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문을 들어서면서 만나게 되는 좌측의 주거영역과 우측의 별당영역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우아한
별당공간에 비하여 사랑채와 안채는 너무나 소박하다. 그래서 오히려, 살림채를 별당채의 부속채로 보려는 시각도 있지만,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삼았던 선비정신의 결과물로 해석되고 있다.
중앙에 대청을 둔 3칸 규모의 단촐한 감은재感恩齊는 주도복 선생의 서실書室이자 사랑채이다. 선생의 문집과 책판이 보관되어 있고 북쪽벽에는 초상화를 모셔 두었던 영정각이 남아 있다.
안채는 단순한 맞배지붕의 ‘-’자형 건물이나, 실생활에 편리하게 후대의 잦은 개보수로 인하여 원형이 많이 훼손되었고, 안채의 텃밭 뒤로는 국담 선생을 모신 불조묘 사당이 있다.
주씨 종가집의 자랑인 무기연당은 종가집 곁에 조성되어 있는 별서정원을 이르는 말로, 사랑채 오른쪽
낮은 담장너머에 꼭꼭 숨겨져 있다. 그래서 방문객에게 전혀 모습을 보여주지 않다가 작은 문(한서문)을
열고 들어서면 일순간 그 정갈하고 단아한 자태를 갑자기 드러낸다.
순간 방문객은 뜻밖에 마주친 이 작은 신세계에 짧은 감탄사와 함께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그 정결하고 관조적인 분위기에 점점 도취되어 복잡한 세상사를
잊고 한순간 상념에 빠지게 된다.
현재 함안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하환정도何換亭圖’에는 무기연당의 초기 모습이 잘 남아 있다.
그림 속에는 하환정, 풍욕루, 영귀문(한서문) 등의 건물이 나오고, 봉황석, 탁영석, 석가산, 행단, 귀두석 등의 위치와 주변 산세까지 잘 나타나 있다.
수려했던 주변환경은 격세지감을 느끼게도 하지만, 무기연당 내부는 그림이 그려질 당시의 모습과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무기연당은 연못과 하환정, 풍욕루 등 2개의 정자와 최근에 지은 충효사忠孝祠와 영정각影幀閣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당은 장방형( 20M x 12.6M )의 연못으로, 가공하지 않은 투박한 자연석으로 2단의 석축을 쌓고 연못의 중간에 석가산을 섬처럼 배치하여 양심대養心臺라 하였다.
네모난 연못에 원형의 석가산을 쌓아 도교에서 말하는 삼신산의 하나인 봉래산蓬萊山이라 이름 짓고,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을 추구하였다.
석가산의 북측과 서측에는‘백세청풍百世淸風’과‘양심대養心臺’라고 쓴 괴석을 배치하여, 의연하게 세상을 등지고 절의를 지킨 백이. 숙제를 본받고자 하는 정신과 어진 마음을 함양하고자 했던 선비의 세계를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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