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선암사 <뒤깐매>
선암사에서 매화만큼이나 유명해서
민속 문화재로 지정된 해우소 뒤깐이 있다
족히 삼백년은 되었다는 이 명물은
건축 양식이 독특하고 공간의 짜임새가 뛰어날 뿐만아니라
화장실 고유의 기능마저 충실하고 훌륭해서
숱한 시와 문학의 소재로서 다루어지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었던 뒤깐이다
이 뒤깐 주위에
오래 된 매화 대여섯 그루가 심겨져 있다
화장실 환경의 부정적인 인식을 순화시키고
화장실에 앉아서 근심을 털어내고 매화향도 즐길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다
「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 」
정호승 시인의〈선암사>라는 유명한 시인데
매화 피는 이른 봄에 선암사의 이 뒤깐으로 간다면
아마 그곳에서 살고 싶을지도 모른다
2020.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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