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선비의 정기가 흐르는 함양 개평(介坪)마을
- 기자명 김진섭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라온
산에서 흘러 내리는 두 개울 사이에 있는 마을
개평마을은 함양에서 가장 먼저 생긴 양반촌으로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에서 8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지곡면에 자리하고 있다. 지은 지 100여 년이 넘는 크고 작은 한옥 60여 채가 전통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자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와 문화재 자료를 시작으로 중요 민속문화재까지 다양하고 중요한 문화자료가 공존하고 있다.
개화대 마을이라고도 하는 개평(介坪) 마을은 지형이 개(介)자 모양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들 평(坪)자를 함께 써서 개평이라고 일컬으며 마을과 잇닿아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어 ‘개들’이라 불리기도 한다. 풍수지리설로는 배설이라고 하여 배의 형상을 띄고 있는 마을 형태 때문에 우물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울길을 따라 마을길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마을의 전설을 확인하게 해주는 종바위가 우물과 우물 자리의 위치를 표시해주고 있는데 마을에서는 다섯 개의 우물 외에는 일절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 강점기때 이곳에 초등학교를 세우면서 새로 우물을 판 이후로 마을이 기울었다고 한다.
옥계 노진 선생의 호를 따서 마을 앞 계곡을 옥계천이라 부르게 되었고, 문헌공 정여장 선생의 종가가 있는 마을이다. 옥계 선생이 경상감사 시 상을 당하여 묘소 옆 산막을 치고 임시 집무소를 만들어 집무를 하였다 하여 그 골짜기를 산막골이라고 부르고 있다.
전통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자리하고 있는 마을
예부터 함양은 선비와 문인의 고장으로 이름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일두 정여창이다. 비록 사화에 연루되어 유배되고, 다시 1504년 갑자사화 때 부관참시까지 당하는 고난을 겪은 인물이지만 성리학사에서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과 함께 5현으로 칭송되는 인물이다. 이곳 개평마을에 일두 정여창의 생가인 ‘정여창 고택’ 또는 '일두 고택'이라 부르는 정여창 생가가 있다. 정여창 고택은 1570년 정여창 생가 자리에 지어진 이후 후손들에 의해 여러번 중건 되었다. 현재 민속자료 제18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유적으로서의 명칭은 문화재 지정 당시의 건물주 이름인 '함양 정병옥 가옥'으로 되어 있다. 정여창 고택, 일두고택, 정병옥 가옥은 모두 같은 곳이다.
개평마을이 있는 지곡면에 들어서면 '함양일두고택'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이고, 그 아래로 오담고택, 하동정씨고가, 노참판댁고가 등의 표시가 보인다. 민속자료 제186호인 일두고택(정여창 고택 : 정병옥 가옥)은 일두 선생이 타계 한지 일세기 후 그가 살던 터전에 새로 지은 집이다.
일만 제곱미터의 넓은 대지 위에 자리하고 있는 '일두고택'은 명당지로 소문나 있으며, 전형적인 경상도의 양반집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솟을대문을 비롯하여 행랑채, 사랑채, 안채, 곳간, 별당, 사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곳 일두고택(정여창 고택)은 TV 드라마인 '토지'에서 최참판댁의 촬영 장소로 알려진 곳이며, ‘미스터 선샤인’의 고신애 집으로 촬영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솟을대문에는 다섯 명의 효자와 충신을 배출했음을 알리는 5개의 정려를 게시한 문패가 편액처럼 걸려 있고, 솟을대문을 지나 바로 정면에 보이는 사랑채에는 흥선대원군이 썼다고 하는 ‘충효절의’와 김정희의 글씨라고 하는 ‘백세청풍’이라는 커다란 글씨가 걸려 있으나 고증은 안 된 상태이다. 사랑채 앞마당 끝에 석가산의 원치(石假山 園治)가 있다. 보통은 후원에 정원을 잘 꾸미는데 이 집은 사랑채의 마루에서 내려다보며 운치를 즐길 수 있게 조성되어 있다. 사랑채의 내루는 구조가 간결하면서도 단아하고 소박한 난간과 추녀를 받치는 활주를 세우고 가늘고 긴 석주를 초석으로 삼았다. 또 루하의 기둥 사이를 판자로 막아 수장처로도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사랑채에서 일각문을 지나 안채로 들어가면 일자형으로 놓인 안채를 만날 수 있고, 대청마루 뒤로 사당 건물을 볼 수 있다. 좌측에 아랫방채가 있고 안채 뒤편에 별당과 안사랑채가 있으며 그와 별도로 조상을 모신 가묘(家廟)가 있다. 안채 뒤편으로 사당 외에 별당과, 안사랑채가 따로 있다.
개평마을은 14세기에 경주김씨와 하동정씨가 먼저 터를 잡았고, 15세기에 풍천노씨가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마을에는 대부분 풍천노씨와 하동정씨가 살고 있다. 개평마을은 530년 전통의 가양주인 지리산 솔송주가 유명하다. 하동정씨 문중에 대대로 내려온 솔잎으로 담그는 솔잎 술로 1997년 후손들에 의해 복원,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개평마을의 골목길은 골목마다 종가와 고가가 자리하고 있다. 1880년에 지어졌다는 하동정씨고가, 1838년에 지어진 오담고택, 풍천노씨 대종가 등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전통 가옥들이 보인다.
개평마을은 ‘좌 안동 우 함양’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선비마을이다. 정겨운 담장 길의 골목길을 돌아 나와 만나는 개울은 한옥과 어우러져 그 모습까지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출처 : 함양군청]
개평한옥마을 주소 : 경상남도 함양군 지곡면 개평길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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