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교동손씨고가
(密陽校洞孫氏古家)
1900년대 초에 지은 밀양 손씨 종가이다.
일명 만석꾼 집으로 알려져 있는 교동 손씨 고가는 99칸 규모로
안채, 사랑채, 중문간채, 아래채, 사당채, 대문간채,
중문간채, 중사랑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수도 많고,
배치 형태도 마당을 중심으로 안채와 사랑채 등
내외 생활공간을 분명하게 구분해 놓은 집이다.
(글 자료 : 문화재청)
-밀양 교동 손씨 고가와 칠첩반상-
밀양시 교동의 손씨 고가마을, 밀양향교 바로 아래집에는 교동한정식이란 간판이 붙어 있다. 한 때는 만석꾼으로 밀양 최고의 가문이었던 이 집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칠첩반상의 기막힌 맛이 남아 있고, 꽂꽂한 우리 옛 조상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밀양에서 찾은 고택 이야기-
밀양 교동 손씨 고가에서 맞는 아침은 남달랐다. 창 밖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그러했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서늘한 기운이 그러했고, 사대부가의 격식을 갖춘 집에 들어선 이상 늦잠 자서는 안 된다는 부 담감이 그러했다. 고택의 아침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12대손 손영배(57) 씨와 부인 양은주(52) 씨, 그리고 어머니 강정희(79) 씨가 지키고 있는 고택은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 아침을 맞고 있었다. 손씨 고가는 250년은 족히 된 99칸 주택으로, 택지가 1000평 이상 인데다 안채와 사랑채의 형식과 공간의 구분이 엄격하게 이루어진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집 사랑채와 안채에는 큰 곳간들이 여러 개 있어‘만석꾼’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손영배 씨 의 설명에 의하면 5대조 때부터 만석이란 소리를 듣기 시작했는데, 어려운 사람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도와줄 만큼 넉넉한 집안이었다고 한다. 그런 인심 때문에 6.25때도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손씨 집안은 종가집은 아니었지만 만석의 재산을 누린 데다 반가의 가문으로서 학문의 경지가 높은 선조들이 있었던 덕분에 가문의 명 성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다른 지방의 명문가와 인연을 맺고 교류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통외상을들어보셨나요?
엄격한 양반문화에 따라 이 고택에서 손님을 맞을 때면 경중에 따라 외상, 겸상 등을 결정하여 접대를 하였다. 그래서 지금도 손씨 고가에 서는 옛 전통을 그대로 살려 외상을 재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 통적인 외상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집이다. 음식 하나하나에 들어가 는 정성도 보통이 아닌데, 상을 준비하는 데만 족히 3시간은 걸린다. 작은 밑반찬 하나까지 그날그날 만들어내는 탓이다. 이익을 바라고 하는 일이라면 대충 마련한 재료에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 한 상 차려내고 말텐데 이 집안에서 그런 일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음식에서부터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게 가문의 맥 을 이어오는 손씨 집안 사람들의 생각이다. 냉방시설도 없는 재래식 부엌에서 온 정성으로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와 며느리의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괜히 분주해진다. 말로만 듣던 7첩반상. 큼지막한 상도 아닐뿐더러 요즘 한정식처럼 보기에 화려하지도 않지만 음식 하나하나의 맛이 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훌륭하다.
조미료를 전 혀 쓰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드는 손씨 집안의 음식은 맵고 짠 경상도 음식과 달리 자극성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입에 딱 붙는 맛이 말 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특 히 이 집 7첩반상의 특징은 수란채국인데, 예전에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음식으로 문어, 삶은 달걀 및 갖은 야채가 들어가는 이 국은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독특한 맛이 다. 담백하면서도 상큼하고 시원한 맛의 비밀은 그저 정성뿐이란다. 삶은 오징어를 미나리로 돌돌 말은 미나리 강회, 마산까지 나가서 직접 들여오는 전복조림, 소고기 육만두, 돔장, 독특한 양념을 가미한 삼치 자반, 불고기, 잔파강회 등 입에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 도로 맛있는 음식들을 격식에 맞게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 고 역일 정도다. “대대로 내려오던 이 집에서 장사나 하려고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질 않지. 조상님께 누를 끼치는 것만 같아서…. 그래도 신세를 많이 졌던 시장님이 4년동안이나 부탁하셔서 어쩔 수 없이하게 되었어요.”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고택인데다 음식맛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놋그 릇이며 상까지 사들고 쫓아다니며 한국문화를 알리는 기회에 동참하라고 밀양시장이 직접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이제 1 년째다. 한국문화를 연구하던 한 교수도 이 집의 상을 받고, 정말 이런 대접은 처음 받아 본다며 극찬을 했고, 외국의 방문객들도 한국의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고마워했다. 그저 손님 들이 맛있게 먹고, 옛 양반들 의 문화와 전통을 알아가는 것 만으로도 손씨 집안 사람들은 만족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귀 하고 좋은 재료들이 듬뿍 들어 간 음식들을 그 가격에 내놓을 수 없었을 테고, 몸이 병이 나리만치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종일 서서 음식을 만들 수 없었을 터다. 이 집을 지나가는 거지는 한번도 그냥 돌려보낸 적이 없었고, 고가 담을 자주 넘는 도둑고양이에게 손님들이 남긴 음식들을 모았다가 줘 토실토실 살이 찐 고양이가 이 집에 아주 눌러 앉을 정도로 넉넉한 인심을 가진 사람들. 예전에는‘배 부르면 손부잣집 부럽지 않다’는 말이 있었을 만큼 살림이 넉넉했지만 지금은 넉넉한 살림 대신 넉넉한 인심과 조상의 맥을 잇고자 하는 양반의 자존심이 남아 있다. 사랑채에 마련된 외상과, 서늘한 바람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두 안주인의 조심스런 발소리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어느새 마음은 밀양에 가 있다. 교동에 멈춰선 발걸음이 고택의 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예약문의: (055)353-6682 글.정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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