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도서관
- 제292호 12면
- 입력 : 2023-10-01 15:02
- 수정 : 2023-10-10 10:50
하동열 건축사ㅣ건축사사무소 시토
설계팀 조혜영, 구순영, 김다희 대지위치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두 대로 219 대지면적 20,172㎡ 지역지구 자연녹지지역, 학교시설보호구역, 문화시설, 문화제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 용도 교육연구시설(도서관) 건축면적 1,517.44㎡ 연면적 2,759.55㎡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규모 지하1층, 지상2층 높이 12m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커턴월, 전벽돌, 알루미늄판넬 건축주 경상남도 교육청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이다. 도서관 혹은 책의 역사 또한 인류의 역사와 같이 시작되었다. 고대는 점토판 위에 문자를 새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BC3000년경 이집트에서는 풀줄기 섬유로 만든 파피루스(papyrus)에 문자를 새겨 두루마리(volumen)형태의 책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유래해 ‘책’을 의미하는 ‘paper’ 와 ‘권’을 의미하는 ‘volum’이 지금의 책의 어원이 되었다. 도서관의 시작은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지방 니푸르(Nippur)의 사원에서 3000년 전에 새겨진 설형문자의 점토판이 발견되면서 부터다. 이집트 카르나크신전(Karnak, 7세기)에서는 ‘책의 집’을 뜻하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초기 도서관 건축의 기능은 정무와 제사를 지내기 위한 기록 보존소의 성격이 강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당시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 이상으로, 당대를 주름잡던 각종 학문의 학자들을 모아 연구하는 일종의 학문의 전당에 가까웠다. 물론 책의 가치가 엄청났던 당시 치고는 개방적이었다지만, 책을 열람했던 사람은 도서관 소속 학자들과 귀족들 뿐이었다. 중세의 도서관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종교서적을 소장하거나 필사본을 만들어 종교전파를 목적으로 하였다. 근대는 인쇄술의 발달로 도서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유럽을 중심으로 공공도서관이 나타났다.
최근 우리 지역에 문을 연 최윤덕도서관, 창원도서관, 지혜의 바다 도서관, 경남 대표 도서관 등은 도서관의 과거 개념에서 벗어나 현재의 도서관을 재해석하고 지역의 주민과 밀착된 새로운 도서관의 개념을 적용한다. 도서관이 서가와 열람 중심의 장소에서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노이즈 박스(noise box), 플렛폼(platform)과 같은 개념이 적용되어 정보교류, 문화공연, 교육, 커뮤니티, 벼룩시장 등의 기능을 소화하는 지역 주민의 소통 장소로 변화했다.
여러 새로운 도서관 중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설계한 창원도서관을 소개할까 한다. 창원도서관은 플렛폼(platform)개념을 적용한 장소로서 공간이다. 벽과 문으로 구역된 기존 도서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공간의 한계는 실내와 실외를 구분할 뿐 내부 공간에서의 구분은 없다. 그래서 내부의 전경이 한 시야에 들어와 마치 책을 맞이하는 플렛폼과 같다.
배치는 자연과 도시의 경계에 위치한 장소의 특성을 반영하여 자연과 도시 방향으로 열린 구조로, 각각 자연과 도시를 전후면 광장에 끌어안을 수 있도록 하였다. 기존 도서관과는 다소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사 산책로를 구성하여 책길로 연결하고 곳곳에 책과 접하는 휴식 공간을 두었다. 전면광장은 진입광장과 행사마당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피로티와 열주에 의해 공간을 구성하였다. 1층 주출입구로 진입하면 전체공간이 막힘 없이 한 눈에 들어와 오픈 플랜의 플랫폼을 접할 수 있다. 또한 후면 커턴월을 통해 자연을 그대로 담을 수 있다.
홀의 왼편은 어린이 공간으로 미디어 보이드를 통해 수직으로 공간을 획장시키고, 오른편은 책오름 책계단을 통해 2층으로 연결되는 수직 확장 공간을 만난다. 수평적로는 플렛폼 형식의 개념이지만 수직적인 확장성을 고려하여 이용자의 다양한 시선을 고려했다. 내부 마감은 최대한 간소화하여 잭이 인테리어가 되는 형식이다. 과한 장식이나 마감보다는 프로그램과 책이 어우러지는 마감을 표현했다.
후면 마당은 옥외에서 열리는 행사를 자연환경과 밀착시키고 그 자연은 대지건너 자연으로 연결된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피아노연주회, 마술공연, 북토크쇼도 열린다. 다소 소음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활동이 책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를 도서관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전달된다면 도서관의 기능을 다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인쇄자료 뿐만 아니라 DVD, CD자료와 IOT, VR, METAVERSE와 같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책을 읽고 열람하는 공간과는 달리 복합문화공간으로 점점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의 사례는 보다 진보하여 도서관과 운동시설, 쇼핑센터, 수영장, 영화관등과 복합시설로 연계되는 모습을 보인다. 현재는 도서관이 도시의 거실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건축을 물질로서가 아닌 장소와 시대정신으로 바라보면 지역에 보석같은 건축이 아주 다양하게 있다. 이런 시선이 우리의 건축문화를 성장시키고 지역의 고유문화를 재생산하는 거름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보석같은 건축물에 관심을 가지고 화창한 가을주말 발로 찾아가는 즐거운 건축여행을 보면 좋을 듯 하다.
△ 2층 평면도
△ 1층 평면도
△ 자연을 배경으로, 도시를 앞마당으로 열린 전경
△ 자연과 책을 품는 책담의 곡선
하동열 약력 경상국립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축사사무소 시토를 운영하고 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며 지역의 TOPOS를 반영하는 건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이강 갤러리, 남해소방서, 창원도서관 등이 있으며 현재 용남중 미래교육관을 설계하면서 학교공간의 미래교육혁신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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