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낙동강 700리 마지막 남은 주막, 삼강주막(三江酒幕)
- 기자명 김진섭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라온
- 입력 2023.04.10 13:59
세 개의 강이 합쳐지는 곳
경상북도 예천에 있는 ‘삼강주막 마을’은 세 개의 강이 합쳐지는 곳에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봉화에서 발원한 내성천이 소백산 남쪽 물줄기와 합쳐져 흐르고 문경 황장산에서 발원한 금천이 낙동강 본류와 어우러져 ‘삼강(三江)’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내수면의 이동이 많았던 시절, 삼강 나루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배가 오가다 보니 삼강마을에 주막이 생겨나게 되었다. 조선시대 시장을 돌면서 각 지방의 물품을 교환하는 보부상 또한 쉬어가는 쉼터가 되었다. 삼강 나루가 북적이던 시절, 소를 6마리 실을 수 있는 큰 배와 작은 배 2척이 있었다 했으니 자연히 주막들도 양쪽 나루에 있었을 것이다.
마을에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1900년까지만 하더라도 장날이 되면 나룻배가 하루에 30번 넘게 왕래했다고 한다. 강을 통해 수많은 물자와 사람이 오가는 장소였으나 1934년의 대홍수로 인해 이 일대에 있던 27채의 건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주막만 남게 되었다. 주막 인근에 ‘삼강교’라는 현대식 다리가 생겨나면서 나루터는 그 기능을 다 했다.
삼강주막(경상북도 민속자료 제134호)은 삼강나루의 나들이객에게 허기를 면하게 해주고 보부상들의 숙식처로, 때론 시인 묵객들의 유상처로 이용된 초가이다. 1900년경에 지은 이 주막은 규모는 작지만 본래 기능에 충실한 집약적 평면구성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건축역사 자료로서 희소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옛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의의를 간직하고 있다. 작은 건물이지만 4등분을 해서 방을 2칸, 부엌 하나에 대청마루까지 얹어놓아서 공간의 짜임새가 좋다.
옛 주막의 추억
주막은 유옥연 주모 할머니가 지난 2006년 세상을 떠나면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가 2007년도에 1억5,000만 원의 예산으로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새로운 주모와 함께 나들이객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삼강주막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된 수령 250년이 넘은 ‘예천 삼강리 회화나무’이다. 이 회화나무는 높이 25m, 가슴높이 줄기 둘레 5m의 큰 나무로, 2m쯤 높이에서 줄기는 7개의 큰 가지로 분화되어 넓게 펼치면서 자유분방하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회화나무의 전형적인 아름다운 수형을 갖추었다.
이 나무는 삼강주막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주민들은 이 나무를 무척 영험한 나무로 인식하고 있다. 옛날 한 목수가 배를 만들 생각에 나무를 베려고 하였다. 주민들이 절대로 나무를 베지 못하게 했으나 목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목수의 꿈에 나타난 백발노인이 “회나무를 베면 너의 목숨이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고, 잠에서 깨어난 목수는 나무 베는 걸 포기하고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삼강주막 건물 뒤에는 돌덩이들이 놓여 있다. 들돌이라고 불리는 이 돌덩이들은 다양한 크기로 널려 있는데, 예로부터 농촌의 장성한 청년들이 어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근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활용된 돌이다. 특히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나루터 등에서 품값을 책정하기 위해 돌을 들어보게 했다고 한다.
삼강주막 마을에는 회화나무를 비롯해 오늘날의 사립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삼강강당(三江講堂)이 있다. 삼강강당은 경북문화재자료 제204호로 조선 선조 때의 인물인 정윤목(鄭允穆)이 후진 양성을 목적으로 세운 것이다. 현재 삼강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특성을 살려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 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체험으로는 떡메치기와 팥죽 끓이기, 그리고 양반 자전거 타기 및 과거길 체험, 그리고 알밤줍기 행사가 있다.
현재 마을에 있는 주막은 최근에 새롭게 복원한 것이다. 마을 일대도 현대적인 모습으로 새 옷을 갈아입고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주소 :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길 27
출처 - [지역답사수첩] 낙동강 700리 마지막 남은 주막, 삼강주막(三江酒幕)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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