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닮은 이곳…가을이 떨어졌다
◇담양 정자 여행
대나무의 고장 담양. 담양엔 의외로 선비들의 전통이 오롯이 남아 있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정자(亭子)와 원림(園林). 16세기 조선사회에 격랑을 일으켰던 사화로
낙향한 선비들이 이곳에서 시조와 가사를 짓고 읊으며 세월을 보냈다.
그래서일까. 세월에 닳아 반지르르해진 툇마루에 오르면 선비들의 품격과 여유가
고스란히 배어나온다.
'노자암을 건너보며 자미탄을 곁에 두고 큰 소나무를 차일삼아 돌길에 앉으니
인간 세상의 유월이 여기는 가을이로구나.'
정철이 '성산별곡(星山別曲)'을 썼다는 식영정(息影亭).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정자에 올라 앉았다. 선비가 읊은대로 솔숲을 지나온 바람에 제법
가을향기가 은은하다. 이 소슬한 바람이 인근의 소쇄원 대숲을 스치면 가을빛깔은
더 깊어진다. 쏴아아. 청량한 가을소리는 온갖 잡념을 쫓아내고도 남을 정도.
명옥헌에서는 가을임을 눈으로 알아차린다. 8월부터 핀 배롱나무 꽃잎이 떨어져
붉은 비단길을 만들었다.
연못을 붉게 물들일 만큼 꽃잎이 떨어지면 가을이랬다. 지금이 그때.
식영정, 환벽당, 송강정, 면앙정, 그리고 원림으로 이름 높은 소쇄원과 명옥헌, 독수정 등.
담양엔 가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자가 30여 곳이나 된다.
이 정자 마루에 앉아 인생을 되돌아본다. 선비들이 읊던 가사소리는 없다.
그렇다고 선비의 전통마저 없어졌으랴. 바람이 소슬한 가을이면 정자에, 원림에 묻혀
시를 쓰고 읊었던 선비들의 채취가 더 유별나다.
복잡하고 시끄럽기만 했던 인생을 되돌아보고 싶다면 담양을 찾을 일이다.
옛 선비들의 여유있는 삶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의 각박함에서 오는 스트레스쯤은
간단하게 씻겨낼 수 있다.
담양은 옛 선비들의 체취가 서린 정자(亭子)와 원림(園林)이 유달리 많다.
흔히 소쇄원이나 식영정을 떠올리지만 담양엔 경치가 아름다운 누각이 셀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 무등산 북쪽 자락과 광주호가 있는 창계천 주변 일대에 밀집해 있는
것도 특징. 가사문학관을 중심으로 한나절 안에 둘러볼 수 있는 가까운 정자와 원림을
찾았다. 나름대로 가을색이 분명해 계절이 오고 감을 느끼기에도 그만이다.
이왕이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곳이기도 하다.
◇소쇄원
중종 때 조광조의 제자였던 소쇄옹 양산보(1503∼1557)가 지은 정원이다.
그는 사화로 스승이 다치자 평생을 이곳에서 은둔했다.
담양의 정자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다. 유일하게 주차료(2천 원)와
입장료(1천 원)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소쇄원은 들머리부터 색다르다. 곧게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간 대나무숲을 지나야 한다.
이 대숲 옆 개울을 따라 몇 개의 정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특징은 자연에 아무런 흔적없이 올려 놓은 인공건물들.
계곡을 가로지른 흙담벽 아래로는 물길을 터놓았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소박할 만큼 작다. 몇 채의 건물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를 만큼 크지 않다.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 실망을 하고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
이곳의 포인트는 정자가 아니라 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자연 정원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글자료 : daum 오픈지식)
'■ 전통건축 갤러리 ■ > 전 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성 백양사 - 3 ( 2013.11.) (0) | 2013.11.13 |
---|---|
담양 환벽당 ( 2013.09.) (0) | 2013.10.01 |
담양 죽녹원 ( 2013.09.) (0) | 2013.10.01 |
담양의 가을( 2013.09.) (0) | 2013.10.01 |
담양 명옥헌 - 2 ( 2013.09.) (0) | 2013.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