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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천곡리 이팝나무 - 500년을 지켜온 마을의 신목神木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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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천곡리 이팝나무

 

경상남도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조용한 농촌 마을 한가운데에 수령 500년을 자랑하는 거목이 우뚝 서 있다.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제307호로 지정된 김해 천곡리 이팝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며, 나무의 나이는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수백 년의 세월을 한자리에서 견뎌온 이 나무는 오늘날에도 매년 봄이면 온 몸에 새하얀 꽃을 피워 올리며 찾아오는 이들을 경이롭게 만든다.

 

1. 이름의 유래 — 쌀밥을 닮은 꽃

 

이팝나무라는 이름은 꽃이 필 때 나무 전체가 하얀 꽃으로 뒤덮여 이밥, 즉 쌀밥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도 하고, 여름이 시작될 때인 입하(立夏)에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불리다가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팝나무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과 '자기 향상'으로, 소복이 피어난 하얀 꽃잎들은 보는 이에게 변치 않는 따뜻함과 위로를 전한다. 어느 설이 맞든, 이름 속에는 흰쌀밥 한 공기를 그토록 귀하게 여기던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서가 깊이 배어 있다.

 

 

 

 

 

 

 

 

 

 

 

 

2. 웅장한 수형과 규모

 

천곡리 이팝나무의 외형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다. 높이는 17.2m이며, 줄기는 땅 위 1m 부분에서 둘로 갈라졌는데 가슴높이의 줄기 둘레가 각각 4.2m, 3.5m에 달한다. 가지의 길이는 동쪽 10.2m, 서쪽 8m, 남쪽 9m, 북쪽 11m에 이른다. 사방으로 힘차게 뻗어나간 가지들은 마치 거대한 우산처럼 주변을 감싸고,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 이팝나무 노거수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가까이서 올려다보면 그 위엄에 절로 숙연해지는 느낌이 든다.

 

3. 풍년을 점치는 신목의 전설

 

이 나무에는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의 믿음이 깃들어 있다. 동쪽 가지에 꽃이 많이 피면 동쪽 평야에 풍년이 들고, 서쪽 가지에 꽃이 많이 피면 서쪽 평야에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는 단순한 미신이 아닌, 자연을 면밀히 관찰해 온 선조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생태적 지혜이기도 하다. 이팝나무는 물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므로 비의 양이 적당하면 꽃이 활짝 피고, 부족하면 잘 피지 못한다. 물의 양은 벼농사에도 관련되는 것으로, 오랜 경험을 통한 자연 관찰의 결과로서 이와 같은 전설이 생겨난 것으로 본다.

 

 

 

 

 

 

 

4. 선사시대 유적과 함께한 역사

 

천곡리라는 마을 자체가 역사적으로 매우 유서 깊은 땅이다. 이 나무가 자라고 있는 천곡리에는 성, 지석묘, 패총 등 선사시대의 유적이 많아, 이 나무도 다른 유물과 더불어 보존되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가락국의 옛 땅에 뿌리를 내리고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나무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간을 쌓아왔다. 400년 전 청주 한 씨 가문이 터를 잡은 천곡마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이 나무는 지금도 김해의 봄을 가장 화사하게 기록하고 있다.

 

5. 동제(洞祭) — 살아있는 민속신앙

 

이팝나무는 지금도 마을 공동체의 정신적 구심점이다. 천곡리 이팝나무는 오랫동안 천곡리를 지켜온 신목으로, 이팝나무 꽃이 피는 5월 무렵에 동제를 지내고 있다. 매년 봄꽃이 피어오를 때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한 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제를 올리는 전통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무 한 그루가 단순한 자연물을 넘어 살아있는 민속신앙의 현장이 되는 드문 사례다.

 

 

 

 

 

 

 

 

 

 

 

 

6.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와 보존

 

김해 천곡리의 이팝나무는 오랜 세월 조상들의 관심과 보살핌 가운데 살아온 나무로, 생물학적 자료로서의 보존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되고 있다. 이 나무는 단순히 오래되고 큰 나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의 전통 생태 문화와 농경 공동체의 삶,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같은 김해 지역에 또 다른 천연기념물 이팝나무인 신천리 이팝나무도 존재하는데, 천곡리 이팝나무는 높고 넓게 쭉쭉 뻗어진 모습이 남성적, 신천리 이팝나무는 둥그스름한 수형이 여성적이라고 여겨진다.

 

5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쟁도, 가뭄도, 수많은 세월의 풍파도 견뎌낸 이 나무는 해마다 변함없이 하얀 꽃을 피워 올리며 "올해도 풍년이 들 것"이라고 마을에 속삭인다. 김해를 찾는다면, 5월의 천곡리 이팝나무 아래에 잠시 멈춰 서볼 일이다. 수백 년의 세월이 조용히 말을 건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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