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천룡사 (텐류지)
텐류지(천룡사) 하면 아라시야마 지역의 초입에 있는 거찰로
정원과 어울어진 단풍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참~~좋은 정원인데...
언제 가느냐에 따라서 무척 모습을 바꾸는 카멜레온같은 정원입니다.
아주 개인적인 소견으로 말하면 단풍철에 가야 텐류지 정원의 진수를 볼 수 있습니다..
텐류지와 그 부속사원 배치도와 정원배치도 입니다.
(사진 출처 : 다음카페 '가나플라워')
부속사원들이 양옆으로 호위하듯 배치되어 있고,
정중앙에 텐류지의 본건물들이 늘어서있습니다.
다만 막부말기의 전쟁으로 인해 텐류지 전체가 불탔기 때문에
건물들은 대부분 근래 세운 것들이고 중심건물들은 복원되지 못해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무척 넓은 공터로 변해 버렸습니다.
창건당시에 비하면 많이 축소되긴했지만 교토서부의 최대급 사찰인 텐류지는
많은 부속사원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칙사문에서 텐류지 법당까지의 참배로 옆으로는 주차된 차들이 늘어서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텐류지는 창건이후 수많은 화재와 전쟁을 거치면서
예전 건물은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남은건 오로지 무소국사가 창건시에 만든 정원뿐입니다.
일본 사찰들이 다 그렇지만 무척 정치적인 곳이 많았습니다.
특히 교토의 내노라하는 사찰들은 다 정치가와 결탁 내지는 협조로 유지되었고
그 상징적인 사원이 바로 텐류지였죠.
(이하 글 출처 : 다음카페 '가나플라워')
텐류지는 무로마치 막부를 교토에 연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세운 사찰입니다.
세운 정도가 아니라 아주 국가재정을 쏟아부어서 만든 사원이죠.
그때 외국과의 무역은 모두 아시카가 다카우지만 했는데
그 수입의 대부분을 이 텐류지에 올인했던 사람입니다.^^
국가사업이라는게 먼 미래를 보고 통찰력있게 추진해야하는데,
봉건사회는 그것을 바라기가 참 힘든 구조입니다.
위정자가 이거다 하면 무조건 밀어붙여야 하는 것이라서
최고통치자가 절이 좋다고 하면 전국이 절로 넘쳐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카가 다카우지가 고다이고 천황을 밀어내고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하고
막부까지 연 사람이지만, 이런 사람은 근본적으로 심리가 불안합니다.
당연히 권력을 향해가면서 살생을 밥먹듯 했을 것이고 죄란 죄는 모조리 한
비정한 위정자지만 항상 죽고나서가 무서워지는거죠..
이런 심리를 아주 교묘하게 파고드는 사람들이 바로 종교인들입니다.
통치자에게 협박 아닌 협박으로 협조를 이끌어내고 순화시키며 좋은일을 하게
부추기게 됩니다.
죄를 씻기 위해서는 신에게 당신의 순수성과 신심을 보여야한다..뭐 이런 투죠..
그래서 자고로 잔인한 독재자일수록 종교사업은 참 크게 벌이게 되는 것이
이런 때문입니다.
아시카가 다카우지에게 접근한 사람은 무소국사라는 사람입니다.
특기가 정원만드는 묘한 승려로 탁월한 말재주와 식견으로 아시카가를 압도해버렸죠..
자신이 추방해서 죽게한 고다이고 천황을 명복을 기리기 위해서
아라시야마에 절을 거대하게 세우고 부처에게 자비를 구해야한다..
이런 계기로 텐류지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런 무인출신의 독재자는 한번 빠지면 기둥뿌리라도 뽑을 기세로 올인하는
경향이 큰데, 아시카가는 아주 모범적이었습니다.^^
덕분에 텐류지는 신흥사찰임에도 불구하고 교토에서 제일 크고 제일 권위가 높은
사원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그렇긴 하지만 아시카가가 이곳에 절을 세운 건 단지 불심때문은 아닙니다.
아주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거죠..
고다이고 천황등의 이궁이 있던 곳을 절로 개조해서 세워서 일단 천황가의 기세를 꺽고,
명목은 자신이 죽인거나 다름없는 고다이고 천황의 명복을 빈다는 대의를 세워
자신은 천황에게 충성하는 몸이라는 걸 과시했습니다.
즉 고다이고 천황이 지가 싫어서 뛰쳐나간거지 자신이 결코 폐하거나 죽인건 아니라는 거죠^^
게다가 고다이고 천황이 망명했던 요시노 지역의 벚나무를 심어서 무대효과까지 연출했습니다.
그냥 권력을 쥔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런 데서 알수있는 거죠...
일본 사원 다녀오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절이라고 해도 항상 옆에 신사가 비집고 들어와 있습니다.
텐류지에는 하치만구가 들어와 있는데..
단풍철이면 붉은 도리이와 붉은 단풍이 서로 붉은빛을 겨루고 있는 모습이죠.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텐류지로 들어가보겠습니다.
단풍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물은 쿠리라고 부르는 절의 기본건물입니다.
우리의 불교사원과는 무척 다른것이 사원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치도 다르고 건물의 이름도 다릅니다.
그 중에서 제일 독특한 것이 이 쿠리입니다.
쿠리는 사원에서 부엌역활을 하는 건물입니다.
음식도 만들고 식자재도 보관하는 그런 장소죠.
보통은 승려들이 거주하는 방장과 붙어있는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건물도 딱 보면 쿠리라고 알 수 있는것이 저 지붕위에 솟은 작은 지붕덕입니다.
예전에는 어쩔수없이 불을 때서 밥을 해야하기 때문에 저곳을 통해 연기가 나가게 되는 거죠..
텐류지는 항상 앞에서 고민하게 됩니다.
정원만 볼꺼냐 아니면 방장까지 같이 볼거냐 그런 갈등을 하게 만듭니다.
물론 두개를 다 보게되면 돈이 업되기 때문에^^ 그런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그냥 화끈하게 다 보게 해 줬으면 좋을텐데...
좀 야박하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큰 서원건물을 돌아 나오면 이렇게 웅대한 정원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연못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을 돌면서 즐기는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정원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소겐치(曹源池)입니다.
이 정원의 면적만 1200평입니다.
아무리 절이 거찰이었다고 하지만 너무 분에 넘치는 정원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이유는 아까 말했듯이 천황의 이궁을 접수^^해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전 천황등 귀족들이 즐기던 문화는 이렇게 연못을 크게 파고 주변을 정원으로 꾸미고
배타고 노는 풍류를 즐겼기때문에 무척 넓은 정원이 들어서게 되죠..
이걸 사원으로 개조하면서 정원으로 수용하고 조금 개조한 것이
지금의 텐류지 정원이 된 것입니다.
암튼 이 정원 덕에 텐류지는 당치도 않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오로지 이 정원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원은 오래오래 감상하고 지나가세요~~
정원을 즐기는 방법은 앞으로 다가가서 즐기는 것보다 방장에 앉아서
가만히 바라보는게 최고입니다.
원래가 승려의 참선을 위해 만든 것이 정원이기 때문에 방에서 즐겨야 바른 방법이죠.
물론 가을철 인파로 인해 그렇게 참선하는 마음으로 즐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문제기도 합니다.^^
암튼 정말 사진만 찍고 휭하니 가시지말고 오래 보고 계세요..
정원은 오래봐야 뭔가를 느끼게 됩니다.
이러면 보이는 건 물과 나무, 돌뿐인데..그게 그거 아니냐~
이러시죠..ㅎㅎ
100% 맞는 말입니다.
다만 그 배치라는 게 참 오묘하다는 거죠^^
그래도 절에 부속된 정원이라 놀기 위해 만든 게 아니라서
곳곳에 의미를 부여해놓고 있습니다.
바위 세개 세워놓으면 삼존불이 되고,
섬 하나 만들고 그 위에 소나무 심으면 학섬이 되는 겁니다.
억지라고 할 수는 있어도 승려들이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했죠.
그래도 돌과 모래로 표현한 카레산스이 정원보다는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ㅎㅎ
정원의 호수이름은 소겐치라고 부릅니다.
통칭 소겐치정원이라고 하는데, 이 정원의 하이라이트, 핵심, 키포인트, 매력등등
모든 말이 집중되는 곳이 사진에 보이는 저 돌무더기입니다...
그냥 보기에는 그냥 돌 수십개로 만든 돌무더기죠..
(사진 출처 : 다음카페 '가나플라워')
근데 이것이 정원에서 가장 훌륭한 의미를 지닌 곳이라는 게 묘합니다.
등용폭, 일본어로 류몬바쿠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등용문의 고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황하의 거친 물줄기를 세번 거슬러 올라야 잉어가 용이 된다는 중국의 고사를
바위만으로 표현한 수작이죠.
원래는 입신출세가 그렇게 힘들다는 걸 의미하지만 일본에서는 다른 의미로
즐겨 사용되었습니다.
선종에서 특히 중시하는 것이 깨달음인데, 그 과정이 이런 등용문처럼 무척 힘들다는 걸
표현하면서 의지를 다시 굳건히 하고자하는 마음에서 자주 사용되었죠.
이것이 중심이라서 방장의 제일 좋은 자리에 앉으면 이렇게 등용폭이 중앙에
위치하게 됩니다.
법회를 열면서도 간혹 등용폭을 보며 깨달음의 의지를 되새기려는 의도가 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의문은 너무 화려한 귀족적 정원이라서 과연 그랬을까 하는 거죠.^^
선종과 함께 유행한 카레산스이 정원처럼 완전히 화려함을 배제하고 폐쇄된 공간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이 정원은 그냥 앉아만 있어도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망이
솟아나는 것 같아 잡념이 더 생겼을 것 같네요..ㅎㅎ
멀리 카메야마와 아라시야마를 차경으로 이용해서
정원이 무척 확대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 정원을 디자인한 무소국사의 특기가 이 차경(借景)입니다.
경치를 빌린다는 차경은 좁은 정원을 좀더 넓게 보이게 하는 수법인데,
대표작이 이 텐류지 정원입니다..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와 정원에 빠져있던 승려였지만...
정말 정원하나는 기가 막힙니다..ㅎㅎ
방장의 문 사이로 조금만 정원이 펼쳐집니다.
일본인은 이렇게 조그만 공간도 버리지않고 정원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여백의 미학이라면 일본은 꽉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죠..ㅎㅎ
이제 슬슬 정원을 벗어납니다.
참고로 텐류지 정원을 제대로 담으시려면 오전에 가셔야 합니다.
정원의 화려한 단풍이 반영된 호수를 찍으시려면 그래도 11시 이전에 가셔야하죠.
빛이 순광을 받아야하는데 12시가 넘으면 역광으로 바뀌게 됩니다.
정원을 벗어나면 바로 치쿠린쪽을 빠지시는데..
그러시면 안됩니다..ㅎㅎㅎ
봄이나 가을엔 그냥 나가시지 마시고 약간 언덕길을 올라가셔야 합니다..
일정이 바빠서 그 유명한 치쿠린을 보고자 해도 가을철 텐류지 관람은
아직 끝이 아닙니다.
이제 올라갑니다..^^
뒷쪽에 대나무가 있고 앞에는 어린 단풍이 있어 묘한 색채의 대조가 아름다운
언덕길입니다.
단풍은 이렇게 푸르름과 같이할때 최고의 조화를 보여주죠..
이끼로 배후를 깔던 대나무로 후면을 커버하던..정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우리도 조경에 이런 묘미를 살려보는것도 좋을 듯 합니다.
너무 단풍나무만 계속되면 금방 질려버리거든요..
불타는듯한 모습이라는 말만 맨날 하게 되죠..ㅎㅎ
이런 조화를 보기 위해서는 우린 산으로 가는데..일본은 교토로 옵니다.ㅎㅎㅎ
조경 나는 정말 잘 해놓는것 같죠..
물론 이걸 유지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그만큼 재력있는 사찰이 많은 교토니 가능한 일입니다..
거의 다 오르면 정말 거대한 벚나무, 단풍나무가 서있고
멀리 아라시야마 일대가 펼쳐집니다.
뒤 쪽으로는 교토를 감싸고 있는 산들의 둥근 곡선이 보인다.
(사진 출처 : 다음카페 '가나플라워')
이걸 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남겨두셨으면 합니다.
별것 아닌것 같아도 가을빛에 잠겨있는 교토시내를 조망하는 그 기분이
상당히 시원하기도 하도 좋습니다.^^
지금까지 오밀조밀한 정원미에 감탄하면서 억눌린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
이곳에 오르면 확 터져버리는 듯한 느낌이죠..
그것이 텐류지 정원을 보는 묘미입니다
(글 출처 : 다음카페 '가나플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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