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그 후㉖]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민간부문 우수상 ‘생각공장’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09.12 18:20
영등포 옛 물류센터 부지에 자리 잡은 새로운 유형의 지식산업센터
지하 1층에 선큰 광장과 이어진 공용로비 구현 시도
도시 속의 작은 도시, 당산동 풍경을 바꾸다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스물여섯 번째 작품은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민간부문 우수상 ‘생각공장’이다.
“숨겨진 공간(Hidden Place, 히든플레이스)처럼 궁금증을 자아내고,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는 도심 속 예상하지 못한 공간으로 다가가길 바랐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우선협상자 선정 단계부터 지난해 10월 말 입주까지 ‘생각공장’ 설계 전(全) 과정을 함께한 ㈜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오성종 건축사와 김동관 설계1그룹 소장은 생각공장 설계에 들어갔을 때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밝혔다.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민간부문 우수상 수상작 ‘생각공장(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 오성종 건축사·김동관 설계1그룹 소장’은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동 1가에 새로 지어진 지식산업센터다. ‘지식산업센터’의 특성상 건축사가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기 쉽지 않은 한계 속에서, 이들은 저층부와 고층부의 특징을 구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무실로 채워진 고층부는 클라이언트가 사업적으로 판단해 제안한 면적과 호수에 따르되 지역 주민과 입주사 관계자들이 함께 오고 가는 저층부는 사람과 사람 사이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각공장’이 자리 잡기 전 이 부지는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 지역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舊 서영물류센터가 있었던 이곳에는 3∼4미터 높이의 담이 높이 처져 있어 전체적으로 스산한 분위기까지 들었다. 물류센터가 지식산업센터로 바뀐다는 것은, 물건 대신 사람이 그 공간을 채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생각은 선큰 광장으로 이어졌다. 1, 2층 전체 면적을 상가로 두고 싶다는 의견을 전해온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들은 설계팀은, 공용 로비를 선큰 광장과 연결해 지하 1층에 두자고 제안했다. 공용로비를 지하에 두는 전례가 없었기에 약간의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결국 클라이언트도 만족하는 멋진 작품으로 탄생하게 됐다.
그리고 1층에는 주변 시민들과 직장인, 생각공장 입주사들이 자연스럽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업시설을 적극 배치해 거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부지 내부에는 테라스를 배치해, 바쁜 일상 속 잠시 휴식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생각공장’ 내부에는 상업시설과 사무시설뿐만 아니라 도서관도 배치됐다. 도서관은 도시계획시설이라는 특수한 정체성을 감안해 만들어졌는데, 정림건축 강석규 프로젝트팀 디자이너는 “지식산업센터, 주변 아파트, 그리고 모서리 대지가 가지는 이점을 고려했다. 생각공장 도서관은 생각공장의 한 부분으로서 복지시설을 담당하는 공간이자, 전체 마스터플랜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오성종 건축사는 “생각공장 설계과정은, 건축 심의뿐만 아니라 그다음, 다다음 절차까지도 물 흐르듯이 흘렀다”라면서 “공모 심사 당시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쟁거리가 선큰 광장이었고 설계안이 받아들여진 이유도 선큰 광장이었다는 말이 기억난다. 선큰 광장이 그만큼 강력하게 말을 거는 파격적인 건축 어휘였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정림건축 오성종 건축사와 김동관 설계1그룹 소장과 함께 나눈 일문일답이다.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성종 건축사 2018년 말에 3개사 지명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입니다. 영등포구 당산동은 많은 지역이 준공업지역이에요. 서울이 도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준공업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주거지역으로 변화가 진행 중이었죠. 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서영주정은 약 2m 담장으로 둘러싸인 폐쇄적인 공간이었어요. 사면이 도로였고 삼면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대상지를 주변 도시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깊게 고민했어요.
큰 개념은 첫 번째 주어진 프로그램을 최대한 대지경계선까지 붙여서 배치한 후, 주변 도시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 주변의 길을 대지 내부로 끌어들여 도시로 열린 공간이자 다양한 소통과 이벤트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Q. 생각공장 설계에 들어간 시점은 언제인가요?
김동관 설계1그룹 소장 2018년 12월 당선 소식을 듣고 이듬해 1월부터 계획설계에 착수했고, 건축 심의가 예정된 그해 10월까지 매주 회의가 열렸어요. 그중 3개월을 선큰 광장에 대한 협의만으로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프로젝트를 발주한 클라이언트,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브랜드 콘셉트를 제시하는 메니페스토, 그리고 저희 정림건축까지 세 주체가 머리를 맞댔습니다.
Q. 설계 시 특히 염두에 두신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오성종 건축사 도시에는 생각보다 빈 공간이 많지 않아요. 이 공간은 굉장히 큰 비워진 공간이고 도시와 약간 떨어진 레이어 속에 위치합니다. 우리는 이곳을 숨겨진 은신처라고 명명했어요. 이용자들만의 평온한 히든 플레이스(hidden place)로 구현하고 도심지의 숨겨진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이 길과 광장의 중심에 아이디어 라운지를 배치하여 쉼뿐만 아니라 접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Q. 지식산업센터라는 유형 특성상 디자인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적었을 것 같은데요?
김동관 설계1그룹 소장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릴게요. 지식산업센터는 다층형 집합건축물로 각각의 실을 분양합니다. 그러니 아파트처럼 규격화된 공간을 오차 없이 구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주로 사무실에 배치되는 상층부는 원래 지식산업센터의 목적에 맞게 설계하되 저층부에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 시도가 선큰 광장으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오성종 건축사 다행히도 선큰 광장이 기존 지식산업센터와의 차별점을 만드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습니다. 2020년대 지어지는 지식산업센터는 과거에 달라야 한다는 필요성에도 모두 공감했고요. 아파트형 공장, 아파트형 사무실을 지나 이제는 새로운 비즈니스 문화를 위한 고품질 공간으로 지식산업센터가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도면 그리는 일이 즐겁다. 각각의 요소가 제자리에 들어갈 때 기분이 좋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특히 도면에 애정을 쏟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오성종 건축사 저는 도면이 그 자체로 완결된 오브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공장 평면도를 그릴 때는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꽤 있었습니다. 대지를 대각선으로 가르는 길은 명확한 직교체계를 따르지 않고 1층에 계단식으로 나 있는 돌출상가들도 그 사선 면을 대응하고 있기에 반복적인 상가 유닛을 대입할 수는 없는 조건들이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요?
오성종 건축사 사실 이 계획안은 건축주에게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있었어요. 워크숍 기간 동안 많은 부분이 협의되고 발전되었죠. 예로 선큰의 존폐를 가지고 몇 달을 발주처와 저희 설계자, 그리고 다양한 분야와 함께 고민했으며, 서로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 매주 회의를 1년 동안 진행해 왔습니다. 선큰 광장은 존치하는 것으로 결정되고 로비가 2층에서 지하 1층 아이디어 라운지로 변경된 것도 바로 이 워크숍을 통해서였어요. 결과적으로 개념적, 공간적으로 훨씬 풍부한 건물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김동관 설계1그룹 소장 건축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지향점은 시간이 흐르고 연차가 쌓이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조금씩 변하고 다듬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진정성과 탁월한 전문성을 갖고 건강한 건축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건축주와 건축사가 모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최고의 가치이자 지향점입니다. 분양 건물이 가지는 한계가 있지만, 그 안에서 건축사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도시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함께한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동관 설계1그룹 소장 생각공장은 중정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레벨을 가지고 있어요. 이 옥외공간은 각자의 공간을 가지면서도 시각적으로 연계되어 공간을 풍성하게 합니다. 또한 형태적으로 매스가 적절하게 분절되어 주변과 관계를 맺고 있어요. 외피는 일반적인 지식산업센터라는 건축물보다는 사옥에 가까운 이미지로 균질한 재료와 형태를 가진 건물로 만들고자 했어요.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오성종 건축사 SK D&D와 정림건축, 매니페스토 등 도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이런 수상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기쁩니다.
특히 분양건축물도 다 같이 뜻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프로젝트라서 뜻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은?
오성종 건축사 99,000㎡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설계공모부터 준공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쁩니다. 사실 정림건축 같은 대형 사무소에서 이렇게 설계공모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꽤 드뭅니다. 드러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를 위해 정림건축 내부적으로도 많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동료들과 적은 인원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준 팀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수상 그 후㉖]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민간부문 우수상 ‘생각공장’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anc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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