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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갤러리 ■/여 행

경주 감포 송대말등대와 해변 ㅡ 감포 사람들의 생업과 안전을 지켜온 산증인 (202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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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감포 송대말등대와 해변

 

이름에 담긴 풍경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의 북쪽 끝자락에는 '송대말등대'라 불리는 작은 등대가 자리하고 있다. 송대말이란 소나무가 펼쳐진 끝자락이라는 뜻으로, 수령 200~300년에 이르는 아름드리 해송림이 등대 주변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이름 그대로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간 육지의 끝에 울창한 소나무 군락이 펼쳐져 있어, 등대에 다가서는 길 자체가 하나의 산책 코스가 된다. 등대 앞으로는 관람객을 위한 목재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 발밑으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을 수 있다.

 

송대말등대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관광지는 아니다. 그러나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감포 앞바다를 지켜온 등대의 역사,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닮은 독특한 건축미, 그리고 소나무 숲과 맑은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 풍광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는 보기 드문 공간이다. 새벽 일출을 보러 오는 사람, 무료 미디어 전시를 즐기러 오는 사람, 여름 한낮 스노클링을 즐기러 오는 사람까지—찾아오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누구든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같은 바다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송대말등대는 감포의 작지만 분명한 보석 같은 장소라 할 수 있다.

 

 

 

 

 

 



70년을 이어온 등대의 역사

송대말등대의 역사는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송대말 등대는 감포항이 1925년 개항한 이후 항로표지 역할을 맡아온 시설로, 1930년대에는 간이 등간 형태로 운영되다가 1955년 6월 처음 정식으로 점등되었다. 이후 2001년 12월에는 유인등대로 변경되어 운영되었으나, 해양수산부의 무인화 계획에 따라 2018년 11월 다시 무인등대로 전환되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동해의 밤바다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빛을 보내며 뭍과 바다를 잇는 표지 역할을 해온 셈이니,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감포 사람들의 생업과 안전을 지켜온 산증인이라 할 만하다.

 

흥미로운 점은 등대의 외형이다. 암초들이 길게 뻗어 있어 작은 선박들의 사고가 빈번했던 감포 앞바다의 해상 안전을 위해 처음에는 무인 등대로 건립되었으며, 이후 유인등대로 승격되어 운영되다가 현재는 본래의 기능을 다하여 사용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옆자리에는 경주의 상징인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본떠 새롭게 지은 한옥형 등대가 들어서 있다. 한옥 건물 위에 삼층석탑을 형상화한 등탑이 올려진 독특한 모습으로, 감포항 방파제에 세워진 등대가 같은 석탑 문양을 음각으로 새긴 것과 짝을 이룬다. 흰색의 원통형 보조 등탑과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형 주등이 나란히 서 있는 풍경은, 멀리서 보면 마치 절터의 일부가 바다 위로 옮겨 온 듯한 인상을 준다.

 

 

 

 

 

 

 

 

 

 

여름의 비밀, 천연 스노클링 명소

 

송대말등대가 사진 명소로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여름이 되면 이곳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등대 아래에는 천연 스노클링 스팟이 펼쳐지는데, 바닷가에 솟은 바위들이 파도를 막아 자연스럽게 잔잔한 물웅덩이를 형성한다. 물이 워낙 맑아 별다른 장비 없이도 바닷속 물고기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을 정도다. 등대에서 해안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가면 이 비경에 닿을 수 있는데,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미끄러울 수 있어 우천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단체 스노클링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경우도 있으니, 계획 중이라면 사전 예약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동해안 일출 명소로서의 위상

송대말등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가 바로 '일출 명소'다. 감포항 인근에 자리한 송대말등대는 문무대왕릉, 양남 주상절리와 함께 경주 동해안의 대표적인 일출 명소로 손꼽힌다. 동해를 정면으로 마주한 지형 덕분에, 새벽 어둠을 뚫고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할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소나무 숲의 짙은 녹음과 한옥형 등대의 실루엣이 붉게 물든 하늘과 어우러지는 장면은,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한참을 머물러 바라보게 만드는 풍경이다.

 

지역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도 이곳은 특별한 장소였다. 한 주민은 미술 수업이 있는 날이면 송대말 언덕에 올라 소나무와 감포항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회상했다. 다만 과거 이곳이 지금처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은 아니었으며, 한때는 철조망 경계와 군인들의 경계초소가 자리한 시절도 있었다고 하니, 오늘날 자유롭게 산책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 풍경에는 시대의 변화도 함께 담겨 있는 셈이다.

 

 

 

 

 

 

 

 

빛 체험전시관, 등대 속으로 들어가다

2021년에는 송대말등대 일대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경주시는 사업비 29억 원을 들여 2019년 12월 착공한 '송대말등대 빛 체험전시관' 조성사업을 완료하고 준공식을 열었다. 등대건물 1층과 2층, 총 380㎡ 규모의 공간에는 경주 바다와 감포항, 등대를 주제로 한 디지털 미디어 전시공간이 마련되었고, 1층 일부는 관리사무실과 화장실, 휴게실을 갖춘 직원 숙소로 꾸려졌다. 전시관 내부에는 감포항과 송대말등대의 역사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이 지역의 해양사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실제로 전시관에 들어서면 경주 바다와 감포의 풍광을 모티프로 한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지며, 무료 입장임에도 웬만한 유료 전시 못지않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시원한 실내에서 몽환적인 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등대 내부 전망대에 오르면 감포 앞바다의 탁 트인 전경을 360도로 즐길 수 있다. 1층과 2층의 전시 공간을 둘러본 뒤에는 다시 밖으로 나와 등대 옆 소나무 숲길을 따라 산책하며 여운을 이어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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