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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이야기 ■/[YouTube] 세계의 자연과 건축

[YouTube] 안나푸르나의 무스탕에 지은 작은 방송국의 기록 ㅡ 건축가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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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aREfvv0lNb4?si=Z4Y9Ab3bw7F9xYca

 

 

 

 


 

바람과 돌로 빚은 방송국 — 김인철의 '히말레스크'

 

설계 의뢰, 그리고 현장 답사

 

2012년 봄,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MBC로부터 특별한 의뢰가 들어왔다. 네팔 무스탕 지구 좀솜 마을에 지역 주민을 위한 FM 라디오 방송국을 지어 달라는 것이었다. 극한의 고도와 험난한 지형 탓에 라디오 전파조차 닿지 않아 뉴스와 바깥 세계로부터 고립되어 있던 오지에 방송 인프라를 세우는 이 프로젝트를 맡은 이가 아르키움의 김인철 대표였다.

'없음의 미학'을 화두로 삼아 김옥길기념관과 어반 하이브 등 한국 현대건축의 이정표를 세워온 그에게 이 의뢰는 도전이자 소명이었다. 재능기부 형식으로 설계를 맡은 김인철은 설계에 앞서 직접 현장을 찾았다. 초속 60m의 강풍이 부는 이 '바람의 도시'에 방송국을 짓는 일은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카트만두에서 좀솜까지는 비행기로 가거나, 육로로는 17시간 이상 비포장 산악도로를 달려야 닿을 수 있었다. 그나마 매년 강풍으로 비행기 사고가 빈번해 네팔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으로 꼽히는 좀솜 공항은 결항이 잦았다.

현장을 직접 걸으며 김인철이 주목한 것은 마을 곳곳의 돌집들이었다. 티베트 문화권의 영향 아래 수백 년 동안 이어진 돌 쌓기의 지혜—두꺼운 석벽이 강풍을 막고, 돌의 열용량이 일교차를 완충하는 그 원리야말로 이 땅이 스스로 터득한 건축술이었다. 설계의 방향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정해졌다.

설계의 핵심 원리: 돌과 바람과 빛

설계 기간은 2012년 5월부터 9월까지 다섯 달이었다. 김인철이 선택한 개념은 지역성과 현대성의 결합이었다. 건물의 이름도 '히말레스크(Himalesque)'—히말라야의 풍토를 담되 그것을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이름 안에 새겼다.

설계의 첫 번째 원칙은 재료였다.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재료와 노동력을 활용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지역에서 채취한 편마암(gneiss)으로 두꺼운 외벽을 쌓아 강풍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동시에 바위투성이 산악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했다.

두 번째 원칙은 공간 구성이었다. 건물 전체는 이중 구조로 설계되었다. 외부 석벽이 복도와 마당을 이루는 완충 공간을 형성하고, 그 안쪽에 방송 설비와 각 실들이 배치되는 방식이다. 외부 벽이 강풍을 1차로 막아내어 내부 공간에 온화한 기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요새처럼 두텁게 쌓아 올린 석벽 안으로 포장된 진입로가 이어지고, 작은 유리창이 규칙적으로 뚫린 높은 벽이 그 경계를 이룬다.

세 번째 원칙은 안과 밖의 대비였다. 외부에서는 전통 재료가 두꺼운 석벽의 위용을 드러내지만, 내부에서는 유리벽이 현대적 공간을 구현한다. 전통적 재료의 두터움을 현대적 선으로 해체하여 전통과 현대 사이의 균형을 찾아낸 것이다. 이중 유리는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동시에 내부를 보온하면서도 바깥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담아낸다. 건물 규모는 부지 면적 1,500㎡에 건축 면적 747.81㎡의 단층 구조로, 구조는 조적조와 철근콘크리트조를 결합했다. 마감재는 내외부 모두 현지에서 채취한 돌과 목재를 기본으로 하고, 내부에는 두께 8mm 유리를 더했다.

공사: 고원의 시간과 싸움

2012년 9월 기공식을 시작으로 공사가 본격화됐다. 시공은 현지 업체인 삼부(Sambu, Nepal) Pvt. Ltd.가 맡았다. 그러나 공사는 처음부터 난항이었다.

강풍에 노출된 비탈에 자리한 방송국은 이토록 가혹한 환경에서의 시공이라는 도전 때문에 공사가 거듭 지연됐다. 극한의 바람과 급격한 기온 변화가 공사의 발목을 잡았다. 긴 우기, 주민들조차 피한을 떠나는 혹한, 그리고 '오늘 아니면 내일 하면 되지'라는 네팔인들 특유의 볼리파르시 문화도 공정 관리를 어렵게 했다. 자재 수급 역시 만만치 않았다. 외딴 고원인 탓에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자재는 카트만두에서 수백 킬로미터 산길을 통해 들여와야 했다. 현지의 돌과 목재를 최대한 활용한 것은 미적 선택인 동시에 물류 현실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기도 했다.

이러한 난관 끝에 라디오 스튜디오 건물은 2013년 10월에 완공됐고, 이어 2014년 10월에는 송신탑이 세워졌다. 설계에서 준공까지 2년이 넘는 긴 여정이었다.

완성된 건물이 말하는 것

완성된 방송국은 라디오 스튜디오 기능에 그치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 센터 역할도 겸하며, 안나푸르나를 탐방하는 트레커들을 위한 캠핑 시설도 갖추었다. 건물 위로는 안테나가 솟구치고, 티베트 불교 문화권의 기도 깃발인 룽타가 색색이 나부낀다. 돌집의 외양이지만 내부에는 최첨단 스튜디오와 회의실이 자리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송국'이라는 수식이 허언이 아님을 건물은 스스로 증명한다. 수천 년 쌓인 땅의 문법—돌과 바람—을 고스란히 받아 안으면서도, 이 시대의 언어로 그것을 다시 쓴 건축. 카트만두에서 200km, 해발 2,800m의 그 작은 마을에 히말라야의 돌로 빚은 방송국은 그렇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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