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 통도사 <오향매> (2023.03.26.)
2019년 2월에 통도사 <자장매>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오향매>를 처음 발견했었다
다섯 갈래의 우람한 고목에 아직 채 꽃망울도 달리지 않은 나목이었기에
아래에 있는 안내판을 보고서야
지리산 골짜기에서 옮겨온 통도사의 새로운 식구,
매화라는 것을 알 게 되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윽한 매화향이
부처님께 향 사르며 예배하는 성불을 향한 수행자의 향기, 즉
1) 수행자가 계율(戒律)을 잘 지키는 향기(戒香)
2) 수행자가 마음을 쉬게 하는 향기(定香)
3) 수행자의 마음에 걸림이 없는 향기(蕙香:혜향)
4) 마음을 뛰어 넘는 향기(解脫香)
5) 수행자의 마음에 나와 남의 구별이 없는 향기(解脫知見) 등
다섯 가지의 향기를 닮았다 하여 오향매라고
주지스님이 지었다
지리산 남녘 깊은 골짜기에서 자생한 이 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고매이다
여러 귀한 인연으로 통도사에 뿌리 내리고
순백색의 꽃을 피워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공양하고
영축총림의 일원으로
당당히 도량의 주인이 되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소개말이다
그리고 품위와 격조가 있으면서도 정이 묻어나는
주지스님의 환영사라고 할 수 있겠다
<오향매>의 등장으로 인해
영각影閣 앞의 마당은 통도사의 ‘매화 정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영각 바로 앞에 통도사의 스타, <자장매>가 턱 버티고 서 있고, <자장매>의 맞은 편,
천자각과 영산전의 측면 모서리에 <오향매>가 새로 자리를 틀었다
그리고 <오향매> 앞뒤로 젊은 청매 4그루가 호위를 하며
울을 만든 모양새이다
다만, 영각과 영산전으로 이루어진 이 환상적인 정원이
대웅전과 종무소 쪽으로의 통과동선으로 인해서 가끔 분위기를 깨는 것은
‘매화 정원’의 아쉬운 점이다
영각影閣은 역대 주지 및 큰스님들의 진영을 봉안한 건물로
정면 8칸 측면 3칸의 긴 장방형 평면으로 된 팔작집이다
현재의 건물은 1704년(숙종 30)에 다시 지었고
처음에는 영자전이라 불리다가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탄 후에 다시 복원하기 위하여 건물 상량식을 마쳤더니
전각 앞에 <자장매>가 저절로 돋아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영산전靈山殿의 영산靈山은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한 영취산의 준말이다
후불탱화는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던 정경을 묘사한 영산회상도이고
그 주위에 여덟 폭의 팔상도八相圖를 배치하였다
팔상도는 석가모니 생애를 여덟으로 나누어 묘사한 불화이다
이와 같이 팔상도를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영산전靈山殿을
팔상전(八相殿, 捌相殿)이라고도 한다
천자각은 학승들을 가르치는 강원(승가대학) 겸 기숙사 건물로 쓰이며
황화각이라고도 한다
<자장매>가 지기 시작하면 <오향매>가 피기 시작한다
한반도의 봄을 연 <자장매>가 질 무렵이면 항상 아쉬움이 앞서지만
그때쯤부터 <오향매>가 피기 시작한다는 것은
또다른 희망이기도하다
순천 승주의 선암사를 '꽃절'이라고 칭송하는데
3월 초순 매화가 피는 시절의 통도사도 그에 못지않다고 말 할 수 있다
사찰 경내 곳곳 요소요소에 매화가 피지 않은 곳이 없고
선방 앞에도 화사한 매화 한 그루씩은 꼭 있다
통도사 <자장매>는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대표적인 매화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UN기념공원의 홍매화가 피고나면
1~2주 후에는 <자장매>도 뒤따라 피어서
'한반도의 공식적인 봄'을 알린다
그러나 올해는 1월 초에 이상고온으로 너무 일찍 꽃을 피워서
<자장매>는 냉해를 입고 말았다
더군다나 유래없는 봄가뭄마저 겹쳐서, 꽃잎이 제대로 달리지도 못했다
특히 꽃잎이 아주 성글게 달리고, 그마저 일찍 시들어서
<자장매>의 화사하고 우아한 자태를 기대했던 관람객들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제, 봄이 깊었다
<영축매>와 <통도매>를 비롯하여
일주문 옆의 <수양매>와 영산전 옆의 <청매>들은 이미 모두 졌고
<육화당 백매>와 <오향매>도 남은 꽃잎을 떨구고 있었다
바야흐로, 통도사의 봄이 조용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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