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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현대건축 이야기

건축기행-14 창원 사파동 34-1 주택 (2014. 04.)

 

 

 

 

집은 스토리와 복선이 있는 영화다

최재영 기자의 ‘아름다운 집’ 순례⑧ | 경남 창원 사파동 34-1 자하루

 

 

 

집이 지닌 가치는 추상적이다. 그러나 편안함과 안락함과 같은 무형적인 가치는 현실적인 ‘힘’이 된다. 이 힘은 금전이라는 유형적인 가치로 재평가 받는다. 유진상 창원대 교수가 설계한 ‘자하루’는 이런 가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가 이 가치를 내세운 이유는 실험과 도전 때문이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34-1 자택 ‘자하루(自下樓)’는 프랑스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와 화가 몬드리안을 담은 집이다. 창원대학교 건축학부 유진상 교수가 설계하고 건축한 이 집은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이미 창원에서는 단독주택의 대표 모델로 통한다. 자하루는 대지 247㎡(75여 평), 건물 76㎡(23여 평)에 2층 구조로 만들었다.

 

이 주택의 가장 큰 매력은 빛과 그림자다. 몬드리안의 색을 바탕으로 빛이 반사하면서 보여주는 음영은 또 하나의 빛을 만들어낸다. 이런 빛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다. 천장에 채광창을 설치하고 그 빛이 온 공간을 휘감다가 벽면과 반사하는 방식이다. 빛이 한번 튕기면서 새로운 모양과 다른 색상의 빛을 발한다. 하얀색으로 마감한 이 집은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지만 곳곳에 ‘몬드리안’색채로 공간을 더욱더 분산하는 효과를 냈다.

 

1층은 거실과 주방 욕실 그리고 벽체를 이용한 작은 드레스 룸을 만들었다. 일직선의 동선으로 편안하게 움직임이 편한것도 강점이다. 2층은 복도와 안방, 작은방의 연결과 동선이 재미있게 만들었다. 애초 하나의 방이었지만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2개의 방으로 만들었다. 안방과 아이 방의 구분이 없고 2개의 방에는 화장실을 중심으로 통로 형태로 만들었다.

2층 복도 끝에는 사면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했다. 이 특별한 공간은 정원나무를 바라볼 수 있어 마치 공중에 떠 있거나 나무 위 오두막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아이들이 앉아서 놀 수 있도록 가장 하단에 채광창을 부착했다. 어른들 눈에는 빛을 발산하는 정도지만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 장소다. 또 2층 복도에서는 비음산 풍경과 앞마당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자하루의 매력 포인트다.

 

 

 

2층이 자연을 감상한다면 다락방은 도심과 만나는 장소다. 유 교수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재학하던 시절 옥탑방이 그리워 만든 곳이기도 하다. 사면 전부 채광창을 설치해 시원하게 공간감을 만들었다. 사색하는 장소로 그만이라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이곳에는 화장실을 설치한 것이 이색적이다.

유 교수는 “큰일을 보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동시에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일부러 만들었다”고 했다.

 

1층과 2층에는 모든 것을 벽체에 수납장으로 만들었다. 자칫 가구가 집안의 공간 조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하루의 수납장은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 문을 부착하거나 떼어내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마당으로 사용하는 공간도 자하루가 자랑하는 매력 포인트다. 깊이 30cm의 자그마한 연못을 만들었다. 빗물을 이용하는 이 공간은 밤에는 조명과 반사해 은은한 빛을 발산한다. 연못 중앙에는 자그마한 공간을 만들어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밤이면 이곳은 마치 물에 떠 있는 듯 느낌을 받는다.

 

땅콩주택으로 시작한 ‘실험’자하루는 애초 땅콩주택으로 계획된 집이다. 2채의 집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비용이 모자라 우선 한 채만 제작했다. 자하루를 제작하면서 투입한 금액은 토지구입비를 제외하고 1억3000만원 정도다. 인근 주택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금액이다. 건축비가 이렇게 줄어든 이유는 불필요한 자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리석 등 벽체 마감을 하지 않고 콘크리트 그대로 뒀다. 특히 기둥의 경우 둥근 형태 그대로 마감했는데도 오히려 인테리어 효과가 높은 편이다.

 

대문에서 현관으로 향하는 계단이나 담장을 일반 벽돌로 마감했다. 특히 담장의 경우 벽돌 사이마다 자그마한 꽃이나 식물을 심어 자연적인 효과를 높였다. 또 입구 우측에는 개나리를 심어 담장효과를 냈다. 프로젝트 창을 설치해 난방 효과도 높였다. 물론 다락층 등의 채광창으로 통풍을 하므로 여름철에도 시원한 바람을 1층까지 끌어들인다. 자하루는 수십억원의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도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주택이다. 외관만 치장하는 마감재만 줄여도 건축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자하루는 시간대마다 다른 얼굴을 나타낸다. 아침의 빛에 따라 벽체의 풍경이 달라지고 오후가 되면 나무의 그림자에 따라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유 교수는 이 집을 건축과 학생들의 위한 교육 장소로도 활용하고 있다. 멋지고 화려한 집이 아닌 실용적이고 가치성을 높인 집을 만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자하루는 북향으로 향한 땅에서 만들어진 집이다. 채광창에 따라서 이 집의 빛의 발산과 통풍효과까지 그대로 볼 수 있는 실험체다. 자하루는 하나지만 시간에 따라 다른 집이 된다.

 

 

 

 

 

 

 

 

 

 

 

 

 

 

 

 

 

 

 

 

 

 

 

 

 

 

 

 

 

 

 

 

 

 

 

 

 

 

 

 

 

 

 

 

 

 

 

 

 

 

 

 

 

 

 

 

 

 

 

 

 

 

 

 

 

 

 

 

 

 

 

 

 

 

 

 

 

 

 

 

 

 

 

 

 

 

 

 

 

 

 

 

 

 

 

 

 

 

 

 

'제14회 창원시 건축대상제(2007년)'에 해우건축사사무소(대표 박웅)가 설계한 상남동 소재 '서울메디컬센터'건물이 최고작품으로 뽑혔다.

 

금상은 신월동 'STX조선 R&D센터'(한국엔지니어링건축사 대표 이천식), 은상은 사파동 '사파동 34-1단독주택'(유진상, 이학규, (주)이누건축사 김기태), 동상은 '대한주택공사 경남울산지역본부 사옥'((주)마루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 허필도) 건물이 각각 선정됐다.

 

아름다운 건축물 건립을 유도하고 우수작품을 선정해 널리 홍보하기 위해 해마다 건축대상제를 열고 있는 창원시는 14일 이상균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시의원, 교수, 건축사 등으로 구성된 작품심사위원회에서 응모작품을 심사해 이같이 결정했다.

 

......

 

 

은상작품인 '사파동 34·1단독주택'은 주거공간 구성요소를 Mass의 분절을 통해 공간의 개폐를 접목시켜 잘 처리된 것이 인상적이고, 저렴한 마감시공으로 디자인특성을 충분히 잘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출처:창원시청)

 

 

 

 

 

 

 

 

 

 

 

 

 

 

 

 

 

 

 

 

 

 

 

 

 

 

 

 

 

 

 

 

 

 

 

 

 

 

 

 

 

 

 

 

 

 

 

 

 

 

 

 

 

 

 

 

 

이렇게 설계했다 | 유진상 창원대 교수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가 집을 완성하는 동력”“집은 영화입니다. 스토리가 있고 복선이 깔리고 암시를 주고 기승전결이 있는 것과 똑같아야 합니다.” 유진상 창원대 교수가 바라보는 집은 공간의 자유로움이다. 이 공간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것들이다. 유 교수가 자신에 집에 이런 ‘실험’을 시작한 이유는 집의 가치성을 높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작품을 무대로 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 바로 영화고 드라마이기 때문에 항상 ‘삶’과 ‘가치’를 강조한다.

 

“제가 집에 대한 실험을 시도한 것은 사람들이 집에 대한 가치를 잘못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독주택은 비싸고 효율이 떨어져 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는 공간은 점점 획일화되어가는 거죠. 가장 먼저 비용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는 합리성이다. 프랑스 유학 생활 배왔던 합리성이 몸에 밴 결과이겠지만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면서 얻는 효과를 ‘자하루’를 통해 체험했기 때문이다. “공간과 구조, 기능은 기본입니다. 한국에서는 과도한 재료와 비용으로 주택을 만들어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죠. 오히려 아파트가 저렴한 것도 이런 것 때문입니다.” 주택을 영화와 비교한 것은 사람들의 삶이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전개하고 꿈을 이뤄가는 것이 참 닮았다고 했다.

 

“집은 항상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건축가가 집을 덩그러니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마다 건축주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것이죠. 편안하지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상상력만큼 중요한 것도 없죠. 소재 하나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빛의 다르기에 따라 변하는 집이 있다면 그만큼 즐거운 것도 없겠죠.” 건축은 인문학이다. 최소한 그렇게 해야 한다. 유 교수가 생각하는 건축한 개론이다. 집이란 결과물은 미학적 접근이 아닌 인간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학자들이 “건축학은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다”고 역설하는 것이다.

 

“예쁘면 용서되는 세상은 지났죠. 불편한데 어떻게 살겠습니까. 아파트와 달리 주택은 개인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건축이라는 장치를 통해 몰랐던 것들을 끌어내는 거죠. 자신의 낭만을 집에 담고 철학을 담는다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죠.”

 

 

 

 

 

 

 

주소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면적 대지 247㎡(75여평), 건물 76㎡(23여평)

특징 몬드리안 색채와 작은 연못이 핵심 포인트

건축사 유진상 창원대 교수

(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