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1863년 경 백양사가
큰 홍수를 만나 대웅전 등 주요 건물들이 피해를 입자
절을 현재의 자리로 옮겨 짓기로 결정하고
스님들은 아껴오던 매화나무 들 중 모양새가 좋은
홍매와 백매 각 한 그루씩을 옮겨 심었으나 백매는 오래지 않아 죽고
홍매만 살아남아 지금까지 전해 온다
1947년 부처님의 원래의 가르침을 기리자는 뜻으로
백양사 고불총림을 결성하면서
고불매古佛梅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고
역사성과 학술적인 가치가 커서 천연기념물 제 486호로
근래에 지정되었다
대웅전 앞에 있는 '우화루雨花樓’ 옆에서
홀로 고고하게 버티고 있는 홍매가 바로 그 주인공으로
수령이 3백60년, 높이 5.3m, 뿌리목 줄기둘레가 1.5m 정도이고,
땅위 70cm쯤에서 줄기가 셋으로 갈라져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단정하게 가지가 뻗고 모양도 깔끔하여
고목의 기품이 한층 돋보인다
백양사에서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고불매앞에 상을 차리고 독송을 해 오고 있다 한다
백양사 고불매古佛梅는
담홍색 꽃이 피는 매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태와
기품을 지녔고, 선암사의 선암 백매와 홍매, 전남대의 대명매,
담양 지곡리의 계당매溪堂梅, 소록도의 수양매垂楊梅와
더불어 호남5매湖南五梅 가운데 하나로 불린다
토요일 이른 아침
3시간을 달려서 장성 백양사에 도착했는데
고불매가 모두 져 버렸다
며칠전에 만개했다는 정보를 분명히 확인하고 왔는데
이틀동안 내린 비 때문에 꽃잎이 모두 떨어져버린 것이다
작년에도 좀 늦게 와서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작년 탐매기의 일부이다
「...... 꽃이 많이 져서 아쉽지만
꽃보다는 주변 풍경 위주로 촬영을 시작한다
평소에 <고불매>주위에 그 많던 관광객들이 없으니
오히려 편리한 점도 있다고 느끼는 중인데
지나가던 스님 한분이 한마디 하신다
"이미 꽃이 져 버렸는데 사진은 뭐하러 찍누?"
"꽃이 져서 아쉽지만 그래도 좋기만 한데요......"
같이 간 일행의 이미 해탈한 대답이다
일행은 꽃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해마다 <고불매>를 보러 백양사로 간 것이다
꽃은 져도 <고불매>의 품격과 향기는 친구처럼 애인처럼
항상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것이리라!
이미 '탐매의 도'를 터득한 것 같은 일행을
나는 놀랍고도 부러운 심정으로
한동안 일행을 쳐다 보았다
(2019.04.06.)"」
1년 사이에 주변에 적지 않은 변화도 있었다
고불매 담장너머에 있었던 우물과 보호각이 철거 되었고
화단도 정비 되어 어린 수양매 대여섯 그루가
새로 자라고 있었다
오늘이 2020년 경자년의
탐매여행의 마지막 날인데 고불매가 모두 져 버려서
실망과 아쉬움이 상당히 컸다
날씨마저 추워서 서둘러 절간을 빠져나오는데
비록 꽃은 졌지만, 고불매 그 특유의 매력적이고 강한 향기가
절간 밖, 쌍계루까지 나를 따라 나왔다
2020.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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