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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매화 기행

매화-2021-023. 문경 화장암 홍매 (2021.03.27.)

 

 

 

 

 

 

 

 

023.  문경 <화장암 홍매> (2021.03.27.)

 

 

문경 운달산 중턱에 금선대가 있고

금선대와 김룡사 사이에 있어서

중암이라고 불리던 호젓한 암자가 있었는데

영조34년에 백련화상이 중건하여 화장암華藏庵으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영조44년에 영파성규 화상이 스님들의 진영을 모신 영각을 건립하였고

현존하는 건물로는 정문과 법당 및 요사채가 남아있다

화장華藏이란 부처의 진리로 장엄한 세계를

말한다고 한다

 

2019년에, 우연히 운달산 깊은 산속 화장암에

좋은 매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이 채 녹지 않은 산길을 1시간이나 올라서 찾아 갔었다

그러나, 홍매는 전혀 피지 않았고 스님도 계시질 않았기에

2주 후에 다시 방문하여 만개한 <화장암 홍매>와 대면할 수 있었다

그 때도 화장암의 주인인 불휴당 스님은 뵙질 못했다

 

불휴당 스님은

문경 봉암사에서 참선하다가 이 곳으로 들어와서

불상 하나 없고 신자도 없는 이 암자에서

무려 30년 간 홀로 수행하고 계신다 한다

사월 초파일에도 연등 하나 걸리지 않고 신자 한 명 찾아오지 않는

참선도량이라고 한다

 

2년 만에 다시 화장암을 방문했더니

<화장암 홍매>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여 실망을 금할 수 없었지만

스님이 암자에 계셨다

 

매화를 보려면 하동이나 광양 매실마을로 가야지 여길 왜 왔누?

여기 홍매는 아직 안 피었으니까

장독대 옆 어린 홍매라도 구경하고 가던지......”

스님, 화장암 홍매는 몇 살 정도 되었습니까?”

내가 여기 들어온 지가 47년 전인데

2년 후에 경주 기림사에서 남는 묘목을 얻어 와서 심었으니

45살 정도 되었겠네

스님 덕분에 <화장암 홍매>의 내력과 수령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경주 기림사를 지난해 여름에 들런 적이 있었는데

매화는 생각지도 못 했었는데 다시 들릴 기회가 생기면

매화를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졸한 암자에 잘 어울리는

아주 옅은 분홍빛을 띤 수세가 좋은 <화장암 홍매>

얼핏보면 한 그루처럼 보이지만

두 그루가 나란히 요사채 앞에 둥지를 틀고 있다

적적한 암자에 사이좋은 쌍둥이처럼 정겨운 모습이다

 

새소리마저 잦아들고

새로 나온 봄볕마저 따사로운 화장암 툇마루에서

잠시 망중한에 빠져본다

담장너머 백목련이 홍매보다 먼저 만개하였고

앞산은 진달래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2021년 올해 탐매기행의 마지막 날이다

2달 동안의 긴 여정의 종점인

안동 <병산서원 백매>를 만나러 가기 위해

총총히 암자를 내려왔다

 

 

                                    202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