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말에 준공사진을 찍으러 마산대학엘 갔다. 아침 햇살이 좋을 때 갈 작정이었는데,
꾸물거리다가 해가 중천에 올랐을 즈음에야 도착했다. 강의가 없는 캠퍼스는 화사한 늦가을의
햇살을 품고 낙엽과 정적에 싸여 있고, 가을은 점점 깊어서 벌써 뒷산 아래에까지 내려와 있다.
내가 마산대학을 설계 때문에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해 봄 이었다. 서울에서 창원으로 회사를
이전하고, 일 같은 일이 없던 차에, 마산대학과 인연이 닿아서 처음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식품과학부 실습동 설계였다.
3군데의 건축사사무소가 지명현상설계를 통한 경쟁을 거쳐서, 우리 회사의 계획안이 최종 낙점
은 받았지만, 풀어야할 숙제는 곳곳에 있었다.
마산대학 캠퍼스는 통합 창원시와 함안군이 만나는 경계지점의 광려산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
다. 약 25개동의 학교 건물들이 산의 경사면을 따라서 각자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 그 중에서
식품과학부 실습동이 들어 설 부지는 학교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경사도도 만만
치 않아서 필요한 평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방법이 신축건물의 반은 경사면
에 앉히고, 1층부분은 필로티로 오픈하여, 건물하부로 차량들이 통행할 수 있게 계획하였다.
1층 전체를 기둥만 있고 벽체가 없는 필로티구조로 처리한 것은, 기존 강의동과 연결하는 차량
동선을 해결하기 위한 발상이었으나, 더불어 1층 야외 휴게 및 대기공간에서 캠퍼스를 조망할
수 있게 하고, 산 정상부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막지 않고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
다. 그러나 학과와 실무 협의과정에서 그 비워 둔 공간들은 강의실로 메워졌다.
건축설계 과정에서 항상 발생하는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다. 주현관 입구의 상징적인 ‘바람의
문’을 지켜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비좁은 대지조건 때문에 강의실과 실습실외에 서비스와 지원시설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복도 끝의 아주 콤팩트하고 앙증맞은 화장실이 생겼지만, 4층에 어렵사리
배려한 휴게용 테라스는 두고두고 말썽이 되었다. (계속 )
'■ 아라가야 포트폴리오 ■ > 교육.연구시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산대학 종합강의동 지명현상설계 (2011.05.) (0) | 2011.06.10 |
---|---|
마산대학 식품과학부 실습동 - 2 (2010.12.) (0) | 2010.12.29 |
마산대학 식품과학부 실습동 ( 2009. 03.) (0) | 2010.07.09 |
태안고등학교 (0) | 2010.07.09 |
경기 벤쳐 안양과학대학 센타 (0) | 2010.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