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㉘]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민간부문 최우수상 ‘콤포트 서울’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11.01
공공을 위한 소월길 연결로의 새로운 제안
두텁바위길과 소월길 사이 단절 잇는 새로운 공간
문주호 건축사 “후암동 새로운 마을길로 인식되길”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스물여덟 번째 작품은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민간부문 최우수상 ‘콤포트 서울’이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厚岩洞). 두터운 바위가 있던 마을. 기자에겐 작은(아버지)집과 작은(크기가 적은) 집이 모두 있는 동네로 기억된다.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 그리고 사촌 누님들이 살던 동네엔 작은 규모의 집들이 많았다. 부모님께서는 구파발 집에서 출발해 통일로를 거쳐 서울역이 나오면 “이제 다 왔다”라며 뒷자리 나와 동생을 깨우셨다. 많아야 1년에 두세 번 하는 방문이었지만 작은집 가는 날은 그냥 좋았다. 서울 하늘 아래 유일한 친척 집 가는 날. 서울역 동편과 남산 사이, 마치 영화의 오버랩 장면처럼 도심에서 바로 작은 집들의 세상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자연스러운 이어짐이 참 좋았다.
이곳 후암동에 새로 지어진 2023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작 ‘콤포트서울’(문주호 건축사, 경계없는작업실건축사무소)은, 도심과 마주한 소월길과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두텁바위길을 이어주는 건축물이다. 이 두 길 사이에는, 마치 도심과 주택가의 경계처럼 15미터 높이의 절벽이 있어 단절될 수밖에 없었지만, 이 건축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설계자 문주호 건축사는 “이번 프로젝트는 후암동 마을에 절벽으로 단절되어 있던 소월길과 두텁바위길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라면서 “기존 소월길 접근로들의 물리적 단차를 극복하는 단순한 장치의 성격을 넘어 누구에게나 열린 새로운 길이 되어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이 되길 원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도심으로 접근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고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해석된다.
이 길은 두텁바위길에서 출발하여 건축공간과 길이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공간을 지나 서울의 풍경을 마주하며 올라가게 된다. 최종적으로 남산과 서울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옥상 테라스에 도달하며 소월길에 도착한다. 같은 건축물 안에 여러 이야기가 담길 수밖에 없다.
지하 1층에는 기존 지형을 활용해 높은 층고와 유리 파사드를 계획했고, 지형의 단차와 부피를 활용해 1층 복층 공간 그리고 2층 외부 마당과 연결된 층고 높은 공간이 구성됐다. 문주호 건축사는 1층에는 외부 계단이 2층에는 골목길 풍경이 공간 분위기를 만들고, 3층부 터는 서울 도심 경치를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문 건축사는 이번 설계에 임하며, 주어진 길의 환경 속에서 길과 공간의 관계를 고민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기존의 길과 공간의 단편적인 관계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새로운 길 자체로 만들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문주호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문주호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본 프로젝트는 후암동 마을에 절벽으로 단절되어 있던 소월길과 두텁바위길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존 소월길 접근로들의 물리적 단차를 극복하는 단순한 장치의 성격을 넘어 누구에게나 열린 새로운 길이 되어 사람들이 모이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공간이 되길 원했습니다.
도시의 공간경험은 대부분 길에서 이루어지는데요. 건축 역시 주어진 길의 환경 속에서 길과 공간의 관계를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기존의 길과 공간의 단편적인 관계로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새로운 길 자체로 만들고자 했고요.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경험과 변화가 만들어질지 관찰하고자 합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후암동과 소월로 사이의 15미터에 가까운 단차를 공간 구성적으로 어떤 이야기와 시퀀스를 배치해 연결할지가 가장 어려운 문제이자 중요했습니다. 시공 난도도 높아 계획을 실현하기에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책임감과 그들의 전문성 덕분에 계획이 잘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서울은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지만 건축의 공간적 지형은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어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간 이야기를 통해 도시의 지형을 새롭게 변화하고 축적하여 시공간적으로 지속 가능하며 서로 관계 맺는 건축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부지를 발견하면서부터 건축주와 함께 마을에 오랫동안 의미 있는 장소를 만들자고 뜻을 같이했습니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마을에서 의미 있게 사용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러기 위해 열린 길을 생각했고 후암동과 소월로를 연결하는 길의 역할을 하는 ‘컴포트 서울’은 마을과 함께할 것이라 믿습니다.
실제로 콤포트서울에 갈 때마다 관찰해 보면 계단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후암동 사시는 어르신도 공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목표가 어느 정도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지금 시대정신을 고려할 때, 공공성과 상업성은 서로 대립하는 흑백논리가 아닌 서로 닮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상업성을 추구하는 민간 건축에서 공공성을 담아내고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한 명의 건축사의 태도로서 증명하는 작업이었고, 이러한 생각을 공감해 주셨다는 점에서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서울은 밀도의 도시이기에 하나의 작은 건축물 안에서도 수직적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수직적으로 놓여있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하나의 건축언어로 묶여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점에 아쉬움을 느낍니다. 현재는 하나의 건축물 안에 존재하는 분리된 이야기를 수직적인 밀도를 유지하며 공간적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충분히 개성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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