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youtu.be/kt_e4lXyLgo?si=IHMgbloCH0AHx99w
https://youtu.be/VDtEl3r9WIg?si=lapBd5-SOlr8UuG4
완주의 은둔한 정원 — 아원고택과 소양고택
전라북도 완주군 소양면, 종남산과 서방산이 병풍처럼 두른 오성한옥마을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두 채의 고택이 있었다. 그러나 2019년 방탄소년단(BTS)이 '2019 썸머 패키지 인 코리아' 화보와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이곳을 비밀리에 다녀가면서, 아원고택과 소양고택은 하룻밤 사이 전 세계 아미(ARMY)들의 성지가 되었다. 완주군에 따르면 BTS-6로드는 '2019 썸머 패키지 인 코리아'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소양 오성한옥마을 오성제, 아원고택, 위봉산성, 삼례 비비정, 경각산 패러글라이딩 체험장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 두 고택의 가치는 K팝 스타의 발자취라는 우연한 유명세를 넘어선다. 이축(移築)이라는 건축적 방식을 통해 사라질 위기의 옛집을 되살려낸, 시간에 대한 존중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아원고택 — 우리들의 정원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원고택은 1층의 현대식 갤러리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한옥타운이 나타나는 독특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노출 콘크리트의 현대적 갤러리와 전통 한옥이 한 부지 안에 공존하는 이 배치는 과거와 현재를 수직으로 겹쳐놓은 건축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아원고택을 이루는 한옥들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옮겨온 것들이다. '만사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뜻의 만휴당을 비롯해 안채, 사랑채, 별채, 서당으로 구성되며, 안채와 사랑채는 각각 진주의 250년 된 고택과 정읍의 150년 된 고택을 이축한 것이고, 가장 최근 지어진 서당은 조선시대 함평에서 서당으로 쓰이던 건축물을 옮겨왔다. 기본 뼈대는 그대로 보존하되 서까래와 기와 일부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철거될 운명이던 옛집들이 완주라는 낯선 땅에서 새 생명을 얻은 셈이다.
대청마루에 앉으면 종남산의 능선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이 풍경은 최근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주요 촬영지로도 다시 조명받으며, 250년 세월을 간직한 전통 한옥과 현대적인 노출 콘크리트 갤러리가 함께 놓여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려낸 핵심 촬영지로 평가받았다. 다만 한옥스테이 구역은 투숙객이 없는 오후 12시에서 4시 사이에만 일반 방문객에게 개방되므로, 방문 전 시간 확인이 필요하다.
소양고택 — 소박함 속의 당당함
아원고택 아래쪽에 자리한 소양고택은 화려함 대신 절제된 아름다움을 택했다. 안채, 사랑채, 가희당, 후연당 등 총 일곱 채의 한옥으로 구성된 이곳은 아원고택에 비해 소박한 느낌을 주지만, 바로 옆에 맑고 깨끗한 계곡이 흘러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철거 위기에 놓였던 180년 된 고택 세 채를 이축해 지금의 한옥스테이로 복원했으며, 서까래부터 대청마루, 기둥 하나까지 장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점에서 원형 보존에 대한 각별한 정성이 느껴진다.
소양고택이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문희 대표의 운영 철학에 있다. "소양고택에는 TV가 없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는다"며 "눈길 닿는 곳마다 나무와 꽃이 있고 음악과 책이 있어 복잡했던 마음을 비우고 하루를 보내기에 좋다"고 말한 그의 표현처럼, 이곳은 디지털로부터의 의도적 단절을 통해 머무름의 밀도를 높인다. '완주 1호 독립서점'인 플리커책방이 고택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지향을 뒷받침한다. 방문객들은 대청에 앉아 책장을 넘기거나, 한복 체험과 도슨트 투어를 함께 즐기며 하루를 온전히 이 공간에 내어준다.
BTS-6로드, 성지에서 여행 코스로
두 고택을 중심으로 완주군은 2019년 방탄소년단이 화보 촬영차 다녀간 이후 같은 코스를 도는 여행객이 크게 늘자, 위봉산성·오성제·고산 창포마을·삼례 비비낙안·구이면 경각산 등을 포함한 'BTS-6로드'를 조성했다. 오성제 저수지 둑방에 서 있는 이른바 'BTS 소나무'는 원래 드라마 '발효가족' 촬영을 위해 심어진 나무였으나 BTS가 다녀가며 더 유명해졌으며,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눈에 잘 띄는 명소가 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5000여 명이 이 스탬프 투어의 발자취를 따라 다녀갔다는 사실은, 하나의 대중문화적 순간이 지역 관광의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