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㉒] 2022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지산돌집’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05.22 10:38
도시와 자연 사이 특이한 삼각형 모양 돌집
좁은 부지와 경관 해석 과제, ‘흐름’을 키워드로 훌륭히 풀어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스물두 번째 작품은 2022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지산돌집’이다.
건축물은 자연과 도심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광주광역시를 대표하는 명산(名山) 무등산과 광주 도심의 경계, 좁은 삼각형 부지 위에 지어진 집. 외벽에 쌓인 파주석이 눈길을 끄는 이 집은 2022년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지산돌집’이다. 좁은 부지의 모습은 앞서 이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우수상 수상작 ‘소슴당인’과 상당히 닮아있다. 다른 점이라면 ‘지산돌집’이 위치한 곳은 빼곡한 저층 주거지 속 어딘가가 아니라 무등산의 자연과 도시의 분주함 사이라는 것.
건축주 이정윤 씨 부부는 이 부지에 무등산 자락과 가까운 이 대지에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집을 짓기로 하고 임태형 건축사(주.건축사사무소 플랜)를 찾았다. 주변 지인들에게는 열려 있으면서도 부부 각자의 사생활도 보장되는 공간. 임 건축사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기본적인 주거 기능도 갖춰야 함은 물론이었다.
임 건축사는 설계를 시작하며 크게 두 가지 과제를 풀어야 했다고 회고한다. 과제 중 하나는 의뢰받은 프로젝트 중 부지면적이 가장 협소한 사례로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무등산 초입 미관지구에 속해있는 집의 경관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문제였다.
건축사는 이 과제를 ‘흐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1층부터 옥상까지 공간의 시퀀스를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경관 해석의 문제도 집이 자연스럽게 자연과 도심의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 해답에 접근했다. 사생활 보장에도 신경 쓰면서도 여러 장치를 통해 외부와 이어지는 느낌을 훌륭히 구현해 냈다.
임 건축사는 “집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적 정취에 몰입되고, 옥상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개방감 속에서 다시 세계와 연결되는 설계 의도를 체감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집의 외벽은 단단한 자연석인 파주석으로 처리했다. 건물의 외벽은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이기 때문에 거주자에게, “외부로부터 구분된다”는 심리적 안정을 주는 것에 신경 썼다. 파주석으로 쌓아 올린 외벽은, 거리에서 보면 마치 자연의 한 부분으로 느껴져 풍경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내부는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해 날 것의 느낌을 유지했으며 천연 목재 소재의 붙박이 가구는 외부의 자연이 실내까지 이어진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설계하면서 가구도 함께 디자인해 건축물 설계와 공간구성이 일체감을 가질 수 있게 했다.
건축주 이정윤 선생은 “직접 주택을 지으니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 수 있어 좋다”라면서 “집 안에서도 무등산의 정취와 풍광을 매일 느낄 수 있는 점도 참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좁은 부지의 한계를 가능성으로 바꾼 지산돌집 설계자 임태형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임태형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지산돌집’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설계 의뢰 과정에서 재미있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끔 지나는 무등산 입구 길에 차를 타고 가며 보게 된 좁고 흥미로웠던 부지의 ‘매매’ 푯말을 보고 사진으로 담아두었는데요. 바로 1주일 후에 건축주가 집을 짓겠다며 보여준 부지가 바로 그곳이었어요. 그날 바로 부지 매입과 설계 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설계 과정에서는 당시까지 의뢰받은 프로젝트 중에 부지면적이 가장 협소한 사례로서 공간적 한계 극복 방안과 무등산 초입 미관지구에 속해있는 집의 경관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커다란 질문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Q.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아내셨는지요?
네 개 층으로 이뤄진 내부 공간의 시퀀스를 단편적으로 끊어가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다채로운 공간구성이 연출되도록 노력했습니다. 의도적으로 스킵한 공간과 가변적 구획, 붙박이 가구, 프레임이 없는 창호가 주는 디테일, 적재적소에 배치한 시선 창 계획 등도 공간의 개방성 극대화에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경관에 대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입장에서 바라보려 했습니다. 거주자에게 있어 집의 경관은 도시(전체)에서 집(일부)으로 집(일부)에서 다시 도시(전체)로 관점이 전환되는 일련의 순환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시퀀스를 망라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적 정취에 몰입되고, 옥상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개방감 속에서 다시 세계와 연결되는 설계 의도를 체감하게 됩니다.
주변을 빠르게 지나치는 순간에도 부정형 자연석(파주석)의 거친 질감을 통해 자연과 도시의 경계로서 이 집이 인식되기를 바랐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건축주께서 부지를 구입했던 시점에는 미관지구 후퇴선과 통과도로의 소요 폭 미달로 인한 면적손실을 예상하실 수 없었습니다. 설계 착수 후 법규검토 단계에서 초기 예상보다 많이 협소해진 땅에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최초에 염두에 두었던 생활조건들을 모두 수용해야 했기 때문에 평면이나 단면적 레이아웃을 매우 효율적으로 다루어야 했습니다. 애초 협소 주택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막상 설계에 돌입하고 나서는 ‘과연 무언가에 대한 결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충분한 거주성이 확보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게 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건축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사용자의 의견이 조화를 이룰 때 훌륭한 결과를 냅니다. 둘 중 하나에 치우치게 되면, 열심히 하고자 하는 동력이 상실되고 이는 곧 완성도 부족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설계를 시작하며 이 둘 사이의 조화를 잘 맞추는 것에 지향점을 뒀습니다.
지산돌집의 경우 특정 소재나 공간의 분위기 그리고 기호적 측면에서는 건축주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이러한 요소들의 조합과 안배, 적용의 수준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건축사의 판단과 이에 따른 결과물로 설계 전반의 정합성을 획득하고자 고민하였습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지산돌집은 제가 처음 사용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한 재료들이 대거 등장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결과물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갖게 했던 작품입니다.
외관에서 지배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자연석(파주석)의 사용과 실내 마감에서 전체적인 노출콘크리트 마감이 특히 그러했으며, 특정 개구부의 느낌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준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저희가 만들어낸 최종적인 집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안착시키도록 노력했습니다. 석재는 단순하게 하나의 집에 사용된 개인적 기호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도시와 자연의 경계, 미관지구라는 도시적 맥락에서 해석하면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즉흥적 아이디어와 난립하는 요구 조건들의 무질서를 수용하여 건축사가 의도하는 질서와 의미를 부여하고 궁극에는 하나의 개념을 획득해 내는 과정으로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내부와 외부, 가구와 건축의 일관성, 기성품과 수공예적 만듦새의 조화로움을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러 디테일과 구성적인 부분을 고민했었던 프로젝트입니다. 절대적으로 협소한 공간에서 입체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을 창출해 내야 한다는 압박은 오히려 좋은 자극이자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심사에 반영되어 나름의 평가를 받았다고 봅니다. 또한, 그동안 지역(광주광역시)에서는 협소 주택의 범주에 이렇다 할 작품이 출현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지역 건축문화의 다양성에 일조하게 되어 보람이 큽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큰 틀에서는 외적 간결함 속에서 내적 깊이감이 추구해 내는 방식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관심사로서는 경계를 형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재해석입니다. 그리고 건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관성적 작법을 탈피하고자 매 순간 고민합니다.
이정윤 건축주와의 일문일답
Q. 처음 집을 직접 짓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십시오. 그리고 특별히 자연과 도심의 경계에 있는 이 좁은 부지를 선택한 사정도 궁금합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저희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저희 부부끼리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좁고 정형적이지 않은 부지를 선택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하게 되기도 했고요.
Q. 임태형 건축사와 인연이 된 계기는요?
집을 짓기로 하고 광주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건축사님 중에 임 건축사님이 설계하신 작품들이 저희 눈에 들어왔고, 저희가 바라는 점을 가장 잘 구현해 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Q. 내부가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돼서 그런지, 실내에 있어도 마치 집 바깥 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노출콘크리트는 건축사님께서 제안해 주신 것인지요?
아닙니다. 내부 노출콘크리트는 저희가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건축사님께서도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원래부터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한 다른 집들을 보고 나중에 집을 지으면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해야지 하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짓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임태형 건축사님과 잘 소통하며 멋진 집을 지을 수 있었고 이렇게 소중한 상까지 받게 돼 기쁩니다. 너무 애써 주신 건축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저희 광주에 멋진 건축물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 [수상 그 후㉒] 2022 광주광역시 건축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지산돌집’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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