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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⑨]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 ‘모여가’

[수상 그 후⑨]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 ‘모여가’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2.11.02 15:32
  •  

부산 남구 대연동에 지어진 새로운 형태 공동 주거 주택

설계자 오신욱 건축사 “‘모여 사는 가치’에 중점…여덟 집 모두 매력 갖도록 노력”

건축주 김종준·안은주 부부 “평면 계획부터 세대 요구 반영돼 만족도 높아…공용공간도 잘 이용돼”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그 아홉 번째 작품은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 모여가’(설계자 오신욱 건축사)이다.

 

모여가 전경(설계자=오신욱 건축사, 사진=윤준환 사진작가)
 
 

이렇게 모여가 있으니 참 기분 좋다.”

얼마 전 장인어른 칠순 잔치 참석차 경상남도 창원 처가를 방문했다. 몇 년 전 병치레 후유증으로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장인어른이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잘났건 못났건 그 자리에 함께 모여 있었다는 것만으로 모두는 서로에게 기쁨이 됐다. 모여 있다는 것, 경상도 사투리로 모여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민간 주거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모여가’(설계자 오신욱 건축사, .라움건축사사무소)의 이름은 바로 이 경상도 사투리 모여가에서 따왔다. ‘모여가()’는 보고 싶은 사람들끼리 말 그대로 모여가(모여서) 사는 집()이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8세대 규모로 지어진 이 집은 수직으로 매끈히 뻗어 있는 다른 아파트 단지와는 상당히 다르다. 균일한 집들 사이의 구분과 사생활 보장에 신경 쓴 다른 아파트와 달리 공유와 공동생활에 더 많은 신경을 쓴 건축물이다.

두 집의 마음 맞춤이 시작이었다. 설계자 오신욱 건축사와 알고 지내며 모여 사는 집을 꿈꿨던 사람과 공동육아를 위한 공동체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뭉쳤다.

아파트와 다른 공동주택을 만들기 위해 설계자는 전용 부분과 전용이 아닌, 즉 함께 쓰는 부분 사이 관계에 집중했다.

오신욱 건축사는 각 세대를 조금씩 어긋나게 배치하면서 아파트의 한계를 벗어나 마치 모여 있지만 조금씩 달랐던 옛 골목 속 단독주택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마치 2015년 방영된 응답하라 1988’ 속 쌍문동 골목처럼, 이웃들이 모여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던 그 모습 말이다.

물론 그 과정이 쉽기만 한 건 아니었다. 달리 살아온 세월 두께만큼 상상한 주택의 모습도 달랐다. 또 기존 아파트처럼 관리 주체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청소나 쓰레기 배출 문제 등에서 갈등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괜히 모여가에 모여가 살다가 서로 실망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다행히 기우였다. 함께 살기로 마음먹은 여덟 집은, 집을 지은 후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부터, 서로의 생각과 처한 상황, 육아 방법 등을 공유하면서 마음의 교집합을 넓혀 갔다. 공동육아의 바탕이 되는 작은 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모여가 전경(설계자=오신욱 건축사, 사진=윤준환 사진작가)
 
 

지금도 모여가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함께 청소하고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쳐 가며 큰 어려움 없이 함께 사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건축주 중 한 명인 양은주 씨는 입주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평면 계획 단계에서부터 각 세대의 요구가 잘 반영되어 세대별 만족도가 높고, 구성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건물의 공용 공간도 잘 이용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모여가 2022 아카시아건축상을 받기도 한 설계자 오신욱 건축사는 모여가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점에 대해

 여러 가족이 모여서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모여 사는 것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가치를 공간 속에서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여덟 집의 위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집이 각자의 장점이 있도록 했다고 했다.

다음은 설계자 오신욱 건축사와 모여가에서 다른 일곱 가족과 모여 사는 김종준·안은주 부부의 일문일답이다.


 

설계자 오신욱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오신욱 건축사(주.라움건축사사무소)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신욱 건축사 : 여러 가족이 모여서 집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모여 사는 것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가치를 공간 속에서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심에서 여러 집을 설계하다 보면, 채광이나, 조망, 층수의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8집의 위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시기와 부러움이 없도록, 모든 집이 각자의 장점이 있도록 하였습니다.

Q.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그래서 일상 속에서 집을 드나들 때, 서로가 살짝 인기척을 느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목적이 있을 때는 쉽게 모여서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적절한 관계를 맺어주려 했습니다. 그 공간은 집마다 현관 앞에 포켓 공간이 있고, 각 집에서 서로 시선의 교차가 이루어지는데요. 1층의 집은 복층으로 하고, 분리하여, 단독주택 같은 장점이 있도록, 동향의 집은 테라스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남향의 집은 층고를 높게 하고, 중정을 만들어주는 방법으로, 최상층의 집은 다락과 전용 옥상을 만들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아파트만 선호하는 시대에서 도심에 많은 다세대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이것을 통해 다세대의 조건이 좀 더 나아지고, 마을 단위의 주거가 많이 생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평면의 빌라가 아니라,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단독주택 장점을 지닌, 새로운 다세대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충분하게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이 있지만, 현시대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대부분 구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모여가'에 들르신 적이 있는지? 있다면 그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자주 들릅니다. 갈 때마다 아이들이 쑥쑥 자란다는 것을 느낍니다. 의도한 대로 잘 작동하고 있어서 매우 흐뭇합니다. 때가 묻고, 사람의 손길이 더해져서, 살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Q. 2019년 당시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건축사로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신진건축사상을 받고, 꼭 이 상을 받아보는 것이 목표가 되었었는데, ‘모여가를 통해 받게 되어,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깨가 더 무거워졌는데요. 계속 거주자들이 좋아하는 살아있는 집이 되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도 들었고, 앞으로의 책임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Q. 최근 2022 아카시아건축상을 수상하셨는데 그 소감도 듣고 싶습니다.

아카시아 건축상은 건축물이 지어지고, 몇 년 후 건축사의 의도대로 잘 유지되고 있는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 더욱 흐뭇합니다. 그리고 해외의 건축사들에게도 이 작품이 소개되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 협회가 수상의 기회를 준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현재 원주에 모여가 후속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모여가와는 달리 형제, 자매가 노후에 모여 살기 위해 5가구를 짓고 있는데요. 이 작업에서는 건축사 욕심보다는 사용자의 입장·생각을 더욱 담으려 했습니다. 제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점점 건축사로서 제 자신만의 욕심은 줄어가고, 오히려 사회적·도시적·지역적 관점에서 좋은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작품에 묻어내고 싶어집니다. 그것이 우리 건축사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건축주 김종준·안은주 님과의 일문일답

Q. ‘모여가는 건축을 처음 고민하는 과정에서부터 건축주와 건축사가 인간적인 공감 속에서 소통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함께 모여사는 공동주택 건축을 고민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신혼 때부터 몇 군데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땅에 발을 붙이고 주변 환경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습니다. 아파트에서는 왠지 하늘에 붕 떠 있는 사각형 유리 박스 속에 산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아이들이 호기심을 펼치고 세상을 느끼며 살기에 마당과 옥상 등 다양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주택이 적합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마침 땅콩주택 등 주택 관련 다큐 프로그램이 TV에 나오기 시작했고, 부산에도 젊은 건축주들이 지은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찾아볼 수 있었기에 직접 지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오신욱 건축사님과의 인연은 언제 시작된 것인지, 그리고 건축 당시 특별히 주문하신 내용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그 외 오신욱 건축사님과의 협의 과정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부산에 지어진 다양한 건축물을 탐방하던 시기에 남편의 학교 선배님이자 남편이 근무하는 대학교에 출강하고 계시던 오신욱 건축사님이 설계하신 여러 건축물도 모두 찾아보게 되었는데, 흰색의 절제되고 세련된 아름다움이 저희가 원하던 모습의 건물에 가까워 적합한 땅이 나오자마자 건축 과정에 대한 조언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Q. ‘모여가는 공동체가 사라져 가는 각박한 시기, 아이 키우는 3040 세대들의 고민으로부터 탄생한 건축물인데요. 현재 건축주 측에서 원하신 대로 건축물이 잘 이용되고 있는지요?

A. , 평면계획 단계에서부터 각 세대의 요구가 잘 반영되어 세대별 만족도가 높고, 구성원들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건물의 공용 공간도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Q. ‘모여가 건축과정에서 느끼신, 바람직한 건축주와 건축사의 관계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A. 건축주는 자신들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구체화하고, 건축에 대한 기초공부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건축사님과 협의한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건축사님은 건축주에게 좋은 건축의 요소들을 제안해 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지금 모여살기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먼저 시도해 본 선배로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사실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도 모여 살기의 모습이잖아요. 아파트보다 형태적으로 좀 다른 건물에서 좋은 이웃과 어울려 교류하며 살아보자는 평범한 마음으로 시작하신다면 누구라도 하실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출처 - [수상 그 후⑨] 2019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 ‘모여가’ < 인터뷰 < 피플 < 기사본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