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의 끝에
태풍이 남해지방으로 올라와 새벽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호우경보가 내리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빗속에
경주 안강의 흥덕왕릉 소나무 숲과 양동마을을 거쳐서
경산 진못에도착하니 늦은 오후이다
세찬 빗속에도 저수지의 강태공들은 한층 더 성업중이고
낚시를 위해 연밭이 곳곳에 잘려나가 군데군데 구멍이 많이 생겼다
올 여름내내 저수지를 뒤덮고 있던 붉은 연꽃들은 이제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푸른 연잎만 저수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적막한 저수지의 가장자리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을
쉼 없이 튕겨내고 있는 가시 투성이의 둥근 연잎 사이를 뚫어져라 살펴보니
신비롭게도 가시연꽃이 20송이 정도가 연잎을 뚫고 올라와 있다
하지만 늦은 시각과 짖궂은 비에 꽃잎을 단단히 오므리고
초연히 깊은 꿈 속에 잠겨 있었다
2016.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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