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매곡동 탐매축제
순천시가 '홍매향 정원으로 잇다'라는 주제로
3월 4일부터 제5회 매곡동 탐매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순천시는 이번 축제가 지난 2019년 이후 4년만에 대면으로 개최되는 것으로
전국에서 제일 먼저 홍매화가 피는 매곡동 탐매마을의 매력을 함께 즐기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탐매축제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축제는
매곡동 탐매희망센터 일원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예쁜 꽃나무 아래에서 개막식 공연과 체험행사, 먹거리 행사가 펼쳐진다.
봄의 전령사인 홍매화를 테마로 홍매화 포토존, 홍매화 페이스페인팅, 홍매실차 시음,
홍매화 버스킹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풍선 및 팝콘, 솜사탕을 무료로 나눔하며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탐매마을은 2005년부터 매곡동 주민자치위원회가
'홍매골 홍매화 가꾸기 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지역 주민들이 홍매화를 직접 심고 마을 미술 프로젝트로 골목길과 담장, 건물 벽 등을
붉은 매화꽃으로 장식하고 5회째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탐매마을은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붉은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다.
집마다 걸린 문패와 벽, 우편함과 헌 옷 수거함에도 매화가 만발한다.
또 초청가수 공연, 국악 공연, 댄스 공연, 매실 인형극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쳐
시민에게 색다른 즐길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또 정원박람회 홍보부스에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미리 알아볼 수 있다.
홍매가헌(紅梅佳軒) 홍매 2그루
‘홍매가헌(紅梅佳軒)’은 김 전 교수가 3대를 이어 살고 있는 집.
개인 주택이지만 마당만큼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개방정원’이다.
홍매화를 보러 오는 이가 많은 봄날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낮 시간에 한해
마당을 열어놓는다
김 전 교수는 “아들이 여기서 자랐고 함께 살지는 않지만,
손주까지 드나드니 따져 보면 5대에 걸친 집”이라고 했다.
이 집의 매화나무는 김 전 교수가 학창시절 서울로 유학을 떠난 사이에
학교 교장이던 부친이 심은 것이다.
30년이 넘는 수령의 매화나무를 50년 전쯤 심은 것이라니
최소 80세가 넘는다
“할아버지의 매화나무가 죽자 아버지가 다시 심은 매화나무예요.
그 전에 기막힌 수형(樹形)의 노거수 홍매와 백매가 한 그루씩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선암사에서 구해와 심으셨다고 했는데
나무도 근사하고, 꽃도 좋고, 향도 참 짙었지요. 지금까지 살았으면 명목(名木)이었을 텐데,
아쉽게도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져 죽었어요.
나무가 죽자 허전해 하던 아버지가 어디선가 홍매화 나무 두 그루를 구해
대신 심은 게 지금 저만큼 자랐어요.”
해마다 일찍 피어 그윽한 향기를 뿜는 김 전 교수 집 정원의 두 그루 홍매나무가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마을의 값진 자원이 됐다.
두 그루의 홍매나무를 중심으로 순천의 원도심 매곡동에 ‘탐매(探梅) 마을’이 조성된 것.
이름처럼 ‘매화 핀 경치를 구경하는’ 마을이다.
남도 땅에 매화 한두 그루 없는 동네가 있을까. 하지만 매곡동 매화는 존재감이 남다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일찍 피어서’다.
똑같은 꽃이라도 봄에 저 홀로 이르게 피는 것은 얼마나 귀한가.
여린 꽃이 알리는 봄의 도래는 또 얼마나 감동적인가.
순천의 매화 중 첫손으로 꼽히는 선암사 매화를 보려면 한 달도 더 남았고,
낙안읍성의 매화도 아직 멀었다.
내륙에서 꽃소식이 가장 빠르다는 금둔사 매화조차,
겨우 한두 송이 힘겹게 꽃망울을 열었을 따름이다.
그런데도 매곡동 주택가의 홍매화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진작 붉게 피어나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두 번째는 나무의 키가 크다는 것이다.
매실 수확을 목적으로 심은 과수원의 매실나무는,
가지를 쳐내서 키가 작게 키운다. 열매 수확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매곡동의 매화는 오로지 꽃을 보기 위해 심은 것.
가지를 옥죄거나 쳐내지 않고 풀어서 키우니 성큼성큼 자라서 훤칠하게 크다.
과수원의 매실나무처럼 꽃눈이 촘촘하지 않지만,
본디 매화는 이렇듯 가지가 낭창거리고 꽃이 좀
성글어야 하는 법이다.
탐매 마을을 조성하면서 마을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이런저런 지원을 받아 동네 주변에 홍매화 1000그루를 심었다.
두 그루 홍매화에서 시작한 꽃불이, 동네에 심은 매화나무로 옮겨붙게 된 것이었다.
마을 곳곳에 홍매화가 피고,
골목마다 미술 마을 프로젝트로 그리거나 설치한 벽화와 조형물이 들어섰다.
여기까지가 순천 원도심의 조용한 주택가인 매곡동 탐매 마을이
고즈넉한 봄꽃 여행지가 된 사연이다.
탐매 마을이 매화나무 두 그루에서 시작됐다고 했지만,
매곡동과 매화의 인연은 자그마치 5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매곡동의 ‘매곡(梅谷)’은 매화 계곡이라는 뜻.
이 동네의 중고등학교도 교명으로 ‘매산(梅山)’을 쓴다.
필시 무슨 연유가 있지 않을까. 다음은 이런 단서로 찾은 이야기.
경북 성주 출신의 배숙이란 사람이 있었다.
1516년생이니 500여 년 전 사람이다.
과거 예비시험 격인 사마시(생원·진사시험)에 합격해 성균관 유생으로 7년 동안 있었지만,
대과에는 합격하지 못해 벼슬자리에 나서지 못하다가 순천에 교수 직함을 받아 부임했다.
중앙에서 파견된 향교 등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지금으로 치면 공립학교 교사쯤이다.
그의 호가 ‘매곡’이었다.
배숙은 매화를 좋아해 순천의 거처에다 ‘매곡초당(梅谷草堂)’이란 현판을 내걸고
뜰에다 홍매화 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지금의 순천 매곡동이란 지명이 여기에서 유래한다.
(글출처 : 문화일보 2022.2 박경일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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