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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세계유산-031.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유산(6) ㅡ 이쓰쿠시마 신사(厳島神社) : 바다 위에 뜬 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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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 일본 이쓰쿠시마 신사(厳島神社)

 

서론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의 잔잔한 바닷물 위에 붉은 오토리이(大鳥居) 하나가 홀로 떠 있다. 만조가 되면 신사 전체가 바다 위에 부유하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고, 간조가 되면 참배객들은 갯벌을 걸어 도리이의 밑동까지 다가갈 수 있다. 히로시마현 하쓰카이치시(廿日市市)의 이쓰쿠시마섬, 통칭 미야지마(宮島)에 자리한 이 신사는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마쓰시마(松島)·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와 더불어 일본 삼경(日本三景)의 하나로 꼽힌다.

 

헤이안 시대 말기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清盛)가 오늘날의 규모로 조영하여 14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이쓰쿠시마 신사는, 단순한 종교 건축물을 넘어 산과 바다와 인공 건축이 하나의 신성한 경관으로 통합된 일본 특유의 자연신앙관을 물리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본론

1. 창건과 역사적 전개

이쓰쿠시마 신사의 창건 시기에 대해서는 스이코 천황 원년, 즉 서기 593년에 세워졌다는 설이 널리 전해지며, 이는 이쓰쿠시마섬 자체가 고대부터 신이 깃든 섬으로 여겨져 온 신앙적 배경과 맞물린다. 섬 전체를 신체(神體)로 숭배하는 관념이 강했기 때문에, 인간이 함부로 발을 디뎌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 아래 신사는 산기슭이 아닌 바다 위, 즉 섬의 육지 경계 바깥에 세워지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다.

 

신사가 오늘날과 같은 웅장한 신덴즈쿠리(寝殿造) 양식의 사전(社殿) 군락으로 정비된 것은 헤이안 시대 말, 이쓰쿠시마를 각별히 숭경한 다이라노 기요모리에 의해서였다. 다이라노 기요모리는 아키(安芸) 지방의 지방관을 지내며 이쓰쿠시마 신앙에 깊이 경도되었고, 이후 헤이시(平氏) 정권의 수호신으로 삼아 대규모 사전 조영을 단행했다. 이후 신사는 화재로 여러 차례 소실되는 수난을 겪었으나, 그때마다 창건 당시의 양식을 충실히 재현하며 복원되었고, 바로 이 점이 세계유산 등재 심사에서 높이 평가된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2. 건축 구성과 공간 미학

신사 건물은 크게 본사(本社) 신사와 섭사(摂社) 마로도 신사 두 계통으로 나뉘며, 이 두 계통의 사전들이 총 길이 약 280미터에 이르는 회랑(回廊)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회랑은 밀물이 들 때는 마치 물 위에 뜬 배처럼 보이도록 설계되었으며, 바닥판 사이에 의도적으로 틈을 두어 밀물의 압력이 구조물에 직접 가해지지 않고 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도록 한 것은 당대 목조 건축 기술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신사 정면 바다 위에 세워진 오토리이는 높이 약 16미터에 달하며, 주춧돌을 땅에 박지 않고 자체 하중만으로 갯벌 위에 서 있는 독특한 구조로 유명하다. 배후로는 미센산(弥山)의 원시림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인공 건축물과 자연 지형이 시각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연속된 성역(聖域)을 이룬다. 이러한 산·바다·건축의 삼중 결합은 이쓰쿠시마 신사가 단순한 건축 유산이 아니라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적 가치를 함께 인정받게 된 핵심 근거였다.

3.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신앙적 의미

이쓰쿠시마 신사는 일본 신토(神道) 특유의 자연숭배와 대륙에서 유입된 신덴즈쿠리 건축 양식이 결합된 사례로서 독보적 가치를 지닌다. 등재 당시 유네스코는 이 신사가 밀물과 썰물에 따라 경관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조형적 독창성, 12세기 헤이안 귀족 문화의 미의식을 오늘날까지 전하는 건축적 완성도, 그리고 신성한 섬 전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신앙 공간을 구현해낸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세 층위에서 그 보편적 가치를 인정했다. 매년 음력 6월 17일 전후로 열리는 간겐사이(管絃祭)는 헤이안 시대 궁정 음악과 뱃놀이 문화가 그대로 재현되는 축제로, 살아 있는 무형의 전통이 유형 건축과 결합되어 유산의 가치를 더욱 풍부하게 한다.

 

 

 

 

4. 오토리이  만조의 도리이

신사의 정면 바다 위에 세워진 대형 오토리이(大鳥居)는 미야지마의 상징이라 할 만하다. 높이 약 16미터, 기둥 간격 약 11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목조 문은 바닷속에 별도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자체의 무게만으로 서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더욱 경이롭다. 만조 때가 되면 도리이는 마치 바다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듯한 장관을 연출하며, 배를 타고 섬에 다가가는 방문객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풍경이 된다. 선명한 주홍색으로 채색된 도리이는 짙푸른 바다와 초록의 원시림을 배경으로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헤이안 시대의 미의식을 오늘날까지 전하는 상징적 구조물로 남아 있다.

 

 

 

 

 

5. 회랑과 본전  헤이안의 우아함

이쓰쿠시마 신사의 창건은 스이코 천황 원년, 즉 서기 593년으로 전해지며, 이후 12세기에 이르러 다이라노 기요모리가 항행의 수호신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해양 활동의 거점으로 삼고자 오늘날과 같은 웅장한 규모로 신전을 조성했다. 신전 건물은 크게 혼샤(本社) 신사와 세샤 마로도() 신사로 나뉘며, 동쪽과 서쪽 회랑을 합쳐 약 262미터에 이르는 긴 복도가 여러 전각을 하나로 이어 준다. 

 

동쪽 회랑은 마흔일곱 칸에 이르고, 지붕은 노송나무 껍질로 마감되었으며 마룻대에는 용마루 기와가 얹혀 있다. 마루는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널판을 짜 맞추어 조립했으며, 회랑 곳곳에는 조등롱이 매달려 있어 밤이 되면 은은한 빛으로 신전을 밝힌다. 이러한 정교한 목조 건축 기법과 배치는 헤이안 시대 귀족 문화의 우아함을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 차례 화재로 소실되는 불운을 겪었음에도 창건 당시의 양식을 충실히 재현하여 복원해 낸 점 역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6. 간조의 순간  걸어서 닿는 도리이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이쓰쿠시마 신사는 하루에도 전혀 다른 두 개의 얼굴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간조 때가 되면 물이 빠지면서 신사 앞 갯벌 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방문객들은 도리이의 기둥 밑까지 걸어가 손으로 어루만질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만조 때 물 위에 신비롭게 떠 있던 존재가 간조가 되면 갯벌 위에 우뚝 선 거대한 목조 구조물로 완전히 다른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이다. 조수의 흐름에 따라 신사 전체의 인상이 달라지는 이러한 특징은, 이쓰쿠시마 신사를 단순히 고정된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과 끊임없이 교감하는 살아 있는 신앙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Ⅴ. 모미지다니 공원  가을 단풍의 절경

 

신사 뒤편, 성스러운 봉우리로 여겨지는 미센산 기슭에는 모미지다니(紅葉谷)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가을이 되면 이 계곡 일대는 붉게 물든 단풍나무로 뒤덮이며, 주홍빛 신전과 어우러지는 단풍의 색채는 미야지마를 찾는 이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매년 가을이면 셀 수 없이 많은 방문객이 이 계곡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단풍놀이를 즐기고, 케이블카를 타고 미센산 정상까지 올라 섬 전체와 세토내해를 한눈에 조망하기도 한다.

 

 

 

 

 

 

7. 노무대와 부속 전각들

신사 경내에는 전통 가면극인 노()를 공연하던 노무대가 바다 위에 마련되어 있어, 공연 자체가 신에게 바치는 봉납 의식의 일부로 기능해 왔다. 이 밖에도 신사 곳곳에는 예로부터 시중을 드는 무녀 나이시(内侍)가 신찬을 봉양하기 위해 건넜다고 전해지는 나이시바시 다리, 마로도 신사의 하라이덴과 회랑으로 둘러싸인 사각형의 뜰 마스가타 등 다채로운 부속 건축이 남아 있다. 이러한 전각들은 헤이안 시대 신앙 공간이 지녔던 정교한 공간 구성과 의례의 흔적을 오늘날까지 생생히 전해 준다.

 

 

 

 

 

8. 센조카쿠와 오층탑  언덕 위의 풍경

신사 인근 언덕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으로 지어진 대경당 센조카쿠(千畳閣)와 그 곁에 나란히 선 오층탑이 자리하고 있다. 붉게 채색된 오층탑이 짙은 초록빛 숲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풍경은 미야지마를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르는 전망 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신사 전경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의 풍광은 이쓰쿠시마 신사가 지닌 건축적 아름다움을 또 다른 각도에서 완성해 준다.

 

 

 

 

9. 신의 섬을 거니는 사슴들

미야지마 전역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예로부터 신의 사자로 여겨져 온 이 사슴들은 신사 참배로와 해변을 오가며 섬 전체에 신성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 준다. 관광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슴의 모습은 위압적이지 않은 친근함으로 미야지마의 또 다른 상징적 풍경으로 자리 잡았으며, 신사를 찾는 이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 준다.

 

 

 

 

 

10. 밤의 이쓰쿠시마  조명이 밝히는 신전

해가 지고 나면 신사와 오토리이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지며 낮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둠 속에서 주홍빛으로 떠오르는 도리이는 잔잔한 바다에 비친 빛과 함께 미야지마를 찾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야경을 선사한다. 관광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밤의 고요함 속에서 마주하는 신사의 모습은, 낮 동안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경건함을 전해 준다.

 

 

 

 

11. 사계절이 빚어내는 신성한 풍경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짙푸른 바다가,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그리고 겨울에는 눈 덮인 신전이 이쓰쿠시마 신사를 저마다 다른 얼굴로 물들인다. 계절과 조수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이 풍경이야말로 이쓰쿠시마 신사가 오랜 세월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이유이며, 매년 수백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세토내해의 이 작은 섬을 찾는 까닭이기도 하다.

 

 

 

 

 

결론

이쓰쿠시마 신사는 인간이 자연을 정복하거나 개조하는 대신, 신성하다고 여긴 자연의 질서에 스스로를 맞추어 건축을 배치한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섬에 함부로 발을 디디지 않으려는 고대적 금기에서 출발하여 바다 위에 사전을 세운 발상은, 오늘날까지도 밀물과 썰물이라는 자연의 리듬 자체가 유산 경관의 일부로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다이라노 기요모리라는 특정 권력자의 신앙과 정치적 의도가 각인된 건축물이면서도, 그것이 미센산의 원시림과 세토나이카이의 조수와 결합되어 하나의 총체적 문화경관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에서 이쓰쿠시마 신사는 일본 세계유산 가운데서도 자연과 인문이 가장 밀접하게 얽힌 사례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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