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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⑳] 2022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 ‘북아현 문화체육센터’

[수상 그 후⑳] 2022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 ‘북아현 문화체육센터’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3.04.18 16:43
  •  수정 2023.10.12 11:03
 

북아현길과 경의선길 교차영역 세워진 세련된 공공건축물
이곳에서 학창 시절 보낸 윤승현 건축사 직접 설계
내·외부 경계 의도적으로 흐릿하게…모두에게 열린 모두의 공간

국내 건축 문화를 이끌 다채로운 건축물들을 선정했던 한국건축문화대상, 해마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 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스무 번째 작품은 2022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 수상작 북아현문화체육센터.

북아현문화체육센터 전경(설계=윤승현 · 송민준 건축사, 사진=김재윤 작가)
 

사대문 바로 바깥 북아현 지역은, 일제강점기부터 많은 이들이 모여들어 몸을 누인 밀집 거주지다. 그 시절엔 일단 먹고사는 게 중요했다. 주거 기능 이외 다른 편의시설은 들어서기 쉽지 않았다. 사람이 늦게 모여든 주위 신촌이나 서대문에는 근린·상업 시설과 주거 시설을 균형 있게 건축할 여유가 있었지만, 북아현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장 빨리 모여든 만큼 역설적으로 세월의 변화에 빨리 뒤처져 재개발 예정지가 된 지 오래다. 백 년 전 시끌벅적한 저층 주거지였던 곳은 근처 가재울이나 수색처럼 고층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서고 있다.

건축사가 성장기 보낸 바로 그 동네

북아현문화체육센터 다목적체육관(설계=윤승현 · 송민준 건축사, 사진=김재윤 작가)
 

북아현문화체육센터(설계자 윤승현·송민준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는 이렇게 급속히 바뀌고 있는 북아현 지역에 들어선 종합 커뮤니티 시설이다. 사실상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동네, 북아현길과 경의선길이 교차하는 지점에 지역 주민 누구나 편히 찾을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건축물이 생겼다.

공동설계자 중 한 명인 윤승현 건축사( 중앙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 교수)는 바로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성장기 추억이 있는 동네, 윤 건축사는 설계공모 소식을 듣고 고민 없이 응모하기로 했다. 공모에 당선된 뒤 우리 동네에 들어설 공공건축물을 설계하게 됐다는 것 자체로 기뻤다고 윤 건축사는 말했다.

흐름을 잇는 건축물

북아현문화체육센터는 외형과 내부공간 구성 모두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데 중점을 뒀다.

일단 1층을 필로티로 만들어 막힌 느낌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북아현 지역을 재개발하면서, 이곳에 동서로 가로지르는 선형공원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현재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에는 이미 공원이 완성됐고 앞으로 충정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건축물은 이 중간 1,653제곱미터 공간에 조성됐는데, 윤 건축사는 이 건축물로 공원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1층을 필로티 공간을 만들어 띄우기로 했다. 주어진 용적률과 건축주(서대문구청) 측에서 요구한 각종 시설에 필요한 공간 규모를 비교했을 때 거의 여유가 없음에도 말이다.

윤 건축사는 건축물을 거기 그 자리에 앉히는 순간, 선형공원은 반 토막 나니, 빡빡하게 짓더라도 선형공원 기능은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1층을) 띄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곳의 필로티 공간은 그래서 그냥 휴식을 위한 게 아니라 두 지역을 잇는 통로 역할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공간 구성에서도 흐름에 신경을 썼다. 이곳은 내부와 외부가 엄격히 구분되지 않고, 여러 경로를 통해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주위를 걷다가 우연한 만남처럼 어 여기는 어떤 곳이지?”하며 들어왔다가 층마다 준비된 여러 시설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여러 자원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윤 건축사는 커뮤니티 공간이란 그 마을에 있는 여러 성격의 자원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이 돼야 하며, 예를 들어 문화시설의 경우 근처에 있는 추계예술대학교와의 협동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1 11월 개관해 1년 반 정도 운영 중인 북아현문화체육센터는, 건축주와 설계자가 기대한 대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추계예술대학교 오케스트라가 북아현 오후의 음악살롱이라는 이름의 공연을 펼치기도 했으며 연계전시 여행스케치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다음은 공동설계자 윤승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윤승현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윤승현 건축사 ·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사진=윤승현 건축사)

Q. 설계공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원래부터 공공건축에 관심이 많았고 이전부터 꾸준히 공모에 참여해 왔습니다. ‘북아현 문화체육센터가 특별했던 건 제가 학창 시절을 보낸 곳에 세워지는 공동체 공간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성장기를 거치면서 그 동네가 어떤 시절을 겪어 지금에 이르렀는지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설계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Q. 건축물을 보고 흐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신 것 같은데?

잘 보신 것 같습니다. 이곳과 충정로를 잇는 선형공원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1층을 의도적으로 비웠습니다. 이렇게 비워진 1층은 이 동네 누구나 잠시 무거운 일상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인 동시에 센터 안으로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는 입구 역할도 합니다.

Q. 센터 내부 구성에서 이 흐름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지요?

흐름이라는 건 사람의 움직임을 아주 가볍게 받아줄 수 있어야 하거든요. 넓게 퍼질 수 있는 시설이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우뚝 솟을 수밖에 없고, 체육 공간들은 맨 위에 있단 말이에요.

근데 그게 문턱 높은 체육 공간의 다른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영역으로 보기 위해서 그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 1층에서 문을 살짝 열고 들어오면 위쪽으로 약간 공간을 열리게 해서 시야가 뚫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내부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가다 보면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소리도 들리고, 센터를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들리고, 자연스럽게 채광된 빛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계단은 이렇게 출입구부터 맨 위 다목적 체육관까지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용자들은 이 계단을 통해 건축물 내부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땅에서 시작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올라가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그게 바로 이 모습입니다. 반대로 체육관에서 이렇게 내려다보면 이렇게 빈틈, 살짝 틀어진 이 틈을 통해서 전체 공간들이 다 엮어져 보이는 그런 구상 속에서 설계했습니다.

Q.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처음 설계를 시작하실 때 바라보던 건축과 경험이 쌓인 뒤 지금 생각하는 건축’, 얼마나 다를까요?

제가 건축사 자격증을 딴 것이 1997년입니다. 관련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이고요. 그 당시 계속 강조했던 건 건축은 서비스업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건축이라는 게 서비스업인 건 맞는데요. 거기서 출발하고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사람들의 활동을 담는 그릇이라고 보통들 얘기하잖아요. 그렇다면 건축사가 어떤 태도를 보이고 건축물을 설계하느냐가 사회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시설이 이 도시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 활동들이 어떻게 더 확장돼 기회를 더 발산시켜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이라는 건 거기서부터 모든 게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Q. 북아현문화체육센터를 비롯해 공공건축물 설계에 관심이 많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공공건축물에 대한 건축사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어떤 장소가 됐든지 간에 환대 받을 권리와 환대할 책임이 있다. 그 장소를 점유하고 있거나 그 장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나뿐만 아니라 그 모두에게 따뜻하게 맞이해 줘야 하고, 이 책임을 공간이 담도록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떤 사회학자가 한 말인데요. 모든 건축물이 그렇지만 공공시설에는 특히 이 말이 더 절실히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건축물은 그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합니다. 건축사는 바로 이러한 점을 가장 앞에서 고민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최근 공공건축물이 이용되는 모습을 보면, 이름은 각기 도서관 문화체육센터 노인복지회관 등으로 다양하지만 실제 수행하는 기능은 거의 같습니다. 도서관에도 공연장이 있고요. 문화강좌도 열립니다. 전시 공간도 있고요. 노인복지회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계층 또는 세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점점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해서 공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시설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도시라는 게 화려하고 효율적이고 좋지만, 그럴수록 소외된 이들이 생길 수밖에 없고요. 이들이 낙오되지 않고 다른 이들과 긴밀하게 화합하는 존재가 되어야 도시에 사는 모두가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공공건축물의 역할이고요.

Q. 앞으로 계획은?

지금처럼 현업 건축사와 교수로서의 생활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설계는 아무래도 공공건축물을 중심으로 할 것 같고요.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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