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왕버들 하늘과 만나다. 경산 반곡지
- 기자명 김진섭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라온
- 입력 2023.06.12 13:50
경산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고대국가 압독국의 터전이자 신라 삼국통일의 전초 기지였다. 민족의 스승인 원효대사와 설총, 일연을 배출한 유서 깊은 고장이기도 하다. 지역 곳곳에 이들의 발자취와 우리 민족의 전통과 역사가 서려 있는 고장이다.
경산시는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저수지가 많은데 비교적 최근에 이를 관광지로 조성하였다. 통계를 보면 전국의 1만7,427개의 저수지가 있으며, 경북이 5,529개, 그 중 경산은 전국 8번째로 저수지가 많다.
반곡지는 1903년 축조되었으며 유역 면적은 79ha, 저수량은 3만9,300톤이다. 제방의 높이는 6m이며, 길이는 139m가 된다. 그 제방에 수령 200년 이상 300년 가까이 되는 버드나무 2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수면에 비친 모습이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루어 동화 같은 풍경을 빚는다.
왕버들 고목들의 반영
반곡지는 남매지와 더불어 경산을 대표하는 못 중 한 곳이다. 반곡지의 원래 명칭은 외반지인데 마을 행정명 반곡리에서 유래되었다. 반곡지는 평소에도 왕버들 고목들이 물가에 비쳐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드는데, 4월은 복사꽃까지 만개해 사방이 포토존이다. 조곡리를 잇는 성산로 또한 숨은 복사꽃 드라이브 길이다.
반곡지는 1903년 만든 농업용 저수지인데, 왕버들이 북동쪽 둑 150m에 심겨져 한 폭의 그림 같은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최고 수령은 200년 또는 300년으로 추정한다.
한동안은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만 몰래 찾아들며 ‘제2의 주산지’라 불렀다. 드라마 <아랑사또전> <대왕의 꿈>, 영화 <허삼관> 등을 촬영하며 좀 더 유명해졌다.
복사꽃이 시들고 산벗꽃이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녹음이 우거지면서 여름을 향해 달려간다. 저수지의 둑을 따라서 늘어진 왕버들의 가지가 터널을 이루어 산책하는 이들의 그늘이 되어 준다. 반곡지를 돌면서 보이는 모습은 왕버들뿐만 아니라 주변 산세도 함께 반영이 되어 마치 동양화를 보는 듯 운치를 더한다. 아침, 저녁 그리고 계절마다 풍경이 바뀌어 언제 찾아도 새로운 곳이다.
반곡리 지명이 ‘소반을 닮은 골짜기’에서 왔듯이 주변의 산세가 저수지와 마을을 품어 번잡함이 없고 호젓하다. 반곡지는 그렇게 넓진 않지만 물에 투영된 왕버들과 둑을 거닐며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다.
봄날의 무릉도원
경산은 예전에 사과 산지로 유명하였다. 하지만 기후가 변하면서 사과의 산지가 북상하였고, 경산시 남산면 일대는 대신 복숭아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4월에는 남산면과 인근 자인면 일대 곳곳이 복사꽃이다.
반곡지의 풍경은 사계절 가운데 봄날이 가장 풍요롭다. 왕버들이 있는 북동쪽은 흙으로 다진 둑이다. 걷거나 물가에 앉아 왕버들 음영을 감상하다가 먼 데로 시선을 던지면 복사꽃이 반긴다.
저수지 건너편은 데크 산책로를 조성했다. 왼쪽에는 반곡지가, 오른쪽은 길 바로 옆에 복사꽃이 넘실댄다. 주차장 옆에는 2층 정자가 있다. 위에서 반곡지를 조망하며 사진을 찍으면 반곡지 전체를 볼 수 있다. 왕버들의 신록과 복사꽃의 분홍빛이 대비를 이룬다. 이른 아침이나 비가 오는 날 풍경도 아름다운데, 복사꽃 뒤편 산자락에 안개가 피어 신비롭다.
200~300년 된 왕버들이 저수지 따라 있는데 저수지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저수지에 비친 반영과 일교차가 심한 봄가을 물안개가 필 때의 일출이 장관이다.
경산시는 2012년부터 ‘반곡지 복사꽃 길 걷기대회’를 개최하였다. 매년 4월 초순 일정이 잡혀 진행되는 복사꽃 길 걷기대회는 봄을 맞이하는 화사한 복사꽃과 연둣빛 녹음이 시작되는 왕버들을 보고 느끼면서 가족이나 연인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반곡지는 전국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와 2013년 안전행정부의 '우리 마을 향토자원 베스트 30선'에 선정되었다.
주소 :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반지길 반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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