에는 문화예술센터가 위치해 있으며, 각 건물은 넓은 부지에 독립적으로 서 있어 주변 환경과는 직접적인 연계보다는 각각의 기능적 랜드마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2) 자연과 조경의 조화
박물관 주변은 넓은 녹지공원과 잘 정비된 도시 환경을 자랑한다. 얕은 물길, 조약돌 해변, 갈대 연못 등 자연적 요소와 전통 정원이 어우러져 있다. 이는 닝보가 항구 도시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박물관의 거친 외관과 자연의 질감을 조화롭게 연결한다.
5. 건축계와 문화계의 평가
1) 프리츠커상과 세계적 인정
왕슈는 닝보역사박물관을 통해 2012년 중국인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장 피터 팔룸보는 “왕슈의 작업은 지역의 건축적 맥락에 깊이 뿌리내리면서도 보편성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닝보역사박물관은 중국의 급속한 도시화와 전통의 보존 사이에서, 과거와 현재, 지역성과 보편성의 조화를 모색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 건축적 실험과 의미
이 박물관은 중국 전통 건축의 재료와 기법, 산수화의 미학, 현대적 공간 구성, 그리고 지역의 자연환경과 도시 맥락을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외부는 요새처럼 폐쇄적이지만 내부는 개방적이고, 거친 벽돌과 타일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는 중국 현대건축사에 큰 패러다임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 닝보 역사박물관의 건축 스타일
1) 전통과 현대의 융합
닝보 역사박물관은 중국의 대표적 건축가 왕슈(王澍)가 설계한 작품으로, 중국 전통 건축과 현대적 감각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박물관의 외관은 명·청 시대의 벽돌과 기와 등, 철거된 옛 건축물에서 수집한 40여 종의 재료 600만 개를 재활용해 마감했다. 이는 도시의 역사와 흔적, 시간의 층위를 건축에 담아내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2) 산수화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
박물관의 전체적인 형태와 볼륨은 중국 송대 산수화 ‘만학송풍도’에서 영감을 얻었다. 기울어진 벽과 분절된 블록 구조는 항구에 정박한 선박이나 추상적인 산과 계곡 같은 자연 풍경을 연상시킨다. 이는 동양화의 부벽준(斧劈皴) 기법, 즉 산이나 바위의 단단함과 웅장함을 표현하는 화법을 건축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3) 폐쇄성과 개방성의 조화
외부는 폐쇄적이고 견고한 인상을 주지만, 내부는 넓고 개방적이며, 남방 전통가옥의 구조를 연상시킨다. 불규칙한 패턴의 외벽과 물길, 자연을 닮은 공간 연출 등은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건축적 실험의 결과다.
4) 지역성과 지속 가능성
왕슈는 “우리는 결코 발전이란 명목으로 역사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 아래, 지역의 전통과 재료, 장인정신을 현대 건축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는 닝보 역사박물관이 단순한 현대식 건물이 아니라, 닝보라는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한 상징적 공간임을 의미한다
7. 결론
닝보역사박물관은 7000년 닝보의 역사를 담은 유물과 전시,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건축적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왕슈의 독창적 설계와 지역 장인들의 손길, 그리고 닝보의 유구한 문화가 한데 모여,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를 상징하는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 건축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로, 닝보를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로 꼽힌다.
“집은 하나의 우주다. 그런고로 집을 짓는 행위를 하나의 작은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 왕슈
이처럼 닝보역사박물관은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공, 지역성과 세계성이 조화롭게 융합된 21세기 중국 건축의 상징이자, 세계 건축계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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