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축가 구마 겐고
1. 개요
2. 상세
건축을 지망하게 된 계기는 1964년 도쿄 올림픽으로 건설된 국립 요요기 경기장 (단게 겐조 작)에서 수영을 하면서 감명을 받아서이다. 그러나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등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은 모더니스트들의 천지였던 도쿄대의 성향과 달리 초년부터 현장을 지향하여 건축사무소가 아닌 건설회사 자회사로 들어갔고, 버블 경제의 붕괴를 겪으면서 모더니즘은 물론 1980년대 일본을 지배하던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과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
전환의 계기가 된 것은 1995년 고치현 유스하라정[1]의 옛 공민관 보존 프로젝트로, 1948년 완공된 목조 건물을 이전 개축하는 일을 맡으면서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일본식 목조 건축[2]에 눈을 돌리게 된다. 한편으로 동시기 일어난 효고현 남부 지진(고베 대지진)의 영향으로 철근 콘크리트 등 현대 건축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강해지게 된다. 한편 공민관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유스하라정에서 관청 사무소와 공영 호텔, 도서관 등의 공공건물 설계를 구마가 도맡아서 마을이 구마 겐고 테마파크같은 인상을 풍긴다. 이 점은 선배 단게 겐조가 가가와현 현청사, 체육관 등을 남긴 것이 연상되는 대목.
이후 구마는 나카가와정 미술관(2000), 나가사키현 미술관(2005), 네즈 미술관(2009), 스타벅스 다자이후 점포(2011) 등 목조 건축의 양식을 크게 드러내는 건축물로 지명도를 올렸다. 한편으로 긴자 가부키자, 도시마구 복합청사 등 고층건물의 외장 부분을 맡은 작품도 있다. 커리어의 정점을 쌓은 것은 논란 끝에 자하 하디드의 원안이 백지화되고 맡은 도쿄 국립경기장으로, 현대의 대규모 경기장에서는 이례적으로 외관에 적극적으로 나무를 채용하고[3] 외부 통로 경계를 둘러서도 나무를 심어 '숲의 경기장' 컨셉트를 내세웠다.
도쿄 국립경기장으로 일약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부상한 구마는 2010년대 중반부터 일본 내 목조건축의 전도사 노릇을 자임하고 있다. 고치현 및 오카야마현에서 임업 현장에 얼굴을 내밀고 있고 TV 출연도 잦은 편. 2021년에는 미국 타임지의 세계 100대 인물에 선정되었다.
3. 특징
그렇다고 해서 철근 콘크리트나, 특히 현대에 유행하는 커튼 월 건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철골조나 커튼 월 구조로 기본 틀이 잡힌 건축물에 나무 격자나 오브제를 덧대는 작품이 많다. 대표적으로 나가오카시청 복합시설이나 미나미아오야마 카페건물을 들 수 있다. 어떤 의미로는 21세기판 제관양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제관양식에서 두드러지는 궁정 건축의 기와지붕같은 모양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또한 고도성장기 종식과 버블 붕괴를 통해 쇠퇴기에 걸맞는 건축을 부르짖고 있지만[4] 정작 이름값 때문인지 작품이 초고층 빌딩, 복합시설 등 거대 건축물에서 외관, 인테리어 등 일부분에만 참가한 경우가 많다.
한편 1990년대에 지향점이 바뀌기 전에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작품도 남긴 적 있는데 그 사례로 도쿄 세타가야구의 M2 빌딩[5]이 있다. 건물 중심에 뜬금없이 이오니아식 기둥을 내세운 악취미적인 건축물로 2011년에는 웹진 VirtualTourist에서 세계에서 가장 추한 10대 건축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4. 주요 작품
출처 - 나무위키
2.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약한 건축’을 추구하는 구마 겐고의 건축 철학을 한 권으로 만나보다
구마 겐고(隈研吾)는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등을 잇는 일본의 4세대 건축가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8개나 수상한 일본 건축계에서 세지마 가즈요와 함께 일본 건축의 한 축을 받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의 히로시게미술관, 산토리미술관, 네즈미술관, 아사쿠사 관광안내소, 중국의 대나무집, 프랑스 브장송예술문화센터 등이 그의 대표작이며, 최근에는 도쿄올림픽 주경기장과 가도카와 무사시노 박물관을 설계했다. 한국에도 그의 작품이 있다. 제주 롯데 아트빌라스는 지붕을 현무암으로 덮어 오름을 형상화했고, NHN 춘천데이터센터는 팔만대장경을 보존해온 해인사 장경각에서 모티프를 얻어 설계했다.
일본의 전통 건축기법과 소재로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구마 겐고의 작품에는 태생적인 반골 기질이 깊이 배어 있다. 반건축, 반시대적인 그의 저항은 콘크리트와 철강, 유리를 거부하고 나무, 대나무, 종이, 세라믹, 천 등의 약한 소재를 구조체로 과감히 선택하여 ‘약한 건축’의 가치와 생명력, 미래성을 이야기한다.
도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30년 넘게 건축 설계를 해온 구마 겐고는 이 책에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고 경험했던 다양한 장소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건축 사상이 어떻게 자리 잡고 성장해왔는지 되짚어보고 있다. 르코르뷔지에나 미스 등 건축의 거장으로 불리는 인물들과 그들의 철학에 관한 구마 겐고의 비평이 수록되어 있고, 모더니즘 건축에서부터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일본 건축 역사의 흐름 또한 한눈에 볼 수 있게 기록했다. 아울러 기존의 건축과는 다른 노선을 택한 자신의 도전을 지금까지 자신이 실현해온 작품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저서들이 전문적 건축기술에 집중하였다면, 이 책은 건축가로서의 자신의 성장 과정과 철학적 배경을 들려줌으로써 건축을 전공하는 젊은 학생들이나 건축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 건축적 영감의 토대와 디자인의 다양성을 들려주고자 이해하기 쉽게 서술했다.
건물도, 사람도 장소가 낳는다
구마 겐고는 이 책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 쓰기 시작했다. 건축이 이렇게 나약한 것인가? 인간이 이렇게 나약한 존재였던가? 폐허가 된 땅을 복구할 수 있을까? 일본이 영원히 침몰할 것 같은 암울한 기분이 들었고 미래나 내일의 문제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때 그를 절망에서 구원해준 것이 ‘장소’였다.
“내가 태어난 장소, 나를 육성해준 장소를 생각하자 신기하게 기분이 밝아졌다. 나를 감싸고 있는 주변 공기의 온도가 약간 상승하면서 몸이 따뜻해지는 감각도 느껴졌다.”
사람에게 장소는 그저 의미 없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그 자신이다. 그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등 모든 것이 장소에 깊이 의존하고 있고 그로부터 기인한다. 그래서 건축가는 더욱 ‘장소’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구마 겐고는 거듭 강조한다. 장소는 그저 조용히 존재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매우 섬세하다. 어떻게 하면 그 장소를 파괴하지 않고 지켜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장소를 지키면서 그곳에 물건을 만들거나 디자인할 수 있을까? 장소와의 관계성을 고민한 이런 흔적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위화감을 주는 건축이 아니라 ‘양보하는 건축’, 즉 지역과 토지, 환경, 문화 등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그의 건축 철학으로 발전했다. ‘돌’, ‘대나무’, ‘나무’, ‘종이’ 등 다양한 성질이나 표정을 가지고 있는 소재들을 선택하는 것도 장소와 가장 가까이 밀착하고 적응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약한 것들은 변화에 잘 적응하고 바로 그 약함 때문에 살아남는다.”
모더니즘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미학을 구마 겐고는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다. 강압적으로 하나의 장소를 점유하고 환경을 바꾸는 건축의 범죄적 숙명을 생각할 때 건축물을 짓는다는 행위의 무게감에 무신경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분쇄가 아니라 연결이다
이 책의 원제는 《구마 겐고가 쓴 구마 겐고(隈研吾による隅研吾)》이다. 롤랑 바르트의 책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와 같은 글을 써보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글을 쓰는 바르트와 대상인 바르트가 분리되고 다양한 파편으로 분쇄되는 것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방향성은 정반대다. 바르트가 ‘분쇄’라면 구마 겐고는 ‘연결’이다. 한 개인으로서, 건축가로서 수많은 흔적을 남기고 이동하면서 잘게 분쇄된 ‘구마 겐고들’ 안에 무엇인가 공통적인 것이 흐르고 있지는 않을까, 그것을 찾고자 했다. 그 접착 작업의 열쇠가 ‘장소’였다.
“나라는 확고한 존재는 없다. 수많은 작은 것들이 모여 있는 것이 나다.”
이와 같은 연결 작업은 그의 건축 설계에서도 끊임없이 실현된다. 굴을 뚫어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고, 지면 자체를 바닥으로 만들어 대지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그의 대표작인 히로시게미술관이나 대나무집, 네즈미술관에도 모두 굴이 있다.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고, 오른쪽과 왼쪽,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회와 사회를 겹겹이 연결하고자 하는 그의 집요한 철학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 구마 겐고(隈研吾) ::
1954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이며, 작고, 낮고, 느린 삼저주의로 안도 다다오 이후 일본 건축의 한 축을 받치고 있다. 1979년 도쿄대학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 객원연구원을 거쳐 1990년에 구마겐고건축도시설계사무소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20여 개 국가에서 다양한 건축물을 설계했다. 1997년 ‘모리부타이・도요마마치 전통예능전승관’으로 일본건축학회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에 ‘물/유리’로 미국건축가협회 베네딕투스Benedictus 상을 받았다. 2001년 ‘돌 미술관 石の美術館’으로 국제석재건축상을 수상, 2002년 ‘바토히로시게미술관’을 비롯한 목재 건축으로 ‘스피릿 오브 네이처 국제목재건축상 Spirit of Nature Wood Architecture Award’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네즈미술관’으로 마이니치예술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대표작으로 ‘산토리미술관’, ‘대나무집竹の家’, ‘아오레 나가오카’, ‘아사쿠사문화관광센터’, ‘제5기 가부키자’, ‘브장송예술문화센터’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 《나, 건축가 구마 겐고》 《삼저주의》 《작은 건축》 《일본인은 어떻게 주거해야 하나》 《나의 장소》 등이 있다.
이정환 옮김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 과장을 거쳐,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 및 동양철학, 종교학 연구가, 역학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작은 건축》 《연결하는 건축》 《삼저주의》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지적자본론》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세상을 바꿀 테크놀로지 100》 등이 있다.
3. 구마 겐고의 35년
결핍은 인간에게 영감과 각성을 선물한다. 영감은 인간을 풍요롭게, 각성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이 둘이 바탕을 이룬 것이 구마 겐고의 35년 건축이다
지난 4월 초, 5·18 광주항쟁이 발발한 광주 옛 도청 자리에 세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아시아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비전포럼이 열렸다. 민족주의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베네딕트 앤더슨 미국 코넬 대학교 명예교수를 비롯해 과학철학분야의 권위자 장하석 케임브리지 대학 석좌교수, 아시아 문화전당을 설계한 우규승 건축가 등 국내외 석학 20여 명이 열띤 강연과 토론을 펼쳤다. 아시아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실천적 전망이 오간 이 포럼은 여러 부대 행사를 함께 준비했다. 건축가 조남호, 황동욱과 함께 현장에서 건축 과정을 선보이는 ‘건축 생산 워크숍’이 그중 하나. 일본의 4세대 건축가로 분류되는 구마 겐고(Kengo Kuma, 62세)도 그 자리에 있었다. 열린 건축, 소통의 건축을 대변하는 건축가로 알려진 만큼 국내외 건축가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토론하는 그 자리가 구마 겐고에게는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아시아문화전당을 저 위에서 내려다볼 땐 이렇게 큰 공간이 숨어 있는지 몰랐어요. 우규승 건축가와 쭉 둘러봤는데 흥미로운 곳이 많네요. 스틸을 사용해 빛을 조절한 공간은 아주 모던하면서도 한국적인 맛이 있어 좋았어요. 이곳이 한국에서는 정치적 역사를 지닌 공간이라고 들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에 있는 우리 사무소에서도 역사적 장소와 건물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자리가 더욱 흥미롭네요.”
ⓒMitsumasa Fujitsu
‘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 미술관’(2010). 건축재료는 모두 현지에서 조달한 것으로 지붕에는 뒷산의 삼나무를, 벽에는 근처 지역의 와시를 사용했다.
일본은 유달리 세계적 건축가를 많이 배출한 나라다. 구마 겐고는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등 세계 건축사에 획을 남긴 이들의 뒤를 잇는 일본의 대표 건축가로 1979년 도쿄 대학교 졸업 후 동 대학원에 진학해 건축가 하라 히로시의 연구실에서 집합주택을 연구했다. 당시 도쿄의 소규모 건축사무소에서는 노출 콘크리트 주택을 유행처럼 찍어내던 시대였다. 남들과 같은 것으로 승부하고 싶지 않은 그는 다양한 소재를 경험하고자 대형 설계 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1985년에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일하며 현지 건축가들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스승 하라 히로시 선생의 “건축가가 되고 싶으면 건축가 근처에 있어라”라는 말을 기억한 까닭이다. 일본의 버블 경제와 그의 귀국 시기가 딱 맞아떨어지면서 사무실을 열자마자 설계 프로젝트를 맡았고, 1990년 구마 겐고 건축도시설계사무소를 설립해 지금껏 건축가 구마 겐고로, 2009년부터는 도쿄 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며 작업 중이다.
이쯤 되면 구마 겐고가 건축계의 엘리트 코스를 이수했다거나 출세 경로를 밟았다는 생각이 들 법하다. 도쿄, 베이징, 상하이, 파리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전 세계에서 2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건축가이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순탄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건축가로서 정식 출사표를 던진 데뷔작에서 더없이 쓴맛을 본 장본인이다. 콤페를 통해 당선을 거머쥔 M2 프로젝트(자동차 기업 마쓰다의 프로젝트로 쇼룸을 겸비한 대형 오피스)가 그 쓴맛의 주인공. 벌써 25년 전 일이지만 누구보다 야심차게 준비한 데뷔작이 아닌가. 더구나 건축계는 그가 M2에 담아낸 ‘1980년대의 복고주의적 포스트모던 건축에 대한 판’에 코웃음 치며 오히려 거꾸로 “M2야말로 거품경제의 상징물”이라고 혹평했다. “건축가로서 가장 자존심이 상한 프로젝트였어요. 무엇보다 가장 저를 화나게 한 건 ‘나도 이 건물을 싫어하지만 이 양식을 잘 아는 유럽 건축가들도 이 건물을 싫어할 것이다’라는 주변 선배들의 말이었습니다.”
더구나 M2는 그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작업한 프로젝트였다. 그는 미국에서의 경험을 “일본에서 떨어져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미국에 가기 전까진 내가 있는 장소, 일본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가고 나서 내 고향 일본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라고 회상하지 않았나. M2가 동네북으로 전락하고 도쿄의 거품경제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하자 도쿄에서 그를 찾는 클라이언트도 싹 사라졌다. 2002년까지 10년동안 도쿄에서 단 한 건의 프로젝트도 진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매도 처음에 맞는 것이 낫다고, 그 덕분에 일‘ 본뿐 아니라 유럽 건축가에게도 인정받는 건축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리고 도쿄에서 프로젝트가 없으니 그때야말로 일본의 지방을 샅샅이 돌아볼 기회였죠. 여러 지역을 다니며 강연도 하고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도 하게 됐어요.” 도쿄에서 일이 사라진 10년 동안 그는 건축가로서 치명적인 부상도 당했다. 강연회를 준비하던 어느 날, 사용하던 유리 테이블이 두동강 나면서 오른쪽 손목을 하얀 뼈가 보일 정도로 벤 것. 무려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동맥을 제외하고 근육과 신경 모두 절단됐다. 재수술을 받았고,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권유했지만 그는 포기했다. 오른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되면서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 것이다. “자신감으로 충만한 능동적 자아의 모습에서 멀어지자 부족함으로 가득한 수동적 자아의 모습이 비로소 보였어요. 제 한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지하게 된 거죠. 다치기 전에는 오른손으로 멋지게 스케치하면서 마치 모든 걸 내 맘대로 결정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거든요. 그런데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서 생각이 전환됐죠. 어떤 면에서 그것이 다른 의미의 자유를 준 것 같아요. 컴퓨터 사용이나 글씨 쓰기가 불편한건 아쉽지만 반대로 다른 감각이 더 발달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앞서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녹초가 될 정도로 걷는다. 장소가 들려주는 소리에 홀로 귀 기울이거나 주변을 응시하며 몇 시간 머물다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이고 들리기 때문. “장소를 그렇게 둘러보는 이유는 그 건축에 사용할 재료나 물성이 떠오르기 때문이에요. 사무실로 돌아와 스태프들과 둘러앉아 각자 생각한 재료나 소재,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잡담을 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프로젝트의 방향이 잡혀요. 그래서 저는 잡담을 매우 좋아하죠.”
ⓒTakumi Ota
고치현 유스하라초에 건축한 ‘나무다리 미술관’(2010). 각 공공시설을 연결하는 통로 겸 갤러리로 숙박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구마 겐고는 1990년대부터 20년 이상 유스하라초와 인연을 맺으며 ‘구름 위의 호텔’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만 네 채의 건물을 지었다.
ⓒTakumi Ota
고치현 유스하라초에 건축한 ‘나무다리 미술관’(2010). 각 공공시설을 연결하는 통로 겸 갤러리로 숙박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구마 겐고는 1990년대부터 20년 이상 유스하라초와 인연을 맺으며 ‘구름 위의 호텔’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만 네 채의 건물을 지었다.
편안한 잡담을 위해 그는 직원을 채용할 때도 경력자보다 대졸자를 선호한다. 최근 중소기업에서 대졸자를 기피하고 경력자를 선호하는 한국의 상황과는 상당히 다른 점. “경력 직원을 뽑으면 아래 직원들은 아무래도 윗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요. 경력자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알은척하는 경우가 많고 주변의 의견을 잘 듣지 않으려 하는 경향도 있죠. 한마디로 잡담이 힘들어져요. 전 되도록 모든 직원의 의견을 고루 들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프로젝트 진행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과정이죠. 또한 저희 사무실에서는 설계 회의를 할 때 반드시 모형을 올려놓고 의견을 교환해요. 모형 없는 토론은 추상적인 이야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요. 모형을 올려놓는 순간 훨씬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가죠.”
직원 채용 방법도 독특하다. 오전 10시에 과제를 던져주고 오후 10시에 마감한다. 그 도면으로 면접을 실시해 최종 선발한다. 시험 시간이 상상이상으로 길다 보니 도중에 도망가는 지원자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뽑힌 직원들은 프로젝트 진행 중 어려움을 맞닥뜨려도 포기하는 일이 적고 독립 후에도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는다고. “독립하는 직원들에게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나랑 똑같은 거 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예요. 새로 시작하는 건축가에게 주어진 특권이 바로 자유니까요.” 그것은 구마 겐고가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돌아와 건축사무소를 연 당시는 산업화가 정점을 찍던 20세기 말, 콘크리트 건축이 그야말로 각광을 받던 때다. 완벽에 가까운 노출 콘크리트 작업으로 알려진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압도적 존재감을 뽐내며 일본 전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구마 겐고는 자서전 <나, 건축가 구마 겐고>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충격적이고 자극적이었으며 두말할 필요 없이 멋져서 학생 대부분은 그 뒤를 좇았다. 오히려 나는 그 멋진 부분을 뛰어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출 콘크리트를 안도 씨 이상으로 깨끗하고 완벽하게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가 노출 콘크리트를 한다고 해도 안도 씨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가 이렇게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해도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성장의 시대에 딱 들어맞는 건축이었다. 그러나 다가올 21세기는 소통의 시대였다. 건축도 변화하는 것이 맞았다. 무엇보다 구마 겐고는 콘크리트로 지으면 건물이 커진다는 사실에 반감이 있었다. 생명을 지닌 어느 누구도 스케일이 큰 상대 앞에선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공간에서는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끼기 힘들다. 그에게 건축의 기본 역할은 공간에 머무는 사람이 따뜻하고 편안한 기분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구마 겐고는 콘크리트처럼 20세기를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대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자연적 재료에 집중했다. 돌, 나무, 종이, 패브릭…. 그것은 약한 건축의 상징이다. 시간이 지나면 썩을 수도, 부서질 수도, 찢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잘만 연결되면 콘크리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부드러운 힘이 나온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리고 그 점이야말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닮았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그가 추구하는 ‘장소의 건축’에서는 기하학적 유닛의 연결과 반복이 이어진 독특한 패턴의 파사트와 동양적 선을 강조한 목재 사용이 두드러진다. 거기에선 자연이 주는 온화한 압도감이 느껴진다. “콘크리트는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굳고 완성되는 반면, 목조 건축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집니다. 보수를 하지 않으면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지만 보수만 잘하면 콘크리트보다 훨씬 수명이 긴 것이 나무입니다. 그리고 나무, 패브릭 같은 부드러운 재료는 조금만 달리 배치해도 전체적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저에겐 더없이 매력적인 소재죠.”
ⓒDaici Ano
미술관 사이에 운하가 흐르는 독특한 장소에 설계된 ‘나가사키 현 미술관’(2005). 양 옆으로 갤러리동과 미술관동이 구분되어 있다. 갤러리동 일부와 옥상을 잔디로 덮어 옆 공원과 연결된 느낌을 주었다. 밝은 낮 동안의 경관도 인상적이지만 야경 일루미네이션이 특히 아름답다.
‘기로잔 전망대’, ‘구름 위의 호텔’, ‘워터/글라스’, ‘나가사키 현 미술관’, ‘산토리 미술관’ 등 자연주의적 건축을 표방한 건축물 중 유독 인기가 많은 건 일본 다자이후텐만구 신사 앞에 있는 스타벅스다. 구마 겐고는 이 프로젝트에도 나무를 사용했다. 독특한 점은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아닌 건물의 신축 프로젝트, 즉 건물의 구조체에 나무를 사용한 것. 4개의 나무를 깎고 엮어서 구조체의 한 세트로 만든 후 이를 계속 이어나갔다. 이 건축물은 완공된 후 관광 명소로 크게 주목받았고, 이 프로젝트로 구마 겐고는 스타벅스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강연초청까지 받았다. 목조 건축으로 이목을 모은 또 하나의 작품은 2002년, 최초의 해외 프로젝트인 대나무 만리장성 저택 ‘Commune by the Great Wall’이다. 베이징의 개발업자 부부가 아시아의 대표적 건축가 12명을 선정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컨템퍼러리 스타일의 빌라를 설계하는 작업이었다. 국내에서는 승효상 건축가가 클럽하우스를 디자인하며 크게 회자되기도 했는데, 구마 겐고 역시 이 작업에 함께했다.
소니, 에르메스, BMW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이곳에서 런칭 행사를 하고 르네 젤위거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곳을 다녀갔다지만 구마 겐고가 그곳을 설계할 당시엔 도처가 난관이었다. 예산은 지나치게 적었고 시공 기술은 형편없었다. 서양에서 유행하는 건축 스타일을 아무렇지 않게 복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중국인의 인식도 그에겐 낯설었다. 하지만 여기에 무릎 꿇을 그가 아니었다. 장소에 맞는 독특한 재료와 현지의 장인을 찾아내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건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유를 갖고 생각을 달리하자 대나무라는 소재가 눈에 들어왔다. 현지의 시공업자를 어르고 달래 시간이 지나도 대나무가 썩지 않는 시공 방법을 가르쳤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중국인을 통솔하기 위해 도쿄 사무실에 있던 스태프를 베이징으로 보내 매일 직접 클라이언트를 상대하게 했다. 스태프가 매의 눈으로 현장을 누비니 중국인도 설렁설렁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완성한 대나무집 ‘Commune by the Great Wall’은 12명 건축가의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 됐다. 그의 건축은 이렇듯 장소에 쉽게 녹아든다. 제주도에 돌무덤 형태로 지은 제주볼(Jeju Ball) 프로젝트, 안양예술공원에 설치한 작은 파빌리온 프로젝트 페이퍼 스네이크(Paper Snake), NHN 춘천 연수원도 마찬가지. 화산섬인 제주에 가장 흔한 현무암을 사용해 외부 파사트를 완성하고 볼 형태로 쌓아 올린 빌라촌 제주볼은 외부의 풍경과 거의 하나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 종이를 테마로 한 안양예술공원의 페이퍼 스네이크도 그렇다. 한국이 종이 문화가 발전한 나라라는 점을 감안, 그는 가볍고 강할 뿐 아니라 빛을 투과하는 허니컴페이퍼라는 재료를 사용해 산속의 쉼터를 완벽히 구현해냈다.
ⓒEdward Caruso
오모테산도에 있는 ‘써니힐’. 펑리수(말린 망고나 파인애플을 등을 넣어 노릇하게 구운 대만의 대표 전통과자)를 파는 카페로 구조체 역할을 하고 있는 외벽의 목재들이 마치 파인애플을 상징하는 듯 하다. 내부 인테리어에도 나무를 사용한 덕분에 은은한 나무향이 실내에 가득하다.
그가 최근 흥미를 보이는 건 사람이 걷는 환경과 그 환경을 둘러싸고 있는 교통수단이다. “지금 일본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기차역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역’이라는 곳은 이동을 위한 장소인 것 같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아, 고향에 돌아왔구나’ 하는 ‘정착’, ‘머묾’의 느낌을 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집에 비유하면 거실의 느낌이죠.”
이번에도 그는 도시와 장소에서 재료를 찾았다. “도쿄 미나토 구의 시나가와는 에도 시대에 에도와 교토를 잇는 국도 개념인 도카이도의 역참지(공공 업무 수행을 위한 교통통신기관)로 호황을 누린 곳입니다. 그래서 시나가와 역 설계에는 전통적 느낌의 목재를 주로 사용할 예정이에요. 한지로 만든 창호 느낌이 나도록 투명한 지붕도 구상 중입니다. 다른 한 곳은 시부야 역인데, 시부야는 젊은이의 거리예요. 화려하고 활기차죠. 그곳에는 LED 전광판 등을 활용한 조명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세계 일주 티켓을 끊어 출장을 다닐 정도로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말레이시아,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십 개의 거대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돌아가지만 다실 디자인, 무대 디자인, 세트 디자인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도 소홀히 하지 않는 구마 겐고. 우리의 삶과 닮은 자연적 소재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비로소 인간은 편안해질 수 있다고 믿는 그를 보며 무게를 뺀 건축의 무한한 무게감을, 그 뒤에 숨은 솔직한 한 건축가의 모습을 발견한다.
“건축물이 완성됐을 때 사람들이 하는 험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완성됐을 때 극찬을 받는 건축물은 이 세상에 거의 없습니다. 새로운 건물은 도시에서 이물질이라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_<나, 건축가 구마 겐고> 중에서
에디터 노블레스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안지섭(인물)
4. 구마 겐고의 건축을 따라가는 여행 - 규슈 편
이제는 구마 겐고다
구마 겐고의 건축을 따라가는 여행
- 규슈 편 -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본토인 탓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규슈.
주도인 후쿠오카를 비롯해 나가사키짬뽕으로 익숙한 나가사키, 활화산인 아소산이 있는 구마모토,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와 유휴인이 있는 오이타 지역 등이 이곳 규슈에 속합니다.
한국 관광객들이 일본 여행에서 가장 선호하는 이곳에도 구마 겐고의 건축이 여럿 있다는 것 아셨나요?
규슈 지방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한번 들러볼 것을 추천합니다.
규슈 게이분칸(예문관)
▶주소: 후쿠오카현 지쿠고시 쓰시마 1131
▶가는 법: JR지쿠고후나고야역에서 도보 1분
공원으로 인도하는 거대한 종이학같은 구조가 일품
규슈 게이분칸은 후쿠오카현이 규슈신칸센 지쿠고후나고야역 앞에 지은 교류시설입니다. 즉, 지역 주민활동의 중심으로서 지역문화를 비롯하여 지역의 자연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과 예술활동 및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라고 해요. 후쿠오카현이 운영하는 지쿠고 광역공원 안에 위치하며, 공원 입구이기도 하죠. 강판, 스테인리스 메시, 녹화 패널, 돌 등 다양한 소재를 여러가지 형태로 마감한 작은 지붕을 모아 하나의 큰 건축물을 이룬 ‘집락’을 형상화 했습니다. 나무 건축물로 유명한 구마 겐고가 사실 여러 소재에 능숙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죠.
물론, 구마 겐고식 목조건축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막힌 밸런스 감각이 돋보이는 목조건축물 ‘별관2’도 준비되어 있으니 아쉬워하지 마시길!
스타벅스커피 다자이후 덴만구 오모테산도점
▶주소: 후쿠오카현 지쿠고시 쓰시마 1131
▶가는 법: JR지쿠고후나고야역에서 도보 1분다자이후 텐만구 역에서 도보 5분
일본의 스타벅스 컨셉스토어
_자연소재를 활용한 전통과 현대의 융합
구마 겐고식 목조 건축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 스타벅스커피 다자이후 덴만구 오모테산도점 입니다. 지역의 특징을 모티프로 하여 인테리어를 하는 스타벅스의 컨셉트 스토어 중 하나로, 다자이후 텐만구의 상징인 매화나무 거리 안쪽 정원에 있습니다.
고치현 유스하라에서 나무 라는 소재를 본격적으로 접한 구마 겐고는 유스하라 우든브리지 뮤지엄 프로젝트에서 건축물을 프레임이 아닌 입자의 집합체로 표현하는 건축관을 확립하였는데요. 이 표현은 다자이후 스타벅스에서 더욱 섬세해졌습니다. 60각(60x60mm)로 재단된 2000여개의 삼나무목재가 입구에서부터 내부까지 이어지는 짜임식 목조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전통적인 다자이후 텐만구 거리 사이에서 개성있지만 튀지 않게 어우러지는 이 스타벅스는 관광객과 주민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이라고 하네요.
코미코 아트 뮤지엄 유후인
▶주소: 오이타현 유후시 유후인초 가와카미 2995-1
▶가는 법: JR규다이본선 유후인역에서 도보 15분
'온통 검은색'인 공간 안에서 빛나는 구마 겐고 스타일
무라카미 다카시, 스기모토 히로시, 나라 요시토모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입니다. 이 건물은 특이하게 삼나무를 검게 그을린 소재인 야키스기로 건물을 덮었는데요. 유후인의 또다른 건축물인 JR유후인역과 구마 겐고의 은사 하라 히로시가 설계한 스에다미술관이 검은색이라는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의미적인 부분 외에도 검은색 건물에 대비되어 활화산인 유후다케산과 전시되는 작품이 돋보이는 것 역시 구마 겐고의 세심한 배려겠죠?
검은색 건물이라고 하면 다소 우중충해보이거나 무겁게 생각될 수 있지만, 야키스기를 무작위로 세로 쌓기 해서 건물 전체에 경쾌한 리듬감이 살아있는데다 철골 서까래로 얄팍한 느낌을 살려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수반을 사이에 둔 두 개의 전시실의 작품이 수반 안에서 겹쳐 보여 새로운 작품이 탄생한 것처럼 보이는 연출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랍니다.
다케다시 역사문화관·유학관
▶주소: 오이타현 다케다시 다케타 2083
▶가는 법: JR호히본선 분고다케타역에서 도보 10분
마을을 대나무로 잇는 리브랜드
2016년 구마모토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역사자료관가 시민갤러리를 개축한 자료관이랍니다. 수로가 있는 조카마치의 길을 따라 흰 벽과 대나무 격자로 이루어진 ‘긴 담장’같은 건물을 따라가다보면 대나무풍 수지로 제작된 엘리베이터가 나옵니다. 엘리베이터에 연결된 길을 따라 뒷산 경사면을 올라가면 에도 시대의 화가 다노무라 지쿠덴(能村竹田)의 집 '지쿠덴소’(竹田荘)가 나옵니다. 이 사적지 역시 '대나무' 건축물입니다.
다케타시(竹田市) ― 대나무밭 ― 이니까 ‘대나무(竹)를 사용해 볼까?’라는 발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 정도로 메시지성이 강한 대나무 사용법을 구사하는 건 구마 겐고 밖에 없을 것 같죠?
참고로 근처에 있는 ‘다케타시 조카마치 교류 플라자 ’(2020) 도 구마 겐고가 설계했는데요, 여기에서는 무대를 덮는 다 란 커 지붕에 대나무 입체 격자를 사용했다는 사실! 건축 자체도 흥미롭지만 도시 브랜드를 혼자서 재정립하는 기획력이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나가사키현립미술관
▶주소: 나가사키시 데지마마치 2-1
▶가는 법: JR나가사키본선 나가사키역에서 도보 15분
건축부지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품은 미술관이
개항의 중심지 나가사키를 닮은 것 같죠?
구마 겐고가 옛 직장이었던 니혼설계와 함께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설계자 공모 참가자격 중에 ‘3000㎡ 이상의 미술관 설계 경험’이 요구되었는데 당시 구마 겐고는 그 조건을 충족시킬 만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결국엔 친수성(親水性)을 중시한 설계안으로 1만㎡의 미술관을 설계하게 되었고 이후 구마 겐고를 공공사업을 쉽게 따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곳 나가사키현립미술관은 운하를 사에 두고 갤러리와 미술관이 브리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외벽은 구마겐고의 특징이 살아있습니다. 바로 화강함 루버 240개가 옆면이 보이게끔 비스듬히, 그리고 들쭉날쭉하게 배열한 것이지요. 나가사키 항이 한눈에 들여보이는 옥상은 전면적으로 녹화(greenification)사업을 벌여 미술관 밖에서도 들어갈 수 있는 옥상정원으로 만들어져 항구와 바다 풍경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기에 제격이랍니다.
구마 겐고의 건축물을 통해 현대 건축의 묘미를 맛보다
구마 겐고 건축 산책
그의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건축전문잡지 《니케이 아키텍처》 의 전 편집장이자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저자가 구마 겐고의 설계를 바탕으로 지은 50개의 주요 건축물을 실제로 찾아가 그 특징을 일러스트로 담아냈다.
저자의 기획과 구상에 대한 구마 겐고와의 깊이 있는 인터뷰까지 담은 《구마 겐고 건축 산책》 은 건축에 문외한인 대중 뿐 아니라 전문가에게도 매력적인 도서이다.
5. 풍경이된 건축 - 제주 아트빌라스
2013. 7. 26. 17:11 https://blog.naver.com/realinte/150172705335 |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데 이어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까지 연이어 선정되며, 제주도는 현재 세계적 관광지로 거듭니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거대한 관광휴양지인 제주도에 최근 우리나라의 대표 건축가 뿐만 아니라 세계적 건축 거장의 건축물들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중 국내외 건축가 5인의 작업으로 지난해 3월 문을 연 '아트빌라스(Art Villas)'는 단순한 건축을 넘어 제주의 자연과 어우러진 또 하나의 풍경이 되고 있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색달동의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리조트 ‘아트빌라스’는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
착공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프로젝트입니다.
8만 3천여 제곱미터의 대지에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별장형 빌라 73세대로 구성된 단지는, 크게 5개의 블록과 커뮤니티 센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5개의 블록은 5명의 건축가가 제주의 대자연을 테마로 각 블록별 마스터플랜과 유닛플랜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약 1년 반의 설계기간과 2년여의 공사기간을 거쳐 지난해 3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어요.
단지 최상부에 위치한 블록 A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이로재 대표)이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대지 북측의 한라산과 남측의 바다를 잇는 수직적 통경축(通經軸)을 모티브로 하여 최대한 단순하고 절제된 형태로
자연 지형에 순응하고자 설계했으며, 각 공간에서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전망을 고려한 계획을 하였습니다. 마치 자연의 경사지에 놓인 하나의 바위 같은 이미지 연출을 위해 제주석과 노출콘크리트로 외부를 마감하고, 내부는 자연으로의 조망을 방해하지 않도록 장식적인 요소를 가급적 배재하였습니다.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대표)는 ‘건물이 아닌 풍경의 재창조’를 개념으로,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이루는 논과 밭, 해안선, 폭포 및 주상절리 등의 요소들을 블록 B 건축의 패턴으로 차용하여
원형과 곡선의 형태에 담아냈습니다.
빌라 내부에서도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중정과 선큰가든, 테라스를 구성하였으며, 전면유리를 사용해
내·외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소통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블록 C는 우리나라 건축가 이종호(스튜디오 메타 대표)가 제주의 바람이 드나드는 집으로 계획했습니다.
지형의 연속성을 살린 배치로 높이가 다른 두 마당을 통해 공간들을 연결하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중정과 선큰가든을 설치하여
해와 달 그리고 바람과 숲이 통하는 집을 만들었지요.
제주의 오름을 형상화한 둥근 지붕으로 독특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는 블록 D는 일본 건축가 쿠마 켄고
(Kengo Kuma and Associates 대표)의 작업입니다.
나무나 돌, 흙 등의 자연재료를 다양하게 구축하여 공간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쿠마 켄고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주의 돌을
곡면의 지붕에 사용하여 제주 자연의 강하면서도 유연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습니다.
디에이 그룹(DA Group)은 한라산의 경관과 우리나라의 조각보 패턴에서 영감을 얻어 블록 E를 디자인했습니다.
입체감이 다른 조각 천들을 리듬감 있게 이어붙인 조각보처럼 서로 다른 볼륨들을 조합하여 지형과 조화를 이룬 건축을 계획하였으며, 내부 공간도 심플하고 실용적으로 구성하였습니다.
한편 리조트 단지 초입에는 프런트와 수영장, 피트니스센터, 라운지, 레스토랑 등의 편의시설로 구성된 커뮤니티 센터가
관문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블록 A를 계획한 승효상의 작업으로, 최상부의 블록 A와 동일한 개념으로 설계하여 단지 전체가 하나의 조화로운 질서를 가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아트빌라스는 여러 건축가가 각자의 개성과 건축언어, 그리고 제주의 자연에 대한 해석을 각 블록의 디자인에 녹여내
흡사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에 다양한 재료로 구성한 콜라주 작품을 보는 듯 합니다.
본 글은 한미글로벌 2013년 여름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글_ 박은숙 기자, 자료제공_ 롯데제주리조트 (별기제외)
[출처] 풍경이 된 건축, 제주 아트빌라스|작성자 한미글로벌
6. 부산 롯데타워, 뱃머리 파도 모양으로 2026년 말 준공
부산시 "진정성 검토해 임시사용승인 연장여부 결정"
29일 부산시와 롯데쇼핑 등에 따르면 롯데 측은 최근 부산시에 롯데타워 공사 재개 계획안을 제출했다.
롯데 측은 또 2019년 4월 전면 중단했던 롯데타워 건립 공사를 3년 만에 재개하기 위해 작업 현장에 방치된 컨테이너 철거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바다에 인접한 부산의 역동성을 반영했다는 것이 롯데 측 설명이다.
위쪽 10개 층에는 전망대, 아트 갤러리 등을 만들고 중간 2개 층에 스카이라운지, 익스트림 스포츠 시설, 스카이 워크를 조성한다.
롯데 측은 오는 4월 부산시 경관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하고 10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변경된 설계에 따른 건축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지난 1월 "롯데 측의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면서 롯데타워에 앞서 건립해 2009년 12월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연 백화점동, 아쿠아몰동, 엔터테인먼트동에 대한 임시사용승인 연장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임시사용승인이 연장되지 않으면 백화점동 등에 입점한 800여 개 점포가 오는 6월부터 문을 닫아야 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2천8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연합뉴스
7. 롯데 잠실 에비뉴엘에 공중 미술관이...구마 겐고 작품 선보여
14일부터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 'SU:M' 전시
"잠실점, 예술과 럭셔리 쇼핑 즐기는 플랫폼으로"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구마 겐고의 설치 작품 'SU:M'. 리움미술관 제공
롯데백화점이 에비뉴엘 잠실점에 세계적 건축 거장 구마 겐고의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고 12일 밝혔다.
구마 겐고는 돌, 목재, 대나무, 천 등 자연친화적 재료를 활용해 혁신적 건축 디자인을 선보인 건축가로 도쿄 올림픽 경기장과 네즈 미술관 등이 대표작이다. 국내에서도 광주 비엔날레와 리움 미술관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롯데와는 제주 현무암을 사용해 지은 프리미엄 리조트 롯데 아트빌라스 숙소 디자인에 참여해 인연을 맺었다. 그는 부산에 지어질 '부산롯데타워'의 설계 디자인도 이끌었다.
구마 겐고의 대형 설치 작품 'SU:M'은 14일부터 5개월 동안 에비뉴엘 잠실점 천장을 따라 이어지는 열린 보이드(빈 곳) 공간에 전시된다. 지난해 리움미술관에서 전시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패브릭 조각조각을 연결한 높이 약 10m의 대형 나선형 조형물로 에비뉴엘의 각 층마다 다른 높이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롯데는 이번 작품 설치를 계기로 에비뉴엘 잠실점을 예술과 쇼핑을 한 번에 즐기는 럭셔리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잠실점 지하 1층에 럭셔리 브랜드 팝업 전용 공간인 '더 크라운'을 조성했다. 이곳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첫 팝업을 시작으로 올해 20개 넘는 럭셔리 브랜드의 팝업 행사를 선보이면서 에비뉴엘 보이드의 실내 하늘에는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하고, 더 크라운에서는 고급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럭셔리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롯데는 그동안 '러버덕', '슈퍼문' 등 잠실에서 대형 공공미술 전시 등 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 구마 겐고의 전시에 이어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들도 에비뉴엘 잠실점에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김영애 아트콘텐츠실장은 "타이틀 'SU:M'(숨)처럼 이번 전시는 매 순간 고객과 숨 쉬며 새롭게 발전할 에비뉴엘의 상징성을 담았다"며 "에비뉴엘 보이드가 새로운 경험과 행복을 선사하는 '공중 미술관'이 되도록 다양한 전시물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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