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학교 다니는 딸이 내려왔다
딸애와 나는 이전부터 몇차레 매화여행을 같이 갔었던
인연이 있다
창덕궁의 만첩홍매, 서울 남산의 와룡매
그리고 승주 금둔사의 납월매도 2년전 겨울에 보러 갔었는데
너무 일러서 꽃을 보지는 못했었고
애석하게도 항상 시간이 맞질 않아서
제대로 된 절정의 매화를 한번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마침 오랫만에 만난 딸에게
지금 만개 직전의 <자장매>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줄
좋은 기회가 왔다
그러나 딸은 여러가지 피로의 누적으로
매화보다는 집에서 실컷 자고 할머니와 함께 있기를 원했다
1년에 한 번 밖에 오지 않는 절호의 기회라고 꼬셔도
늦잠 실컷 자고 오후에 서울로 올라 가길 원했다
그래서 나도 이번에는 포기할까 했었는데
새벽에 홀연히 잠이 깨어
통도사로 출사를 떠나는 일행들을 따라 나섰다
통도사 무풍한송로 소나뭇길이
어젯밤부터 내린 비로 자욱한 안개에 싸여있다
'한반도의 공식적인 봄'을 불러 온 <자장매>도
미명의 새벽 안개 속에서 꿈에 잠겨 있다
절 입구의 <영취매>와 <통도매>도
시시각각 자수정같은 꽃망울을 여기저기 떠뜨리면서
안개에 가린 영축산 아래 통도사를
'분홍색 화엄의 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돌아오면서 새로운 숙제가 생긴다
딸에게 <자장매>의 분홍의 색을 어떻게 설명해 줄까?
딸에게 <통도사 홍매삼총사>의 세가지 분홍색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 줄까?
딸에게 애인보다 <통도사 홍매>가 더 좋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 줄까?
2017.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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