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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⑰]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우수상 ‘ST송은빌딩’

[수상 그 후⑰]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우수상 ‘ST송은빌딩’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03.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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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자리한 휴식 같은 전시공간
세계적 건축사사무소 HdN과 정림건축 협업으로 탄생
준공 후 1년 반, HdN 특별전 시작으로 각종 전시 이어져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열일곱 번째 작품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우수상 수상작 ‘ST송은빌딩이다.

ST송은빌딩 남동측 전경(설계=임진우 건축사 ·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피에르 드 뫼롱 건축사 · Herzog & de Meuron, 사진=김현수)
 

아침엔 우유 한잔 / 점심엔 FAST FOOD / 쫓기는 사람처럼 시계 바늘 보면서 /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경적소리(NEXT ‘도시인 중에서)

강남은 분주하다. 노래 도시인이 나오던 1990년대 초반부터 아니 그 이전에도 강남은 항상 분주했다. 바뀐 것이라면 아침에 우유 한잔 대신 커피 한 잔을 대신 든다는 것 정도?

강남에서의 만남은 대개 합리적인(Reasonable) 만남이다. ‘Reasonable’, 그렇다. 강남은 이유와 이유가 부딪쳐 이뤄지는 공간이다. 강남에 이유 없이 쉬러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곳에 세워진 건축물도 보통 존재 이유가 명확하다. “여기 좀 제발 봐 달라 1층 상업시설과 실제로 보지 않아도 빼곡하게 책상들로 채워진 모습이 보이는 상층의 사무공간. 너도나도 분주하게 강남 거리를 오가지만 해거름 무렵이면 주섬주섬 옷과 짐을 챙겨 강남을 떠난다. 예정된 일정에 따라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이들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은 끼어들기 힘들다.

파격(破格, 격을 깨뜨림).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민간건축물 부문 우수상 수상작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ST송은빌딩은 강남 한복판에 파격을 만들었다.

 

ST송은빌딩 북동측 전경(설계=임진우 건축사 ·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피에르 드 뫼롱 건축사 · Herzog & de Meuron, 사진=김현수, 심기섭_드론)
 

송은문화재단, 젊고 유명한 예술가를 발굴·지원하고자  송은(松隱) 유성연 전 이사장이 만든 재단이다. 재단의 새로운 사옥 ‘ST송은빌딩은 재단 사무공간인 동시에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커다란 전시장이다. 2021년 가을 준공 후 1년 반, 이곳은 예측하기 쉬운 전형적(Typical)인 건축물로 채워져 있던 강남구 청담동 도산대로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왔다.

외벽은 거친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됐고 외형도 육면체가 뾰족한 삼각형이 돋보인다. 그래서 이 건축물은 산업화 이후 강남에 얹힌 특유의 공간적 흐름에 파격을 가한다. 이곳에서 2020년대를 사는 강남 도시인들은 잠시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

한국 측 파트너 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설계를 담당한 HdM의 피에르 드 뫼롱 건축사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시기마다 당시 유행에 따라 생겼다가 쉽게 없어지는 건물들 속에서 (송은빌딩처럼) 공적인 기능을 띄는 건물은 수명이 더 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 상가들보다 지속가능성, 연속성이 가능하기에 그렇게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준공 이후 이곳에서는 개관과 함께 열린 건축사사무소 헤르조그 & 드 뫼롱 특별전 ‘HERZOG & DE MEURON. EXPLORING SONGEUN ART SPACE’를 시작으로 송은문화재단 소장품전 ‘PAST. PRESENT. FUTURE.’, 마지막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SUMMER LOVE 2022’ 등 여러 전시가 이어지며 휴식 같은 숨은 소나무’(松隱)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기현철 NID(Next Integration Design)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ST송은빌딩 1층 로비(설계=임진우 건축사 ·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피에르 드 뫼롱 건축사 · Herzog & de Meuron, 사진=김현수)
 
 

정림건축 기현철 NID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정림건축 기현철 NID 본부장(사진=(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Q. 어떤 계기로 이 건축물을 설계하게 되셨나요? HDM과의 협업과정도 궁금합니다.


송은문화재단이 ST송은빌딩을 설계해 줄 해외 건축사를 찾아가, HdM을 지명했습니다. 이어 한국에서 프로젝트를 총괄할 건축사사무소로는 기존 사옥을 설계한 정림건축이 선정되었습니다. HdM의 디자인을 한국 현지에 안착시키기 위해 정림건축이 한국문화와 건축주의 요구를 대변하게 된 것이죠.

협업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설계 초반부터 법규와 심의 인허가 절차 관련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 방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사선제한 제약 등 지역적 법규, 소방, 전기, 기계 설비 및 구조의 제약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해결해야 했습니다. 설계팀들이 서울과 바젤을 오고 가며 함께 진행했습니다.

Q. 강남 한복판 들어서는 전시 공간. 쉽지 않은 과제였을 것 같습니다. 설계 과정에서 주변의 맥락(context)을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도시의 맥락은 매우 일반적입니다. 주변 건축물은 대체로 기능적이고 유리와 금속을 주로 사용하고 있고 유럽의 큰 거리처럼 뚜렷한 균일성이 없습니다. 도산대로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들은 저마다 이곳의 랜드마크가 되고자 합니다.

건물의 높이도 역사도 소재도 매우 다양합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ST송은빌딩 문화적 기능뿐만 아니라 도심이라는 맥락 안에서 강한 존재감이 부각되길 바랐습니다.

Q. 말씀하신 강한 존재감을 구현하신 방법은?

삼각형 모양이라는, 강력한 표현을 통해 재현된 아이콘으로서 눈에 띄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또한 콘크리트 재료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창과 개구부를 최소화하고 단단한 벽체를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사람들은 도심 속에서의 낯설음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 이번 수상이 어떤 의미인지?

건축과 미술이 결합하여 시민들이 수준 높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낍니다. 공공과 민간에서 해외 유명 건축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이런 경향은 비판적 시각과 아울러 문화로서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바가 있습니다. 선의의 경쟁과 협업을 통해 더 좋은 건축을 시민들에게 선사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출처 - [수상 그 후⑰]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 부문 우수상 ‘ST송은빌딩’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