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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⑯]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우수상 ‘맘껏놀이터’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우수상 ‘맘껏놀이터’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02.20 15:03
  •  

 

엄마, 아빠가 물장구치던 야외수영장 터에 만들어진 놀이 공간
최정인 건축사 “틈과 프레임으로 큰 놀이 공간 재창조”
놀이기구 없이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완성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열여섯 번째 작품은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우수상 수상작 맘껏놀이터. 

 

맘껏 놀이터 전경(설계=최정인 건축사 · 일상 건축사사무소, 사진=노경 작가)
 

서울이지만 아직 공터가 많은 지역에서 자랐다. 지금은 뉴타운으로 개발된 곳이지만 1980년대 후반에는 동네가 모두 놀이터였다. 학교가 파하면 집에 가방만 던지고 나와 맘껏 놀았다. 특별한 놀이기구가 없어도 별 상관이 없었다. 술래잡기, 다방구에 딱지치기까지 하고 구멍가게에서 하드 하나씩 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1980년대의 어린이는 그래서 지금의 어린이들에게 미안하다. 지금은 동네마다 놀이터가 없지는 않지만 맘껏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지난 몇십 년 동네 풍경은 갈수록 화려해졌지만, 아이가 놀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2023년의 아이들은, 한바탕 뛰어논 뒤 저녁 바람에 땀을 식히는 여유를 알기가 쉽지 않다.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우수상 수상작 맘껏놀이터’(최정인 건축사, 일상건축사사무소)는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전라북도 전주시를 대표하는 덕진공원에 들어선 맘껏놀이터는 어린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건축사는 아이들에게 놀이기구 없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그 시절의 기억을 선물하기 위해 이 공간을 설계했다.

 

상공에서 내려다 본 맘껏 하우스 전경(설계=최정인 건축사 · 일상 건축사사무소, 사진=노경 작가)
 

이곳은 한 세대 전 야외수영장이 있던 공간이어서, 근처에 사는 지금의 부모 세대에게는 또래들과 함께 물장구치던 기억이 생생한 곳이다. 20여 년 전 이 수영장이 없어진 뒤 빈 공간으로 방치되던 이곳에 이들의 아이들이 뛰놀게 되면서 같은 공간에서 부모와 자녀의 기억이 이어지게 됐다.

최정인 건축사는 프로젝트를 대하면서 건축이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놀이터, 공원, 조경이 중심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맘껏하우스는 하나의 건물이 아닌 그냥 큰 놀이공간 정도로 인식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최 건축사는 이러한 공간을 만드는 장치로 틈과 프레임을 활용했다. 실내공간은 최소화하며 외부공간을 최대한 확보했으며, 이 외부공간에는 이동의 목적이나 잠시 머무르는 공간의 함의를 갖는 을 신경 써 설계했다. 또한 프레임은 단순히 건축물 형태를 규정짓는 역할에만 그치지 않는다. 뛰다 지친 아이들에게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안전을 지키는 난간 역할도 수행한다. 또한 각종 놀이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지지대가 되기도 한다.

맘껏 하우스 진입로(설계=최정인 건축사 · 일상 건축사사무소, 사진=노경 작가)
맘껏쉼 외부(설계=최정인 건축사 · 일상 건축사사무소, 사진=노경 작가)
박공 프레임으로 구획된 2층 야외 공간(설계=최정인 건축사 · 일상 건축사사무소, 사진=노경 작가)
 
 
 

맘껏하우스를 설계한 최정인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최정인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설계자 최정인 건축사 · 일상 건축사사무소(사진=최정인 건축사)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1990년대까지 야외수영장으로 이용됐지만, 수영장이 없어지고 오랜 기간 방치돼 있던 이곳에 아이들이 모여 놀 공간이 만들어지길 원했습니다.

놀이의 기억이 있는 장소에 다시금 놀이의 행동이 쌓이는 공간이 된다는 것은 부모 세대와 현세대 아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맘껏하우스라는 건축물이 하나의 건축물이 아닌 거대한 놀이시설처럼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물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은 조경이고 놀이공간이라 생각했습니다.


Q (앞 질문에서의)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놀이공간을 만드는 건축적 장치는 틈과 프레임입니다. 물리적으로 꼭 필요한 실내공간만을 넣으면서 최대한 실내로 규정되는 공간을 최소화하고, 그와는 반대로 외부공간과 사이공간 즉 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각 실들은 각각 분리하였습니다. 틈은 이동이 목적이 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머무르기도 하는 부피가 있는 공간이며, 혹은 활동은 이루어지지 않으나 시야적으로 음향적으로 통과가 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틈을 만들어 준 것은 아이들이 일방적인 방향성을 갖는 움직임이 아니라 사방팔방으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박공 목재 프레임(글루램)으로 건축물의 형태를 규정짓고 공간감을 갖게 하였습니다. 프레임은 적당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안전을 위한 난간 역할을 하며, 각종 놀이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지대 역할을 합니다. 놀이기구를 만들어주는 것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부분 공공프로젝트가 겪는 부분일 텐데, 사용자 입장과 관리자 입장이 다르기에 적당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발주처 담당 주무관이 의지를 갖고 설계자의 의도를 최대한 드러낼 수 있게 도와준 것이 나름의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적 지향점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저희 사무실 이름이 일상(日常)인 것에서 지향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본적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들의 작업으로 그들의 일상이 어떻게 변할까. 어떻게 되기를 원할까?”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는 아니더라도 안정감 혹은 즐거움이 되어주는 요소가 될 수 있고자 하는 것이 지향점일 수 있겠습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일상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끔 맘껏숲과 하우스에 갑니다. 어떤 아이들은 하우스에서 어떤 아이들은 물덤벙에서 또 다른 아이들은 나무그늘에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공간을 활용하며 놀이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에 즐거움이 있는 놀이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나름 잘 반영되고 있고, 부족한 부분은 아이들 스스로 채워가면서 더 힘이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2022 건축문화대상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앞서 지난 2020년에는 신진건축사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경험도 있어서 건축문화대상과 인연이 깊은 편인데요. 2년 전에는 저희가 특별히 잘해서 라기보다는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이번에 상을 받고 나서 식구들과 수상에 대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름 괜찮은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이끌려 노력하고 있고 우리가 열심히 해나가고 있구나, 그 노력에 대해 조금은 인정받고 있구나.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주시청 문수진 주무관과의 일문일답

Q ‘맘껏하우스를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형화된 놀이시설에 아이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유롭고 주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터 중심의 놀이터를 조성하고 놀이공간을 보다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놀이·휴식·보호자 대기 공간의 성격으로 맘껏하우스를 건축하게 됐습니다.

Q 설계를 맡은 일상건축사사무소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맘껏 숲&하우스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해 진행한 사업인데요. 이중 설계분야는 유니세프가 설계자 결정과 섭외를 담당했습니다. 일상건축사사무소는 유니세프로 인해 인연을 맺게 됐지요.

Q 완공 후 원래 의도대로 맘껏하우스가 잘 이용되고 있는지?

의도대로 잘 이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맘껏하우스의 경우 건축사님이 설계도 잘했지만, 당초 설계의도대로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시공 기간에도 수시로 현장 방문하면서 관심을 놓지 않았고, 전주시에서도 놀이활동가를 채용해 매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그러한 노력은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Q ‘맘껏하우스와 비슷한 취지의 건축물 짓기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프로젝트 과정에 참여하며 다양한 모험을 즐기며 자유롭게 활동하는 아동 친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아이들의 욕구를 알아야 하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끝까지 관심을 놓지 않아야 진심이 통하는 공간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맘껏하우스와 비슷한 공간을 구상할 분들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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