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와보살의 전설이 전해지는 통도사 자장암
금와보살의 전설이 전해지는 자장암은 통도사 산내암자 중 하나다. 안양동대(安養東臺) 골짜기를 따라 2km 정도 가다 보면 바위벽 아래 자리 잡고 있다.
신라 진평왕 때 승려 자장(慈藏, 590∼658)이 바위벽 아래에 움집을 짓고 수도하던 곳이었다고 하며, 나중에 회봉(檜峰)이 다시 지었다고 한다. 1870년(고종 7)에 중수하고 1963년 용복(龍福)이 다시 중건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니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 이런저런 모양의 바위들이 예쁘다. 이 계곡은 통도 팔경의 하나인 자장동천이라고 한다. 자장동천은 안양동대의 서쪽에 발달한 계류, 영축산 산록의 구릉지, 암벽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장암으로 올라가는 길엔 소나무가 많이 있는데 대부분 적송이라고 한다. 한 소나무에 하트 모양의 무늬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무늬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소나무의 진액을 수탈한 자국이 하트 모양으로 남은 것으로 우리나라 아픈 역사의 흔적이었다.
‘백팔번뇌를 잊게 하는 아름다운 계단’이라는 안내석 옆에 108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한 가지 번뇌를 버리면서 올라가 볼까 했지만 오르다 보니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계단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서 쉽게 오를 수 있다. 중간에는 부도가 있으며, 옆의 매화나무에는 꽃봉오리가 곧 터질 듯 벙글고 있다.
자장암이라는 현판이 붙은 문에는 금와(개구리)가 양옆에 있다. 문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바위에 부처님이 새겨져 있다. 이는 1896년 조성한 것으로 높이 약 4m의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통도사에서 유일한 마애불이라고 한다. 그 중앙에는 아미타불좌상이 그 좌우에는 대세지보살과 관세음보살이 새겨져 있다.
왼쪽 면의 대세지보살 아래쪽에 ‘聖上卽位三十三年 丙申七月日 化主 吉山 定一 金翼來 金弘祚 丁泰燮 李善同 朴漢淳 張雲遠’라는 기록이 또렷하게 남아있어 마애불의 조성일과 화주 명단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고종 즉위 33년(1896년)에 조성됐음을 알 수 있으며, 1896년은 전국적으로 의병이 일고 조직적인 독립운동이 시작될 때 이곳에서는 국운 회복을 염원하며 바위에 부처님을 모신 듯하다. 이 마애불 앞에는 3층 석탑이 있다.
석가모니불과 관세음보살상을 모시는 관음전(觀音殿)의 가운데 문 아래에는 돌이 있다. 관음전이 들어선 자리는 전체적으로 거북이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거북의 머리는 관음전 뒤쪽 바위에 있으며, 그 몸통에 해당하는 자리에 관음전이 세워졌다.
등자리에 관음전이 들어서니 그 꼬리가 출입문에 걸치게 된 것이다. 치켜 올라간 꼬리가 다 묻히도록 땅이 돋우고 전각을 지으면 그 높이가 너무 높아지고, 파괴하거나 자를 수도 없으니 이렇듯 꼬리를 살려 전각을 지었다는 것이다.
관음전 뒤로 돌아가면 금와보살이 살고 있다는 석벽이 있다. 자장암이 유명하진 것은 금개구리 때문이다. 암벽에서 맑은 석간수(石間水)가 흘러나온다. 그 위의 석벽 가운데에는 엄지가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이 하나 있다. 그 속엔 몸이 청색이고 입이 금색인 한 쌍의 개구리가 살고 있다고 하며, 벌과 나비로도 변신하는 이 개구리는 자장암 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자장율사가 수도하고 있을 때 두 마리의 개구리가 물을 혼탁하게 했다. 여느 개구리와는 달리 입과 눈가에는 금줄이 선명했고 등에는 거북 모양의 무늬가 있는, 부처와 인연이 있는 개구리였기에 샘물에 그냥 살게 놔뒀다.
겨울에도 잠을 자러 갈 줄 알았는데 눈이 오고 얼음이 얼어도 개구리가 늘 샘물 속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본 자장율사는 신통력으로 석벽에 구멍을 뚫고 개구리를 들어가 살게 하였다고 전한다.
‘언제까지나 죽지 말고 영원토록 이곳에 살면서 자장암을 지켜다오.’라는 부탁을 하고는 개구리를 금와(金蛙)라고 했다고 한다.
한때 어떤 관리가 그 말을 믿지 않고 개구리를 잡아서 함 속에 넣고 봉한 다음 손에 쥐고 돌아가다가 도중에 열어 보니 역시 없어졌다고 한다. 금개구리는 많은 설화를 남기고 있다.
많은 참배객이 금와보살이라고 부르면서 친견(親見)하고자 한다. 그러나 암혈 속의 개구리를 보는 사람도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서 이로써 불심(佛心)을 측량하기도 한다.
재작년 가을 처음으로 들여다보았을 때 깜깜하기만 해서 설마 그럴 리가 하고 의심부터 했던 나에겐 보이지 않는 게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왠지 허전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두어 차례 암벽 속에 불이 켜지는 듯 훤해졌다. 개구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다음엔 금와보살을 친견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긴다.
마애불 오른쪽으로 수세전(壽世殿)이 있다. 다른 절에서는 인간의 수명과 길흉화복을 관장한다는 칠성신을 봉안하고 칠성각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수세전이란 편액을 달았다. 수세전과 직각을 이루고 있는 곳에 자장율사를 기리는 자장전이 있다. 자장전엔 자장율사의 초상화를 보관하고 있다.
금와당 마루 한쪽엔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어 있다. 방문객들을 위해 준비한 듯 보였다. 그 옆에는 취현루(醉玄樓)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멋있다고 한다.
문득 돌아보니 자장암이 한눈에 보인다. 호랑이 형상을 한 바위와 코끼리 형상을 한 바위, 쥐 형상을 하고 있는 바위도 있다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나란하게 이어지는 기와의 선이 단정하고 곱다. 영축산이 하늘과 맞닿아 보인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주 아름다운 통도사 자장암이다.
(이상 글 출처 : 부산IN신문 유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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