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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㉗]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공공부문 우수상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

[수상 그 후㉗]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공공부문 우수상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10.11 14:59

옛 군사시설, 지역 청소년 위한 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나
‘숲속, 우리들의 비밀기지’ 주제로 청소년 창의력 끌어내려 노력
조진만 건축사 “길과 방으로 구성된 ‘작은 지하도시’ 구현”에 중점

 

 

오래전 지어진 군사시설이 지역 청소년들의 공동체 공간으로 거듭났다. 서울특별시 동작구 대방동 노량진근린공원 안 지하 2개 층 연면적 1,383 제곱미터 공간이 청소년을 위한 교육·놀이·커뮤니티 거점이 됐다. 바로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공공부문 우수상 수상작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조진만 건축사, 조진만 건축사사무소)이다.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설계=조진만 건축사 · (주)조진만 건축사사무소, 사진=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
 

이곳 대방동 지하 벙커는 가로 45m, 세로 12m, 높이 10m의 지하 공간으로 아파트 단지 옆 대방 공원 안에 묻힌 채 완전히 도시에서 숨겨진 공간이었다. 군사시설로서의 쓰임이 다한 뒤에는 특별한 역할 없이 주류(酒類) 업자의 와인창고와 근린공원 내 자재창고로 쓰이던 공간이다. 서울특별시는 이 공간을 지역 청소년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설계공모를 실시했고 조진만 건축사(조진만 건축사사무소)의 작품이 당선됐다.

조 건축사는 벙커라는 특별한 장소적·공간적 체험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지역 청소년들의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계획했다.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설계=조진만 건축사 · (주)조진만 건축사사무소, 사진=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
 

상하층으로 구획된 벙커의 바닥 일부를 해체해 하나로 통합하고 다락을 매달아 세 개 층 공간의 깊이를 새로 만들었다. 1층에는 가상현실을 접목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스포츠시설과 다목적 공연장을 만들었다. 2층에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모임과 미디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들을 배치했다.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설계=조진만 건축사 · (주)조진만 건축사사무소, 사진=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
 
 

벙커의 앞마당에는 경사지를 활용한 숲속 음악당'이 자리 잡았다. 녹지화된 스탠드와 앞마당은 공연, 휴식 등 다양한 의미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열린 쉼터로 기획했다. 차가운 군사시설이 자리 잡던 곳에 아름다운 가락이 흐르게 됐다.

설계자 조진만 건축사는 이번 작품을 기획하면서 벙커라는 특별한 스케일의 공간이 가지는 특성을 활용해 모두에게 열린 숲속, 우리들의 비밀기지라는 주제 속에 입체광장, 길과 방들로 구성된 작은 지하도시의 형식을 적용하는 것에 특히 중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설계자 조진만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조진만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조진만 건축사(사진=(주)조진만 건축사사무소)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대방동의 벙커는 조성 시기가 불분명한 군용 시설입니다. 가로 45m, 세로 12m, 높이 10m의 지하 공간은 아파트 단지 옆 대방 공원 안에 묻힌 채 완전히 도시에서 숨겨진 공간이었습니다. 군용 목적이 사라지자 한동안 주류업자가 와인 저장고로 쓰다 이후 공원의 관리용 자재창고로 방치되어 있었죠.

대방동 사이트 1 반경으로 20여 개에 달하는 초중고가 있으나 마땅히 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은 매우 부족한 현황이었고 주민들은 구에 지속적으로 청소년들의 활동 공간을 요청하였습니다. 부족한 가용지의 밀도 높은 도심 속에서 벙커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는 매력적인 부지였고 설계공모를 통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는 출발하였습니다. 근래 벙커를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주목을 받은 것도 한몫했습니다. 제주도의 빛의 벙커라든지 여의도 벙커를 고친 갤러리가 그러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모두 활용 면에서 정적이고 일방향적 관람으로 동적이고 활동적인 공동체 소통 공간으로 활용된 적은 없었죠. 이 때문에 벙커라는 비일상적이고 특수한 환경에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와 창작활동, 교육과 휴식을 위한 복합적인 장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주어진 과제였습니다.

Q. (앞 질문에서의)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벙커라는 특별한 스케일의 공간이 가지는 특성을 활용해 모두에게 열린 숲속, 우리들의 비밀기지라는 주제 속에 입체광장, 길과 방들로 구성된 작은 지하도시의 형식을 적용하였습니다. 도시의 형식을 구성하는 공적인 길과 광장을 따라 연결된 다양한 사적 용도의 방들은 시간이 흘러도 기본 골격은 유지한 채 다채로운 용도로 변용할 수 있습니다. 상하층으로 구획된 벙커의 바닥 일부를 해체하여 하나로 통합하고 다락을 매달아 세 개 층 공간의 깊이를 만들었습니다. 1층에는 가상현실을 접목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ICT 스포츠시설과 다목적 공연장을 조성했습니다. 2층으로 가면 아이들이 다양한 모임과 미디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3층 공중에 매달은 다락 카페는 공중정원을 품습니다. 벙커의 앞마당에는 경사지를 활용한 숲속 음악당이 생깁니다. 녹지화된 스탠드와 앞마당은 공연, 휴식 등 다양한 의미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흥미로운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방치되고 임시적으로 용도가 바뀌며 손이 덧대어진 벙커시설은 원래 시설에 대한 도면이나 자료가 전무하였습니다. 고고학 발굴을 하듯이 지하 속을 파들어 가면서 조심스럽게 조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들이 발생하였습니다. 설계 기간 중 코로나가 확산하여 공간의 독립성이나 환기 같은 것들에 더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외기에 면한 부분이 없는 산속에 파묻힌 벙커가 다양한 액티비티를 담기 위해 쾌적한 건축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난제였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은 관계를 조직하는 학문입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공간은 어떤 의미로든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규정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사회와 그것이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삶의 방식, 또는 공간을 매개로 한 관습화된 관계성에 대한 비판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건축은 창조적 대안을 모색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애당초 형태의 물리적 완결성보다는 느슨하게 시간, 상황의 변화 가능성을 유도하거나 수용하며 작동하는 미완을 품은 여백의 건축이 보다 지속 가능하다 봅니다. 서양의 행위 위주의 공간 구성과 달리 이러한 가능성 중심의 여백 건축으로 인해 건축은 단순히 주어진 기능을 담는 도구의 틀을 초월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이란 미완을 품음으로써 사용하는 사람들이 채울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여백을 만들고, 또 우리를 그 속으로 이끄는 것입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처음부터 벙커의 원형 스케일을 복원하면서 프로그램을 채우지 않고 그것들이 시간과 수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활용 가능한 을 설계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시설을 하나의 청소년들이 만들어 나가는 도시로 보고 입체적 광장과 길을 구성한 것입니다. ICT VR 같은 기술 기반 프로그램들은 수년 주기로 환경이 급변합니다. 그럼에도 이 이설은 그러한 변화를 원래 을 유지한 채 수용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벙커를 만드는 과정,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온 많은 아이디어들과 사례가 앞으로 청소년 시설이나 유휴공간의 재생에 또 다른 가능성으로 기록되고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글쎄요. 건축이라는 것이 매 프로젝트마다 가진 제약이나 요구가 판이하기 때문에 그 특수한 문맥 속에서 고유한 답을 찾는 것이 항상 늘 같은 자세입니다.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출처 - [수상 그 후㉗]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공공부문 우수상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