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선종(禪宗) 제일의 가람, 실상사(實相寺)
- 기자명 김진섭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라온
- 입력 2022.11.22 13:58
- 수정 2022.11.22 14:00
통일신라 구산선문 중 처음 창건된 사찰
실상사(實相寺)는 전라북도 남원시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소속의 사찰이다. 조계종 제17교구 금산사의 말사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남원시에 속해 있으나 실제로는 경상남도 함양군과도 가까운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사찰이 대부분 산속에 지어진데 반해 남원시 산내면의 들판 가운데 자리 잡은 것이 특이하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때 증각대사 홍척(洪陟)이 도의(道義, 道儀)와 함께 당나라에 들어가 선법(禪法)을 깨우친 뒤 귀국해서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산문(實相山門)을 개산(開山)하면서 창건하였다. 그 후 도의는 장흥 가지산에 들어가서 보림사(寶林寺)를 세웠고, 홍척은 이 절을 세운 뒤 선종(禪宗)을 전파하였는데, 풍수지리설에 의거하여 볼 때 이곳에 절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정기가 일본으로 건너간다고 하여 이 절을 건립하였다고 한다. 그 뒤 2대조 수철(秀澈)을 거쳐 3대조 편운(片雲)에 이르러서 절을 크게 중창하고 선풍을 더욱 떨치게 되었다.
흥덕왕이 태자와 함께 이 절에 귀의할 정도로 왕실의 관심을 받았으며, 이후 선종이 크게 일어나 실상학파를 이룰 정도가 되었다. 신라말 구산선문(九山禪問) 가운데 가장 먼저 세워진 선종의 대표 사찰이다.
그러나 실상사는 조선 시대에 들어 차츰 쇠퇴하기 시작했다. 1468년(세조 14)에 화재로 모두 불타버린 후 200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었고, 승려들은 백장암(百丈庵)에 기거하면서 그 명맥을 이어왔다. 숙종과 순조, 고종 때 세 차례 걸쳐 중건해 다시 세워졌으나 거대한 규모였던 예전의 모습을 다 찾지는 못했다.
실상사가 조선 시대에 전소된 것은 정유재란 때 일본군에 의한 것이라는 등 왜구와 얽힌 설화가 많이 전해진다. ‘일본이 흥하면 실상사가 망하고 일본이 망하면 실상사가 흥한다’는 구전이 있을 정도로 왜구들의 끊임없는 도발과 임진왜란 당시 혹독한 고초를 겪었다. 일본에게 너무 잦은 시달림을 당해왔기에, 동종에 일본 지도형상을 새겨넣은 채 타종을 하였다.
한국 전쟁 중에는 지리산을 무대로 한 빨치산과 토벌군의 전투로 수난을 겪었으나 사찰과 문화재가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부속 암자로 백장암과 서진암, 약수암이 있다.
실상사의 풍경
실상사는 야외 박물관이 따로 없어도 될 정도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찰이다. 국보로 지정된 백장암 삼층석탑을 비롯해 10점이 넘는 보물급 문화재 등 신라 시대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단일 사찰로는 최대 규모의 문화재이다.
경내에 들어서면 실상사 삼층석탑이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그 후면 가운데 보광전이 균형 있게 자리하고 있다. 보물로 지정된 실상사 삼층석탑은 상륜부가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걸작품으로 불국사 석가탑의 상륜부를 복원할 때 이 탑을 본떠 복원하기도 하였다. 1980년 2월 도굴꾼에 의하여 크게 파손된 것을 문화재관리국의 기술진들이 원형대로 복원하였다.
또한 약사전에 봉안되어 있는 신라 말기의 철조여래좌상(보물, 1963년 지정)은 승려 수철이 4,000근의 철을 들여 주조한 통일신라시대의 걸작품이다. 통일신라 말 지방의 여러 선종 사찰에서 쇠를 녹여 많은 불상을 만들었는데, 이 불상은 그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높이는 2.69m이다. 무릎 아래는 복원한 것이며, 깨어진 두 손도 근래에 찾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여 붙였다. 두리뭉실한 머리 윤곽, 촘촘한 고수머리, 원만하고 시원스런 얼굴, 넓은 가슴에 가는 허리 등으로 보아 신라시대 불상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근엄하고 딱딱한 표정을 띤 이 불상은 온유함과 생동감을 보이던 앞 시대의 불상과 달라 신라 말 불상의 변천 양상을 가늠케 한다.(안내문, 실상사, 2016년)
이 불상은 현재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과 일직선상에 있는데, 우리나라의 정기를 일본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호국적 이념에서 이곳에 안치했다고 한다.
경내에는 정만영 작가가 만든 실상사의 소리풍경이 있다. 안쪽에 들어가면 여러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귀를 사로잡는다.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 참새 소리 등 도심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가 마음의 평안을 가져오는 듯하다.
실상사는 1998년에 문을 연 귀농학교로도 유명하다. 당시 주지스님이었던 도법스님이 만든 학교로 1997년 IMF로 인해 실직자가 된 사람들 가운데 농촌으로 돌아와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였다. 이곳에서는 모든 작물을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등 생태환경운동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인드라망생명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지리산 실상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출처 : 위키백과]
실상사 주소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입석길 94-129
출처 - [지역답사수첩] 선종(禪宗) 제일의 가람, 실상사(實相寺)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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