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김해 봉하마을 <민주매民主梅> (2023.03.11.)
대한민국의 제16대 대통령을 지냈던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퇴임 후에 낙향하여 고향마을에서 사셨던 분이다
서거하기 전까지 생활했던 그 김해 봉하마을 '대통령의 집' 안채 뜰에
아주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고인이 아꼈던 고매화 한 그루 있었다
하지만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노무현재단에서
"이 집은 내가 살다가 언젠가는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집"이라고 했었던
고인의 유지에 따라 2018년 5월 1일부터 '대통령의 집' 을
국민들에게 정식 개방하기 시작함으로써
마침내, 고인의 체취와 흔적이 남아 있는 집안 곳곳과 매화를
전문 학예사의 안내에 따라 둘러볼 수 있게 되었다
2019년에 처음으로 매화나무의 대면이 가능했을 때에는
꽃이 가장 싱그러운 개화시기를 가늠하기 위해서
그 해만 해도 3번의 사전답사를 거친 끝에
3월 중순쯤에 만개하는 개화시기 습성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만들어서 방문 적이 있었다
2020년 봄에는 코로나 19사태로
'대통령의 집' 관람이 중단되어서 아예 매화를 볼 수가 없었고
2021년 봄에는 잠시 관람이 다시 재개 되었지만 이내 중단되고 말았고
2022년 이후에야 차질없이 관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30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대통령의 집' 매화는
안방침실 오른쪽 장독대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밑둥에서 부터 뻗은 여러 가닥의 가지가 위쪽으로 보다는 옆으로 펼쳐져서
전체적으로는 밥사발 모양을 닮은, 소박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띠고 있는
5장의 순백색 꽃을 피우는 홑꽃의 백매화이다
'대통령의 집' 매화는
최근 몇 년간, 좀 여의고 수척한 모습을 계속 보여왔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비교적 생기있는 얼굴로 관람객들을
해사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었다
<깨어있는 시민문화체험전시관>
<대통령 기념관>은 노 전 대통령의 삶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 역사와 시민문화의 성장을 살펴보고
대화와 타협, 토론문화 등을 배우고자 만들어진 공간으로서
대통령 묘역 입구에, 임시 가건물 형태로 유지되던 ’추모의 집‘을 헐고
고인의 사후, 13년 만에 기념관의 건립을 보게 되었다
건물 설계는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했던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 승효상 건축가가 맡았다
건물은 지상 2층 연면적 1,300평의 규모로서, 도로에서 바로 진입하게 되는 2층에는,
시민 편의 시설과 서비스 및 지원시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1층에는 기념관의 중심시설인 전시 공간이 자리 잡았다
관람객들이 먼저 만나게 되는 주출입구인 2층에는
시민들과 어린 자녀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과 가족 쉼터, 수유실이 마련되어 있고
토론 및 모임 활동이 가능한 세미나실, 기획전시 라운지 등이 준비되어 있다
한 층을 내려서야 만나게 되는 1층은
대통령의 전 생애와 참여정부 시절의 국정 철학 및 공과 과를 입체적이면서도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10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체험 및 교육 활동이 가능한 소규모 공연장(다목적 홀)과
대통령 사료를 보관하는 수장고가 갖추어져 있다
지난 2009년 봄에 대통령은 우리 곁을 떠났다
님이 어느날 갑자기 떠난 텅 빈 마당에
언제나 한결같이 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이 고매화는
300년이 넘은 우리 토종의 와룡매이다
현장의 전문 학예사에 따르면,
2008년에 인근의 농장에서 이 곳 봉하마을로 옮겨 오게 된
특별한 인연이 있었다
평소에 농촌의 친환경 농법에 관심이 많았던 노 대통령께서
진주의 <문산농장>에 단감나무 견학을 갔다가
참하고 매력적인 매화나무를 발견하고 칭찬을 했더니
농장 주인이 즉석에서 방문기념 선물로 내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민폐를 우려하여 대통령께서 정중하게 거절하고 돌아 왔는데
다음날 농장 주인이 트럭에 싣고 와서 무작정 내려놓고
가 버렸다는 아름다운 일화가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매화나무에 큰 상처가 남아 있다
생전에 대통령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매화나무의
밑둥에서 부터 줄기까지 껍질이 아주 흉하게 벗겨진 부분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서거하셨을 때 그 상처가 생겼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온다
그런데 학예사께 물어보았더니
아직 '대통령의 집' 매화나무의 이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화의 이름으로는
유명인사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따서 지으면 무난하지만
고인께서 사양하실 것 같아서 포기하고
내가 직접 작명해 보기로 하였다
고인께서 평생을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하셨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키키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하셨으니
고인의 철학과 정신을 살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봉하마을 <민주매民主梅>'라고 부르기로 했다
<지붕 낮은 집>
‘지붕 낮은 집’은 설계 당시부터 부르던 ‘대통령의 집’의
아명兒名입니다.
대통령 내외분과 정기용 건축가가 함께 지었는데,
노 대통령은 ‘부끄럼 타는 집’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름처럼 평평한 지붕을 가진 ‘대통령의 집’은 지하 1층, 지상 1층의
나지막한 건물입니다.
노 대통령은 혼자만 우뚝 서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선과
조화를 이루는집을 바랐습니다.
사람들과도 어울림도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대통령은 자신이 살 집이 새로 들어오면서
그동안 마을 사람들이 보아온 경치를 가리거나 독점하게 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사자바위 아래,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마을 쪽으로 ‘대통령의 집’을 바라보면 뒷산 산세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집의 굴곡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더 멀리 화포천 쪽에서 보면 정말 부끄럼을 타는 것처럼
집의 모습이 전혀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글 출처 : 설계자 정기용 건축가)
올해 5월이면 어느듯 대통령 서거 14주기로
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강산이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우리 사는 세상은 많이 바뀌지 못 한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을 그토록 염원했었던
고인의 노력과 희생으로, 이제는 눈 앞까지 가까워진 것도 같았지만
바로 봄의 문턱 앞에서 아직 시련의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는
고인의 묘비명이다
선과 악, 그리고 정의와 불의를 구별할 수 있는 ‘깨어있는 시민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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