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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22-001. 양산 통도사 <자장매> (2022.02.06.)

 

 

 

 

 

 

 

 

 

001. 양산 통도사 홍매화 <자장매> (2022.02.06.)

 

 

 

올해 통도사 <자장매>의 첫 개화소식은

1월 27일쯤에 있었다

설날 연휴였던 2월 1일에는

연분홍의 꽃망울 4송이가 드디어 꽃잎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고대하던 소식도 들렸다

 

일반적으로 통도사 <자장매>의 개화시기는

소한, 대한을 거친 뒤에, 입춘을 전후하여

그 해의 날씨와 기온에 따라서 2~3주 내외의 시간 차이를 보이면서

꽃이 터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올겨울은 임인년 연초에

40년만의 강추위가 한반도를 강타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기습 한파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현재, <자장매>의 개화시기가

지난해보다 약 보름정도 늦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2월 첫째 주 일요일(2월 6일)에는

제대로 된 개화를 도무지 기대하기가 힘들었었지만

오로지 그리움 하나로 무작정 통도사로 달려갔다

 

 

아직 너무 이르다는

주위의 우려와 만류를 무시하고

기다림에 지쳐서(?) 새벽부터 찾아갔지만

<자장매>의 개화는 1월말에 첫 꽃망울을 터뜨린 이후로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꽃망울은 달았지만

꽁꽁 언 통도천 계곡의 시리고 매서운 칼바람이

결코 호락호락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22년 <자장매>의 개화는

2월 둘째 주 주말 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기존 세계를 부숴야 하는 용기뿐만아니라 

역경을 헤쳐나가는 인고의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기 마련이다

세상만물이 얼어붙은 어둡고 긴 겨울의 터널 속에서도

소중히 키워 낸 불씨와 온기로 이 겨울을 녹여내고 

 온누리에 꽃불을 지피기 시작하는 '한반도  전도사'로서의 역할은

<자장매>의 타고난 운명이다

그래서 이 마지막 고비과 시련을 감내하고

반드시 찬란한 새봄을 열어야 하는 <자장매>의 용기와 희생 또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통도사 <자장매>는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대표적인 매화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UN기념공원의 홍매화가 피고나면

1~2주 후에는 <자장매>도 뒤따라 피어서

'한반도의 공식적인 봄'을 알린다

 

올해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의 개화는

절기상 '대한' 이틀 전인, 1월 18일쯤부터 불붙기 시작하였고

지금은 이미 만개한 상태이다

매화는 다른 꽃나무에 비해 개화시기가 상당히 빠르다

그래서 매화를 ‘꽃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화괴花魁’라고도 부르고

엄동설한 속의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동매冬梅 · 설중매雪中梅 · 납월매臘月梅 등으로도 불린다

 

매화가 북풍의 칼바람 속에서도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가지목을 지키며

불빛 하나 없는 눈 덮인 산과 들에서 온기 없는 별빛을 받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내는 것은

꽁꽁 언 대지를 녹이고 혹독한 추위를 걷어내고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세상을 열어야 하는 '선구자적 역할' 때문이다

그런 뒤에 초연히 시든 꽃잎을 떨구어야

비로소 봄이 시작된다

 

그 옛날 선비들이

매화를 존중하고 사랑했던 가장 큰 이유는

매화의 여러 덕목 중에서도 이 ‘선구자적 역할’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선구자적 역할’의 대표적인 매화로는

순천 금둔사의 <납월매>, 거제 구조라의 <춘당매>,

부산 UN기념공원의 <홍매화> 등이 있다

 

‘통도사의 <자장매>가 꽃을 피워야

한반도에 봄이 온 것을 공식적으로 인증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의 봄 전령사'로서의 <자장매>의 개화는 의미가 특별하고

그 역할을 가리켜서 어느 시인은

‘대자연이 쓰는 시詩의 첫 문장’이라고 노래했다

온갖 역경과 시련을 감내하고 이겨내어

한반도에 새 희망을 전달하는 <자장매>의 그 선구자적 역할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