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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 2025 강원건축문화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세틀러 스테이’, 김혜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강원특별자치도건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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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그 후] 2025 강원건축문화상 주거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세틀러 스테이’, 김혜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강원특별자치도건축사회)

  • 기자명 서정필 기자 
  •  입력 2026.07.14 13:04
  •  댓글 0

문 연 지 1년…“화려한 볼거리 대신 내면의 휴식”
사생활 지키면서 개방감도 추구…상반된 두 요구. 스킵플로어로 풀다
강릉이 좋아 정착한 부부가, 강릉이 좋아 찾아온 이들을 맞는 집

 

2025 강원건축문화상 최우수상 수상작 ‘세틀러 스테이’.(설계=김혜민 건축사, 사진=김용수)
 
 

‘세틀러 스테이(Settler Stay)’라는 어찌 보면 형용모순이다. 보통 스테이란 아주 길어야 열흘 정도 머물다 가는 임시 숙소를 일컫는다. 반면 ‘세틀러(Settler)’란 특정 공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잠시지만 마치 그곳에 사는 기분으로 머물다 가는 곳. 2025 강원건축문화상 최우수상 수상작 ‘세틀러 스테이’(김혜민 건축사. ㈜건축사사무소폼아키텍츠)는 이러한 공간을 염두에 두고 지어진 건축물이다.

‘정착하다(settle)’이라는 이야기는 주변과 어우러진다는 말과 뜻이 통한다. 설계를 맡은 김혜민 건축사는 화려함을 자랑하기 보다는 지역과의 소통에 초점을 두고 이 건축물을 설계했다. 잠깐 눈길을 끄는 숙소가 아니라, 오래 사랑받는 숙소, 이곳에 머물면 한 건축물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 전체를 기억 속에 남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2025년 7월 7일 문을 열어 지난 7일 개관 1주년을 맞은 이 건축물은, 수도권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인 강릉으로 이주한 부부의 집이자 일터다. 설계는 마찬가지로 서울을 떠나 강릉에 자리 잡은 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김혜민 건축사)가 맡았다. 한 때는 여행자로 강릉을 찾던 건축주와 건축사가 이제 강릉의 ‘세틀러’가 되어 ‘세틀러 스테이’를 만든 셈이다.

다른 많은 건축물처럼 이 건축물도 설계하는 입장에서 건축주의 요구가 아주 쉽지는 않았다. 건축주 차진영 씨는 김 건축사에게 여느 관광지의 숙소 느낌이 아니라 깊은 휴식과 그 지역만의 정서를 전달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바람을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외부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객실이 필요했다. 동시에 여행자와 주인이 편안하게 마주치는 라운지도 있어야 했다. 사생활 보호와 개방감. 하나를 추구하면 하나는 포기하는 게 보통인, 모순된 두 가치를 함께 요구한 셈이다.

 

2025 강원건축문화상 최우수상 수상작 ‘세틀러 스테이’. (설계=김혜민 건축사, 사진=김용수)
 
 

김 건축사는 스킵플로어를 통해 시선을 가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스킵 플로어(skip floor)를 통해 반 층씩 어긋나게 하면 주차공간을 위해 필로티 구조를 선택하면 생긴 높이 문제도 흡수할 수 있고, 바닥이 반 층씩 엇갈리므로 객실끼리 시선이 겹치지 않는다. 같은 건물 안에서 각 객실이 서로 다른 높이의 바다와 산을 나눠 갖는다.

건축주는 이 구조를 설계의 핵심으로 꼽았다. “반 층씩 어긋나게 교차하는 공간 구성을 통해 시선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키고 입체적인 공간감을 연출했다라는 것이다. 스킵 플로어는 결국 주차, 조망, 그리고 무엇보다 프라이버시를 한꺼번에 푸는 해법이었다.

아울러 전 객실에는 작은 포켓 테라스가 설치됐다. 이 테라스는 통창이 아니라 유리블록으로 마감됐다. 바다에 면한 스테이가 흔히 택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다. 풍경을 통째로 들이는 대신, 빛만 남기고 시선을 지웠다. 외부의 시선은 차단되고 침실과 주방, 욕실 모든 방향으로 자연광이 들어온다. 조망을 포기하는 대신 사적인 공간을 얻은 셈이다.

화려한 볼거리에 눈길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편백나무 향과 함께 내면의 휴식이 시작되는 공간. 잔잔한 소돌해변과 정갈한 건축이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는 건네는 곳, 하루만 머물러도 마치 이곳에 사는 사람처럼 강릉에 스며들게 하는 공간. 첫 ‘세틀러’를 맞이한 지 1년, 이 공간은 그렇게 두 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다음은 김혜민 건축사 그리고 건축주 차진영 씨와의 일문일답이다.

 

김혜민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김혜민 건축사(주. 건축사사무소 폼아키텍츠)

 

Q. ‘세틀러 스테이’를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건축주는 남편이 서울의 중견 회사에 다니던, 두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였어요. 남편의 고된 업무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역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해보자는 결정으로 강릉에 오게 됐고, 저희 사무소를 찾아오셨어요. 두 자녀를 데리고 부부가 함께 사무실을 방문했던 첫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테이를 해보려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다른 무엇보다 “이 건축물은 꼭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라는 마음이 컸어요. 가족의 명운을 걸고 하는 설계라는 생각 때문에, 다른 곳보다 많은 이들이 찾는 숙박시설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Q. 그런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어떻게 하면 오래도록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숙소를 만드는 데 건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를 생각했어요. 우선 트렌디한 숙소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봤어요. 당장은 이목을 끌 수 있어도 그런 유형은 그만큼 빨리 소비되어 수명이 소진될 거라는 생각 때문에요. 사람들이 강릉을 왜 찾을까라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봤고, 그 단순한 질문을 통해 '강릉이 좋아서'라는 단순한 답을 얻었습니다. 사람들이 강릉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 숙소에서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오래도록 사랑받는 숙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설계했습니다.

건축 공간은 숙소 본연의 역할에 맞게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크지 않은 방에도 히노키탕과 작은 테라스를 두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의 공간을 제공하고, 침실과 주방, 욕실을 분리해 쓸 수 있도록 각 실 사이를 슬라이딩도어로 구획했어요. 화려한 공간이 주는 긴장감보다 잘 만든 공간이 주는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미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지역 브랜드와의 협업 또한 설계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입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숙박업소의 전략과 기획을 세우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느끼는데, 한정된 설계 기간 안에 별도의 기획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당시는 저희도 강릉에 정착한 지 1년이 채 안 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하면 강릉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던 것 같고요.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딱 정해둔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다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가 건축사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축사가 될 수 있도록 유연한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사무실 이름인 ‘폼(FOAM)’도 형태(Form)를 내세우기보다 거품(Foam)처럼 유연한 성질의 건축을 지향하고자 하는 의도를 담은 이름이에요.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만약 그랬다면 저희는 이미 성공한 건축사 반열에 올랐겠지만 그렇지는 않고요. 다만 지역에서 건축을 하는, 지역 건축사의 역할을 깊이 고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건축사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는 인식이 보편적인 것처럼 되어가는 시대이지만, 오히려 지역에서는 건축사라는 존재가 더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서울과 달리 지역에서는 좋은 건축물이 지어지면 그 반향이 크게 체감되고, 지역 특유의 공간적 밀도로 인해 건축사가 어떤 태도로 설계하느냐가 민망할 정도로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건축사의 작업, 나아가 말과 행동마저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해요. 지역의 소멸이냐, 대체 불가능한 도시가 되느냐의 기로에 있는 지금은 '진심을 가진 지역 건축사'를 필요로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세틀러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운영 이후의 모습을 보며 느꼈던 중요한 부분입니다.

Q. ‘세틀러 스테이’가 문을 열고 손님을 받은지 올해 7월로 1년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축사님께서 설계하시면서 의도하신대로 잘 이용되고 있는지요?
스테이의 방문자 후기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 방명록 글을 자주 찾아보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의 편하게 잘 쉬었다 간다는 말을 언급하는 걸 보고 그럭저럭 설계의 취지가 잘 작동하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문객들이 자주 언급하는 키워드가 세심함과 친절함인데, 이 부분은 오롯이 건축주가 세틀러를 이용하는 방문객이 편하게 이용하고 가기를 바라는 진심이 전달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생각하면 어쩌면 건축이 제공하는 환경보다 그것을 가꾸고 안내하는 운영자의 역할이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더 큰 요소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입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세틀러 스테이’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가장 큰 요인은 특별한 건축이 제공하는 경험이 아니라, 성실하게 만든 공간의 토대 위에 세틀러를 운영하는 건축주님의 진심과 다정함이라는 걸 숙박 후기들을 통해 알게 됐어요. 요즘은 건축보다 프로그램이 중요하고, 프로그램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건축이 도시와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었던 건축 영웅의 시대를 지나, 시대 어젠다의 부재를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하는 지금, 건축사 혼자가 아니라 다정하고 실력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도시의 공간과 그 안에서의 경험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멋진 자재와 건축적 디테일보다는 강릉이 가진 다정함을 사람을 통해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건축사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적용하고 싶습니다.

건축주 차진영 씨와의 일문일답

Q. 처음 설계 의뢰하실 때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그 의도가 설계에 잘 구현됐는지 궁금합니다.
건축주 차진영 씨(이하 차)
 : 수도권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인 강릉으로 가족이 이주하며, 단순한 관광지 숙소를 넘어 방문객에게 '깊은 휴식과 로컬의 정서'를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특히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프라이빗한 객실을 확보하는 동시에, 여행자와 호스트가 편안하게 머물며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라운지 공간을 조성하여 사생활 보호와 개방감이라는 두 가지 건축적 가치를 모두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설계를 맡은 '폼아키텍츠(Form Architects)'는 이러한 의도를 스킵플로어(Skip-floor) 구조를 통해 완성도 높게 구현했습니다. 반 층씩 어긋나게 교차하는 독창적인 공간 구성을 통해 시선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키고 입체적인 공간감을 연출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소재의 매스(Mass)를 조화롭게 사용하여 시각적인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에 더해 전 객실에 배치된 포켓 테라스와 편백나무 히노키 욕조는 외부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도 강릉의 자연을 온전히 품을 수 있는 휴식 공간을 제공합니다. 건축주의 추상적인 요구가 지역 건축사의 뛰어난 해석을 거쳐 ‘강원건축문화상 최우수상’이라는 결실로 이어져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Q. 혹시 건축물이 지어지고 나서 보니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는지요?
 : 직접 운영하며 관리해 보니 솔직히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긴 해요. 저희는 아무래도 매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니 무조건 청소와 유지가 편한 소재를 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건축사분들이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독특한 패브릭 소재를 쓰자며 뜻을 굽히지 않으셨어요.

근데 참 신기하게도 지금 와서 보면 그 고집이 정말 신의 한 수였더라고요. 매일 관리하느라 손은 조금 더 가더라도, 그 소재 덕분에 우리 공간만의 특별한 분위기와 차별성이 확실해졌으니까요. 결과적으로는 건축사님의 그 고집 덕분에 지금의 매력적인 공간이 완성된 셈입니다.

Q. 아쉬움보다는 칭찬인 것 같은데...문을 연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용객들의 만족도, 그리고 무엇보다 건축주님들의 만족도는 어떤지요?
 : 정확히 2025년 7월 7일에 처음 문을 열어, 마침내 오픈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개원 이후 1년 동안 정말 많은 방문객이 다녀가셨는데, 이용객들이 저희가 의도했던 공간의 디테일을 알아차리고 공감해 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방문객들이 방명록에 담아주시는 공간에 대한 애정과 만족스러운 기록은 저희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건축주로서 만족도 역시 기대 이상입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부부가 직접 공간을 관리하고 가꾸어 나가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건축물이 주는 아늑함과 가치가 더욱 깊어짐을 체감합니다. 계절에 따라 포켓 테라스로 스며드는 빛의 각도가 달라지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변의 자연환경이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가족에게도 큰 행복이자 일상의 원동력이 됩니다.

Q. 이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이 공간이 어떻게 기억되면 좋겠는지요?
 : ‘세틀러(Settler)’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이곳을 찾는 분들이 잠시나마 일상의 복잡함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정착'하여 숨을 고를 수 있는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화려한 볼거리에 머무는 곳이 아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편백나무 향과 함께 온전한 내면의 휴식이 시작되는 공간이기를 지향합니다. 잔잔한 소돌해변과 정갈한 건축 공간이 주는 위로를 통해, 머무는 모든 순간이 따뜻하고 여유로운 기억으로 채워지기를 소망합니다. 언제든 일상에 지칠 때 “그곳에 가서 푹 쉬고 싶다”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공간으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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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필 기자 htg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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