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산청 남사마을 <원정매>
진양 하씨가 32대째 살아온
남사마을 분양고가의 <원정매>는
원정공 하즙 선생이 직접 심은 수령이 680여년이나 된,
<산청3매>중의 하나로서 유일한 홍매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매화나무로서
분양고가인 고택 이름을 따서 <분양매>라고도 불린다
원줄기는 2007년에 동사하였었는데
몇 년 후에 뿌리쪽에서 곁가지 하나가 살아나서
간신히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다행히도 해마다 쑥쑥 자라서 점점 수세가 풍성해지고 있어서
상당히 반갑고 고무적이다
원정공 하즙 선생은 고려 말,
충숙왕 때 문과에 급제한 후, 진천부원군에 봉해졌고
원정이란 시호를 받았다
후에, 단속사에 <정당매>를 심었던 강회백이
그의 초상화를 보고
“도량이 존엄하며 성품이 화순하고 관대하였다
그의 호연함은 가을 달과 같고 온화함은 봄바람과 같았다.”라고
평했다 한다
<원정매> 앞에는 원정공이 쓴
영매시(詠梅詩)를 새긴 시비가 서 있다
「 집 앞에 일찍 심은 한 그루 매화
한겨울 꽃망울 나를 위해 열었네
밝은 창에 글 읽으며 향 피우고 앉았으니
한 점 티끌도 오는 것이 없어라 」
<원정매>는 꽃잎이 여린 분홍색의 겹꽃 홍매화인데
나무높이 5.5m, 수관폭 5m, 꽃의 지름은 2.5cm로 들매화 계통이다
남사마을 주차장 뒤쪽의 최씨고가 안에 있는 <최씨매>와 많이 닮았다
예년보다 열흘정도 일찍 피어 이제는 시들기 시작했다
분양고가의 집 뒤뜰에는
원정공의 손자로 영의정을 지낸 하연 선생이 7세에 심었다는
630여년 된 감나무도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로서
아직도 감이 열리고 있다 한다
원정매가 있는 분양고가는 오랜 기간동안 집이 비어 있었으나
올해는 대문이 활짝 열려있고 후손께서 거주하시며
고가 체험 숙박을 운영하고 있었다
남사마을 오매불망(五梅不忘)
산청의 남사마을(남사예담촌)에는
집집마다 오래 묵은 매화나무 한두 그루씩
없는 집이 없다
그 중에서도 하씨, 정씨, 최씨, 이씨, 박씨 등
마을의 다섯 문중을 대표하는 다섯 그루의 매화나무
‘오매불망五梅不忘’이 유명했었다
남사마을에는 골목을 따라 늘어선 고택 담 안쪽에
매화나무를 비롯해 기품있는 오래된 나무들이 유독 많다
두 그루 나무가 X자로 가지를 교차해 자라는
이씨 고가 앞 돌담길 회화나무는 남사마을을 대표하는 명물이고
‘산청3매’로서 우리나라 매화 중에서 최고령을 자랑하는
하씨 고가의 <원정매>를 비롯하여
옅은 분홍빛의 가녀린 몸매를 자랑하는
최씨 고가의 <최씨매>가 있다
사효재에는 기이하게 자라고 있는 500년 된 향나무가 있고
선명당에는 우람한 단풍나무 노거수와
남사마을에서 가장 늦게 꽃을 피우는 <정씨매>가 있다
남사마을 뒤쪽 사수천 건너편에는
이순신 장군께서 백의종군 때 묵어갔다는 자리에 세운 사당 니사재가 있는데
니사재 마당에는 가지와 가지가 붙은 연리지인 배롱나무와
<박씨매>가 나란히 있다
그리고 마을 중앙주차장 옆에는
근래 들어 전통염색 체험장으로 쓰이고 있는 남호정사에
마을에서 가장 화려한 매화를 피우는
<이씨매>가 있다
원정매元正梅
시 : 김태근
매화 향기에 제대로 취하고 싶으면
지리산 자락 산청으로 오시라
대한민국 아름다운 마을 1호 남사 예담촌
그 곳에 있는 매화집에 가 보았는가
700여년 최고령 매화나무의 기상을 보았는가
오는 세월을 인내하여 피어난 그 기품을 느껴 보았는가
매화 중에 매화, 원정매元正梅 향기여
숨죽이고 숨죽이며
고목에서 이어져 나와 여린 가지에 꽃을 피우고
겨울을 이겨낸 매화 향기 온 누리에 퍼진다
밝은 창가에서 주역 읽는 하즙 선생이 되어
원정구려에 앉아서 매화향기에 취하니
마음은 이미 사무사思無邪의 경지에 도달하였다
원래의 숭고한 몸속 겉 뿌리에서 후계목이 탄생하니
이 얼마나 경이로운 탄생인가
그 매화 향기 이화백이 그림으로 담으니
원정매 향기 다시 태어나 천년 만 년 이어지리라
꽃 중의 꽃 원정매元正梅여
다시 700년이 지나 피고 또 피어나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등불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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