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담양 독수매
소쇄원 근처의 독수정(獨守亭)은
고려가 망하자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낙향하여
무등산 기슭 담양에 은거한
서은 전신민 장군이 지은 정자이다
그래서 이 정자는 안에서도 밖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은둔의 정자’라고 할 수 있다
이 독수정 정자 입구 계단에
수령 150년 정도의 홍매 <독수매(獨守梅)>가 있고
독수정 정자 위쪽에
전신민 장군 후손들이 사는 전씨집성촌 민가 정원에는
수령 400년 정도의 <서은매>와
<전씨매>가 있었다
그런데 5년 만에 다시 찾았더니
<서은매>와 <전씨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고사하여 버려졌는지
아니면 보존과 관리를 위하여 이식했는 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다행히 후자이기를 빌어 보지만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전국의 이름 있는 고매들이
점점 고사하고 있다
천연기념물급의 고매들은 관리와 혈통보전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외의 고매들은 무관심과 몰이해로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서은매> 앞에서 제자들과 함께 김밥 나눠 먹으면서
<서은매>의 400년 거친 풍상을 화폭에 담고 있던
어느 교수님의 모습은 참 행복해 보였었는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아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2019. 03. 30.
<서은매>와 <전씨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정원에 홀로 남은 어린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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