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㉑] 2022 인천광역시 건축상 장려상 ‘해찬솔 작은도서관’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05.09 14:36
화려한 송도국제도시 속 작은 휴식 같은 건축물
설계자 김경택 건축사 “강한 끌림 주는 건축물 되도록 설계”
송도 주민들 부담 없이 찾는 일상 공간으로 자리 잡아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스물한 번째 작품은 2022 인천광역시 건축상 장려상 수상작 ‘해찬솔 작은도서관’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새로 지어진 커다란 건축물들이 높이를 자랑하며 각기 특징 있는 색깔을 뽐내는 곳. 코엑스, 킨텍스 등과 함께 여러 전시행사가 개최되는 송도컨벤시아와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가 먼저 떠오르는 곳.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송도를 마천루와 화려한 야경으로 기억한다.
2022년 인천광역시 건축상 장려상 수상작 ‘해찬솔 작은도서관’(김경택 건축사, SINA건축사사무소)은 이러한 화려한 송도국제도시 속의 작은 휴식 같은 건축물이다. 이름 ‘해찬솔’은 도서관을 둘러싼 공원의 이름이다. 각자 사연을 안고 화려한 도시 송도에 터를 잡은 송도 주민들은 수변공원을 걷다 이곳에서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다.
“강한 끌림 주는 건축물이었으면”
설계자 김경택 건축사는 “규모는 작지만, 공공도서관이니 모든 사람이 자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면서 “저 건축물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라는 강한 끌림을 주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건축사의 바람처럼 이 건축물은 작지만,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인상을 준다.
김 건축사는 설계 과정에서 특히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직사각형 모양이 아니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수평선과 사선의 조합으로 이뤄진 매스는 “저곳은 어떤 곳일까”라는 자연스러운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이어 건축물에 접근하면 약간 경사진 큐블럭 외벽과 커튼월 창, 구멍이 뚫린 가벽이 우리를 맞이한다. 방문객들은 단차를 없앤 입구를 통해 바쁜 일상 속 독서와 휴식의 공간으로 들어가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다.
타공 시멘트 블록이 만드는 신기한 경험
입구로 들어가는 과정도 색다르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타공 시멘트 블록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만드는 다양한 그림자는 마치 우리가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만든다. “이러한 전이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장치이자 완충공간”으로 만들었다며 “입구로 바로 들어가는 것보다 이러한 공간을 지나게 해 방문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는 것이 설계자의 설명이다.
흙과 궁합 맞는 벽돌로 꾸민 외관
벽돌로 마감한 이유에 대해 김 건축사는 “벽돌은 세월이 지나도 그 느낌이 잘 변하지 않는 재료”라며 “특히 콘크리트 바닥보다 흙이 많은 공원에 벽돌은 궁합이 잘 맞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건축사는 외벽이 단순한 사각형이 아니라, 경사져 있어 벽돌을 쌓기 쉽지 않았지만, 최대한 공원이라는 주변 환경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려 가로가 길고 폭이 좁은 큐블럭을 골랐다고 덧붙였다. 이런 정성 덕분인지 건축물은 주변 환경과 잘 조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서관 내부 조명도 사선이 특징인 외부 매스 특징을 따라 각기 자유로운 디자인의 사선 모양으로 꾸며졌다. 창문도 획일적으로 만들지 않고 제각각 높이와 크기를 다르게 만들었다.
‘저어새가 드나드는 자연환경 특화도서관’, 2019년부터 공원 속 작은도서관 사업을 추진 중인 인천광역시 연수구는 이곳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리고 이곳은 건축주 연수구청 그리고 설계자 김경택 건축사의 바람처럼, 송도 주민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부담 없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설계자 김경택 건축사와의 일문 일답이다.
김경택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2020년에 인천광역시 연수구청에서 발주한 용역으로 해당 부지가 송도국제도시라는 점을 감안하여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공공도서관이므로 모두가 자주 찾을 수 있어야 하며, 저 건축물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강한 끌림을 주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또한 공원 안에 있어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했으며 편안히 책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과 매우 특이(유니크) 해서 다른 데서 전혀 볼 수 없는 형태를 만들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Q. 그렇게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평면 디자인을 10개 이상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매스스터디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평면을 디자인하고 그 다음 입면을 디자인하는 수평적인 프로세스가 아닌 동시다발적인 입체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현장 사진을 몽타주로 입혀가면서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스터디와 건축모형도 같이 만들어가며 매스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같이 이루어졌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발주처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예산문제와 관리상 문제로 평범한 디자인으로 귀착되지 않도록 제 의견을 강하게 개진했고, 그 과정에서 발주처와 마찰도 있었지만 결국 제가 원했던 디자인으로 종결되었습니다.
Q. 설계 실무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감동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감동이란 공간이나 형태 등 건축물과 관련한 모든 부문에서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꾸 보고 싶듯이 자꾸 가보고 싶어지고 그 안에서 머물고 싶어지는 건축물을 만들고자 항상 노력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감동이라고까진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자꾸 가보고 싶고 그 안에서 머물고 싶은 건축물을 만든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공공건축물이다 보니 감리를 직접 하지 못해 설계 시 고려했던 디테일이 잘 반영되지 못한 점 그리고 예산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고 여러 번 마감재가 당초 계획과 달리 변경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결과물이 나온 것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지명도도 낮고 규모도 작은 건축사사무소가 작품을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인천광역시 건축상은 정말 오랫동안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받았습니다. 주어지는 일에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작품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고, 또 인정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수상이라고 할까요?
Q. 최근 들어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최근 관심사는 ‘설계의도 구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철근을 구조도면대로 시공하는지에 대한 감리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설계자의 디자인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시공이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감리가 꼭 필요합니다.
설계자를 배제한 현장이 너무나 많고 설계자가 현장에서 아무런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설계자가 공공이든 민간이든 설계의도 구현을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시공사 현장소장이 설계자에게 매일 시공 사진을 보내고 그에 대한 체크가 면밀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설계의도 구현에 대해 건축주, 시공자, 설계자 그 어느 누구도 필요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물론 그에 대한 설계, 감리비 정상화가 더 절실할 것입니다.
인천 연수구청 김효윤 주무관과의 일문일답
Q. ‘송도’ 하면 우선 화려한 도시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요. ‘해찬솔 작은도서관’은 이와는 달리 일상 속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건축물인 것 같습니다. 설계 관련 논의 과정에서 중점을 뒀던 부분이나 어려웠던 점은 있었는지요?
아무래도 공원 내에 위치하다 보니 공원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개방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원래 정체성인 도서관답게 차분한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는 방향을 중점으로 설계를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과정에서 김경택 건축사님께서 굉장히 다양한 설계안을 제안해주셨고 여러 논의 끝에 현재 모습으로 결정되었네요. 또 저보다는 건축사님이 많이 어렵고 힘드셨을 것 같아요. 최적의 도서관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여러 가지 설계안들을 만들어 주시느라 굉장히 고생하셨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Q. 김경택 건축사 설계안이 선정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이 건축물의 여러 특징 중 가장 알리고 싶은 것을 하나만 꼽아주신다면?
김경택 건축사님은 해찬솔공원 작은도서관이 위치한 연수구 내 다양한 건축물 설계를 하신 이력이 있어 지역 상황을 잘 이해하고 계실 거라 믿고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해찬솔공원 작은도서관에는 많은 특징과 장점이 있어서 하나만 꼽기가 참 어려운데 공원을 관통하는 듯한 통창구조와 숲과 일체감이 있는 듯한 건축물 형태가 장점인 것 같습니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숲속에서 책을 읽는 기분을 느낄 수 있고 공원을 걷는 사람들도 도서관을 하나의 편안한 숲속 공간처럼 느낄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Q. 건물이 지어진 지 3년이 지났습니다. 당초 기획대로 건축물이 잘 이용되고 있는지요?
도서관은 현재 많은 지역주민의 사랑을 받으며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고양이나 새들을 비롯한 동물들도 간혹 들리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출처 - [수상 그 후㉑] 2022 인천광역시 건축상 장려상 ‘해찬솔 작은도서관’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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