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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야기 ■/책 이야기-2 (사마천의 사기)

사마천의 『사기』 - 088. 고조공신후자연표(高祖功臣侯者年表) : 공신의 흥망 시점과 부침을 한눈에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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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표」제6편 — 고조공신후자연표(高祖功臣侯者年表)

 

『사기』 「표」 10편 가운데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이 편은 한 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공을 세워 후(侯)로 봉해진 143명의 공신들과 그 봉국의 흥망을 연대순으로 정리한 기록이다. 봉지의 명칭을 국명으로 표시하고, 수봉된 인물의 구체적인 공훈, 후위(侯位)에 있었던 기간, 그리고 제후의 등급을 나타내는 후제(侯第)까지 항목별로 나누어 기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1. 서문에 담긴 사마천의 문제의식

사마천은 서문에서 먼저 옛 시대의 봉건 제도를 개관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은·주 시대에는 공을 세운 자가 있으면 그 공적을 헤아려 봉토를 내리고 종묘사직을 세워 대대손손 이어가게 했으니, 소국은 30리, 대국은 백 리에 이르는 땅을 나누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어 사마천은 한나라가 일어난 이래의 상황으로 시선을 옮겨, 고조를 도와 천하를 평정한 신하들 가운데 봉토를 받아 제후가 된 이가 백여 명에 달했다고 밝힌다.

 

천하가 처음 안정되었을 때에는 명성 있는 성곽과 큰 도읍조차 사람이 흩어져 인구를 헤아리면 겨우 열에 두셋만 남아 있을 정도였으므로, 큰 제후라 해도 봉읍이 만 호를 넘지 못했고 작은 제후는 오륙백 호에 불과했다. 그러나 훗날 백성들이 다시 모여들고 호구가 늘어나면서 소하·조참·주발·관영 등의 후손들은 봉읍이 네 배 가까이 늘어났고, 나머지 소국들도 봉읍이 배로 불어나 부귀가 이처럼 성대해졌다고 사마천은 기록한다.

2. 법령의 실패에 대한 통렬한 비판

그러나 사마천의 붓끝은 곧 날카로운 비판으로 향한다. 그는 후손들이 부귀에 젖어 교만해지고 초심을 잊어버려 음란하고 편벽된 행실로 법을 어기는 지경에 이르러, 목숨을 잃고 나라를 망하게 한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고조 당시 봉해진 공신은 백여 명이었으나, 효혜제와 고후 시대를 거치며 살아남은 이는 겨우 마흔여 명에 불과했고, 효문제 때에 이르러서는 그 절반이 죄를 지어 봉국을 잃었으며, 사마천이 살던 무제 태초 연간에는 겨우 다섯 명만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사마천은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짚는데, 하나는 최고 통치자가 법령을 정밀하게 갖추지 못한 데 있고, 다른 하나는 당사자들 스스로가 시대의 금령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몸가짐을 바로 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도 사마천은 뚜렷한 죄명 없이 봉작을 박탈당한 이들에 대해서는 은근한 동정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3. 후세를 향한 당부

사마천은 지금 세상에 살면서 옛사람의 도를 기록해두는 것은, 스스로를 살피는 거울로 삼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시대마다 그 마땅함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왕이 된 자는 저마다 자기 시대에 맞는 예법과 제도를 세워 이를 본받고자 했으니, 어찌 한 가지 잣대로만 헤아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신하 된 자가 사군(事君)의 도리를 지키며 공을 세워 봉작을 얻는 데 이르는 과정을 두루 살펴보면, 그 성패와 득실의 이치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굳이 옛사람에게 묻지 않아도 오늘의 거울로 삼기에 족하다는 말로 서문을 맺는다.

4. 표에 담긴 인물 군상

본문의 표에는 소하·조참·장량·번쾌·주발·관영·하후영·왕릉·역상 등 한나라 개국의 주춧돌이 된 인물들로부터,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하급 장수에 이르기까지 143명에 이르는 공신의 행적이 압축적으로 나열된다. 이 가운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평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소하·장량·한신 세 사람은 흔히 '한초삼걸(漢初三傑)'로 불리며, 각각 「소상국세가」·「유후세가」·「회음후열전」이라는 독립된 편에서 그 생애가 상세히 다루어진다.

 

이 표는 그러한 개별 열전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공신 집단 전체의 흥망 시점과 세대에 걸친 부침을 한눈에 조망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본기」·「세가」·「열전」을 보완하는 독자적인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아울러 개국공신이라는 화려한 출발이 반드시 대대손손의 영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역사의 냉정한 이치를, 143개의 봉국이 하나둘 스러져가는 과정을 통해 담담히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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