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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옥의 재탄생을 위한 몇 가지 제언(提言)

[시론] 한옥의 재탄생을 위한 몇 가지 제언(提言)

  • 기자명 강이건 건축사‧올림 건축사사무소 
  •  입력 2023.12.14 16:27
  •  수정 2023.12.14 16:30
 
올림 건축사사무소 강이건 건축사 (사진=강이건 건축사)

 

 

요즘처럼 한옥을 고찰하기 좋은 때도 없을 것이다. 한옥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현대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 한옥을 주제로 글을 쓴다. 

한옥은 독창성을 가진 유일무이한 주거 양식이다. 구조적·미적 의미가 있는 기둥 배흘림, 하지와 동지 시기의 햇빛을 모두 고려한 친자연적인 처마 기능, 나무와 흙이라는 친환경 재료를 통한 시공, 북방계 문화와 남방계 문화가 공존하는 온돌과 마루 등에서 한옥의 독창성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독창성으로 인해 한옥은 인류의 유산으로 높이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한옥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한옥을 보는 곳은 국가가 지정한 전통문화 거리가 대부분이다. 간혹 보이는 한옥도 거주지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의 주거형식이 한옥에서 양옥으로 바뀌게 된 이유는 시대적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6·25전쟁을 겪으면서 주거 건물이 파괴됐고, 타국의 원조로 건물이 지어졌다.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이 대체로 양옥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한옥의 수는 줄어들었다.이후 타국의 건축 지식을 수용하면서 양옥의 숫자는 더욱 늘어났다. 또한 인구증가와 밀집으로 인해 대지 부족 문제가 더해지면서 단층과 마당으로 이뤄진 한옥보다 양옥의 수요가 증가했다.

한옥이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거주 공간으로서 한옥은 선호되지 않는다. 한옥과 양옥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이 도드라진다. 한옥은 위치에 따라 공간을 구분하는 반면 양옥은 가구를 통해 공간을 나눈다. 개인의 독립성이 중시되는 시대인 만큼 한옥의 모호한 구분은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책상, 의자, 침대 등 가구를 활용하는 양옥과 달리 좌식 위주의 한옥의 생활형도 현대에서는 선호되지 않는다. 발을 표면에 닿으며 생활하는 한옥의 생활양식이 위생적이지 못하다는 인식도 있다. 창호의 차이도 있다. 유리를 활용하는 양옥의 경우 기밀성(氣密性)은 물론 조망까지 확 보할 수 있다. 반면 한지를 활용하는 한옥은 기밀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실외에 있는 한옥의 화장실도 실내에 위치한 양옥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한옥을 거주 공간으로 보다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양옥의 한옥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몇몇 건축물을 보다보면 양옥임에도 건물 본체에 한옥의 지붕과 배흘림을 활용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양옥 건물임에도 한옥의 외 관을 채택해 한옥화를 선택한 경우다. 황토나 한지 등을 내부소재로 활용한다면 여름을 시원하게 나고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더불어 한옥의 단점을 보완해야 한 다. 창호의 한지는 유리처럼 막힌 구조가 아니라 열린 구조다. 유리와 달리 환기를 할 때 굳이 문을 열지 않아도 된다. 한지는 습도가 높을 때 수분을 흡수했다가 건조할 때 증발시킨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한지에 공기청정의 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쉽게 손상된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리창과 한지 창으로 이중창 구조의 창을 유지해 볼 수 있다. 낮에는 유리창을 개방해 한지의 장점을 활용하고 밤에는 유리창으로 한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한옥의 방 구조도 양옥처럼 개인 독립성을 위해 서재, 거실, 욕실, 부엌, 거실 등 기능에 따라 방을 배치한다면 한옥의 불편함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화장실을 실내에 위치하는 것도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인식의 변화다. 한옥을 구식으로 생각하는 대중의 인식이 달라진다면 한옥의 매력을 더욱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중뿐 아니라 전문가 집단인 건축사도 주거 공간의 선택지 중 하나로 한옥을 고려하고, 한옥의 재해석을 더한다면 한옥의 재탄생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강이건 건축사‧올림 건축사사무소 news@kira.or.kr
 

출처 - [시론] 한옥의 재탄생을 위한 몇 가지 제언(提言 < 시론 < 오피니언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