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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에세이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작년에 나이 오십이 되면서 새롭게 세운 목표가 세 가지 있었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의 반도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새삼 삶의 소중함과

 

남은 인생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자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후회없는 인생을 위해서 택한 방법은

 

‘나이와 상관없는 배움’이라 결론짓고

 

‘세 가지의 배움’을 선택하고 한 10년에 걸쳐서 부딪혀 보기로 결심했다.

 

 

 

 

 

 그 첫 번째 배움은 ‘한문서예’로 정했다.

 

나이들어서 가장 폼나는 작업이려니와 한글서예 경험이 조금있어서

가장 먼저 대 들었는데,

 

우연히 지역동문회에서 서예에 조예가 깊고 인품까지 훌륭한 선배를 만났다.

 

그해 갓 나온 햇차를 준비하여 찾아뵙고 제자가 된 지 l년이 흘렀다.

 

 한 주에 1시간 정도라, 진도는 잘 안 나가지만 희미하게나마

서도의 심오한 세계를 들여다 본 느낌이다.

 

 

 

 

 

 두 번째 배움은 ‘악기연주’로 정했다.

 

학교다닐 때 통키타 하나 배워두지 못한 것이 후회막급 했다.

주위에는 섹스폰을 배워서 가끔 연주회도 갖고,

아코디언을 배워서 봉사활동을 다니는 멋쟁이 친구도 있다.

 

 나는 피리나 가야금 또는 드럼을 배우고 싶다.

 

아직 시작은 못했지만 계기만 생긴다면 한동안 미쳐보리라!

 

 

 

 

 세 번째 배움은 ‘검도’로 정했다.

 

배가 점점 나오고, 쓰지 않는 근육은 점점 퇴화가 된다는 느낌이 팍팍 온다.

 

그렇다고 헬스클럽가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짓은 비위에 안 맞고,

 

인근에 검도도장 위치는 파악해 놨는데

아직 문을 밀고 들어갈 용기는 내지 못했다.

 

 바람에 흰수염을 휘날리며 달빛을 가르고 그림자를 쪼개는

검객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듯 싶은데,

 

낙엽이 휘몰아치는 달밤의 진검승부 한판을 상상해보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올 해는 유난히도 긴 진통 속에서 새봄을 맞았다.

 

< 꽃이 지고난 후에야 봄 인 줄 알게 되는 것 >이

 

우리의 팍팍한 일상인데

 

매년 오는 봄이고 내년에도 또 봄은 올 것이지만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곳이 없네’를 슬퍼했던

 

옛시인의 회환이 느껴지는

 

늦봄이 가고 있는 5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새삼, 작년에 봄에 가신 님이 그리워지는

 

아쉬운 봄밤이 가고 있다.

 

 

 

 

 

                              2010. 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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